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은 '동반자살 사이트'를 접속한다.
"얘는 나이가 너무 많고.. 얘는.. 인간관계가 넓은 편이네..., 얜 나랑 안 닮았어."
'안양'이 그곳에 있는 리스트를 하나 하나 찾아본다.
그중 썩 마음에 드는 녀석을 찾았다.
*
이름: 서 울
나이: 20세
성별: 여
특징: 좁은 인간관계
*
'안양'이 들고 있는 스마트폰의 커서 깜빡거린다.
'안녕하세요. 울이 씨. 사이트 보고 연락 드립니다.'
그렇게 '양'과 '울'은 만났다.
둘이 만난 곳은 인적 드문 놀이터.
양은 앉아 있는 울에게 다가간다.
"안녕하세요. 제가 양입니다. 울 씨 맞으신가요?"
그녀는 그렇다고 했다.
그녀의 눈동자는 힘을 잃었다.
안양은 말을 이었다.
"저희는 닮은 곳이 많네요. 20살 친구고 둘 다 여자이고, 외 자네요. 어쩌면 죽는 날자도 같네요."
울은 양을 봤고, 양은 울을 봤다.
그 둘은 사실 성별과 나이, 외자라는 사실보다
그 외모가 더욱 닮아 있었다.
"약은 제가 준비했는데 괜찮나요?"
울은 괜찮다고 했다.
양이 건내는 약을 울은 받았다.
"이걸 마시면 이제 끝이네요."
울은 삶에 큰 미련이 없어 보였다.
양은 물었다.
"울 씨, 혹시 신분증 갖고 오셨나요? 제가 꼭 갖고 오셨으면 했는데.."
울은 말 없이 에코백에서 싸구려 지갑을 건내 줬다.
"근데, 이건 왜...?"
양은 아니라고 대답했다.
"자.. 마시죠?"
울은 거침없이 마셨고 양 또한 거침없이 마셨다.
울이 곧 구토를 하며 쓰러졌다.
토에는 피가 섞여 있었다.
울의 이마에 실핏줄이 올라오고
눈은 빨갛게 충혈됐다.
이상하게도 양은 아무렇지 않아했다.
양은 울을 내려보며 웃고 있었다.
"자.. 이제 너는 '양'이 되는거고, 나는 '울'이 되는거야."
"그.. 게... 무슨.."
울은 크게 상관이 없었지만
궁금했다. 그래서 물었다.
"내 이름으로 들려 있는 생명보험. 그걸 내가 타는 게 좋은 거 아닌가?"
양은 울의 지갑을 핸드백에 집어 넣는다.
그 핸드백에서 꺼낸 자신의 지갑을 울의 에코백에 넣는다.
"잘가. 너의 죽음은 헛되지 않을꺼야. 아.. 나의 죽음이겠네.."
울은 쓰러졌고 양은 조용히 공중전화 박스로 걸어갔다.
"여보세요. 거기 경찰이죠.. 여기 한 여성분이 쓰러져 계셔서요.. 빨리
좀 와주세요.."
전화를 끊었다.
양은 울의 신분증을 들여다 봤다.
"울... 나쁘지 않네.. 새로운 이름치고.."
양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