'우르르'
흔들리는 땅보다 무서운 것은 내리는 비다.
옥내 저장소의 물건이 와르르 무너진다.
지붕도 무너진다.
무너진 지붕 밑에 있던 직원들은 무방비로 비를 맞는다.
가벼운 반팔 티셔츠를 입고 있던 이들의 살갗이에 빗물이 닿는다.
빨갛게 달아오른다.
빨갛게 달아오른 자리는 수포가 생긴다.
살 위로 하얀 연기가 피어 오르고 여기 저기서 비명이 들린다.
아비규환이 되버린 장소
땅의 흔들림은 멈췄으나 여기 저기서 사람들의 비명이 들린다.
구멍난 지붕에서는 끊임없이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다.
"동래 씨, 여기 좀 도와줘.."
온몸에 화상을 입은 사람이 피눈물을 흘리며 구원을 요청한다.
방금까지 동래와 대화하던 이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가만히 있을꺼야?"
남자는 다급한 표정을 지었다.
동래는 멀뚱히 서 있는다.
그때 동래의 스마트폰으로 전화가 울렸다.
"여보, 큰일났어."
동래의 머릿속이 아득해졌다.
동래는 무슨일인지 묻지 않았다.
물으면 그 일이 정말 일어날 것 같았다.
"제천 씨, 여기 오기 전의 의사라고 했지?
동래는 남자에게 물었다.
"우리 집에 좀 같이가!"
제천은 동래의 말에 기가 찼다.
"뭐? 여기 몇 명이 다쳤는 줄 알어?"
제천은 버럭하고 소리를 질렀다.
동래는 작업할 때 사용하는 날카로운 칼을 손에 쥔다.
"지금 당장 나를 따라오지 않으면 제천 씨도 그들처럼 될거야."
동래의 눈빛이 달라졌다.
살인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그리고 다쳤다.
사람들은 '의사'에게 댓가없는 재능기부를 요구했다.
많은 의사들은 댓가없는 엄청난 진료에 지치기 시작했고
그들 중 일부는 신분을 속이고 다른 일을 알아보기도 했다.
그것이 '제천'이라는 사실은 '동래'만 알고 있었다.
"선택해! 나도 방법이 없어."
동래는 제천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제천은 양손을 들어 올리고 일어섰다.
"아.. 알았어.. 어디로 가면 돼?"
그때였다. 제천의 뒷주머니에서 전화벨이 울린다.
'띠리링'
동래와 제천은 둘다 전화벨 소리에 집중한다.
'띠리링'
"받어"
제천이 스마트폰을 들고 전화를 받자
상대쪽에서 40대 여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제천 씨. 큰일 났어. 지금 당장 올 수 있어?"
여자는 다급했다.
제천은 묻지 않았다.
동래를 가만히 지켜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