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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Oct 03. 2022

[계발]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모르는 양극화

완벽한 공부법 독후감

 세상을 관찰해 본 결과 몇가지 공통적인 현상을 발견했다. 바로 '양극화'. 그리고 '서로에 대한 무지'. 미래의 이야기라고 생각했건만 사실상 벌써 존재했다. '맷 데이먼' 주연의 '엘리시움'에는 극에 달한 극단의 계급이 미래에는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줬다. 버려진 지구와 선택 받은 이들만 갈 수 있는 낙원. SF영화 뿐만 아니라 근래에 개봉했던 '기생충'에서도 비슷한 설정이 이어졌다. 기생충을 보고 가장 놀라웠던 점은 영화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다. 영화를 보고 내가 느낀 바는 '이선균'과 '조여정' 부부가 사는 평화로운 일상에 침입한 이들이 만들어낸 '비극'이었다. 다만 함께 영화를 봤던 누군가는 전혀 다른 시선으로 영화를 해석했다. 기생해야지만 살 수 있는 이들에 대한 안타까운 투쟁이라고 봤다. 살면서 느꼈던 세상의 여러 현상 중에 가장 확실한 것은 이미 존재하는 '양극화'뿐만 아니라 '서로에 대한 무지'다. 나이치고 다양한 경험을 해왔던 터라 여러 종류의 사람을 만났다.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 '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과 '시골에서 나고 자란 사람', '해외에서만 살았던 사람'과 '해외는 한 번도 다녀 온 적 없는 사람' 등 그렇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양극이 존재한다는 사실'보다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전혀 모른다는 사실이다. 아는 지인은 호주로 이민을 가는서 새롭게 시작하는 친구를 한심하게 바라봤다. 연봉 4,000만원 정도의 중견 기업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던 친구가 '호주'에서 변변치 못한 직장을 갖는 것을 보고 '멍청하고 한심하다'라고 직설하기도 했다. 가만히 지켜보던 나는 말을 덧붙여 줬다.

 호주의 최저임금은 20달러 수준으로 정규직 근로자는 주당 최소 813불을 받는다. 이것은 76만원 수준으로 4,000만원 수준이다. 가만 생각해보면 그다지 '멍청하고 한심한 수준'은 아니다. 주 5일 8시간만 일하면 받는 임금치고 나쁘지 않다. 저것은 최저 임금 수준이고 굳이 따지고 들자면 그외 복지나 삶의질을 따지고 봤을 때, 나쁜 선택은 아닌 듯 보였다. 호주쪽 상황을 알려주니 상대는 그럴리 없다며 되려 화를 버럭냈다. 

"그렇게 임금이 높으면 너도 나도 다 이민 가려고 하지!!"

그는 대화 끝까지 자신의 고집을 바꾸지 않았다. 오세아니아에서 10년을 생활하며 그쪽 상황 본 이가 알려줘도 끝내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사람은 자신이 경험하고 본 것 이외에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란 걸 깨달았다. 친구나 지인 중에는 경제적으로 꽤 넉넉한 이들이 있다. 반대로 그렇지 않은 이도 있다. 가장 놀라운 것은 이 둘이 서로의 존재를 체감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한번은 아이 교육을 위해 영어 유치원을 찾아 본 적이 있다. 사실 영어 교육에 대한 나의 철학은 확고한 편이지만 사설 교육 시설에 맡겨보고 싶었다. 내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영어 유치원의 한달 학비가 '200만원+a'였다. 대략 쌍둥이 녀석들을 유치원에 보내려니 연간 들어갈 최소 비용이 6천만원이라는 사실에 아연실색했다. 이마저도 입학 순번을 기다려야 하는 모양이었다. 아마 이 글을 본다면 누군가는 '보통 그정도하죠.'라고 생각하는 이와, '말도 안돼!'라고 생각하는 두 부류가 있을 것이다. 사실 이 두 부류는 서로의 존재를 모르고 살아간다. 가장 이 차이가 심한 쪽은 사실 '교육' 쪽이다. 초, 중, 고등학교를 '농어촌 지역'에서 보낸 학생들이 가장 많이 느끼는 부분이기도 하다.

 중학교 다닐 때, 나름 공부 좀 한다는 학생들(흔히 1등에서 10등 사이)은 고등학교를 입학하고 3등급도 받지 못한다. 입시를 해 봤던 이들은 안다.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3월 모의고사 점수가 사실상 '수능점수'라는 사실을 말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아무리 열심히하고 학원과 과외를 다녀도 그들의 점수가 달라지지 않을 확률은 90%가 넘어간다. 다만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초등, 중등 때 꽤 공부 좀 했다.'며 '서울, 연고대, 의대' 등의 이름을 쉽게 이야기한다. 극적으로 역전 홈런하여 학력을 바꾸는 이들이 종종 존재하기는 한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런 일은 전교에서 몇 번 발생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열심히 하면 된다'라는 헛된 구호만 가지고 덤비겠지만 '열심히'의 기준이 얼마나 다른지 그들은 도통 이해하지 못한다. 내가 해외에서 유학하던 시절에는 '학업'과 '일'을 병행해야 했다. 밤에는 '바'에서 청소를 하고 낮에는 학과 공부를 했다. 외워야 하는 내용을 녹음해 놓고, 아파트 청소를 할 때 이어폰에서 읊는 내용을 따라 읊었다. 3일을 합쳐 6~8시간 밖에 자지 않는 날도 있생기고 침대에 누워 자면 깨지 못할까봐, 침대 옆에 쪼그리고 잤다. 함께 살던 플랫메이트 형님이 침대에서 자라고 안타깝게 깨우기를 몇 번하고 나면 항상 이렇게 말했다.

"너는 방 플랫비를 내놓고 왜 안들어와? 잠은 안자?"

 그렇게 말하면 그냥 웃곤 했다. 과외를 가르치던 고등학생이 언젠가는 망쳤다는 시험지를 찢으며 나에게 온 적이 있다. 

"아무리 해도 안 되나봐요. 제가 머리가 나쁜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하는 그의 시간표를 24시간 기준 일주일을 뽑아오라고 했다.

 거기에는 이런 내용들이 적혀 있었다.

"휴식(그것이 알고 싶다 시청)", "휴식(유튜브)"

 아이가 말하는 '열심히'라는 기준 때문에, 해외에서 내가 했던 '열심히'의 기준이 희석됐다는 사실이 황당했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이것이다. 

"서로가 서로의 사실을 전혀 의식도 하지 못한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존재들을 서로 부정하며 거의 죽을 때까지 살아간다."

 완벽한 공부법은 공부법에 대한 여러 이론들이 적혀 있다. 사실 따지고 보건데, 머리를 때리면 지식이 빠져 나간다던지, 두뇌회전을 위해 멸치나 아몬드를 먹는다던지, 그런것들은 사실상 '무쓸모'나 다름없다. 대게 공부는 자신이 생각하는 '상식 순준'을 넘어서야 '기본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하면 된다. 고영성, 신영준 님의 쓰신 이 책을 보고 '폴라리스'를 구매했었다. 24시간 시간표에 한 일을 기록해보는 기록장이다. 그것은 내가 기존에 갖고 있던 철학과 너무 닮았다. 30분 단위로 자신을 뒤돌아 보면 얼마나 한심한지 알 수 있다. 어떤 일이든 자신의 수준에서 생각하게 되어 있다. 그 벽을 넘어서 보는 것은 거의 있을 수 없지만, 그 벽을 넘어서면 분명 해답은 웬만하면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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