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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Oct 04. 2022

[생각]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는 프로필을 사용하는 이유

 


 

 모나리자가 유명한 것은 작품이 '모나리자'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다빈치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피터 실버만은 뉴욕의 경매장에서 무명작가의 그림을 봤다. 그는 그 작품을 구매하고 싶었으나 구매하지 못했다. 누군가가 이미 그림을 구매했기 때문이다. 9년 뒤, 피터는 다시 그림을 전시회에서 보게 된다. 그는 2만 2천 달러에 그림을 구입했다. 적지 않은 금액이다. 그러나 그가 그림을 구매한 뒤, 그는 이상함을 느꼈다. 그림 기법이 낯익은 것이다. 그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 마틴 교수에게 그림을 보여줬다. 그 후, 그림의 주인공이 '비앙카 스포르자'라는 왕녀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시 그림을 그린 이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사실이 다시 알려지며 그림은 구매가의 4천 배가 넘는 8천만 달러에 판매 제의를 받았다. 이 이야기는 스위스 비밀금고에 보관되어 있는 '아름다운 왕녀'에 대한 이야기다. 비싼 작품은 그 값을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1911년 8월 21일 월요일, 프랑스의 신문에 대문짝만 한 기사가 실렸다. 루브르 박물관의 한 그림이 도난당한 것이다. 이 사건은 엄청난 이슈가 됐다. 사람들은 이 도난 된 작품에 관심을 가졌다. 이 작품은 물론 굉장한 작품이긴 했으나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다른 작품들과 다를 바 없는 작품이었다. 다만 작품 도난의 이야기는 끊임없이 사람들의 이슈가 됐다. 프랑스 파리는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파블로 피카소나 JP 모건 등 엄청난 인물들까지 범인으로 소환되거나 의심받기도 했다. 이 일로 이 도난 사건은 프랑스 내에서 엄청난 주목을 받는다. 사람들은 신문에 대문짝만 하게 실린 그림과 이름을 언급했다. 이를 모르는 이들은 시사상식이 부족하거나 지성의 부족한 이처럼 그려졌다. 결국 이 그림의 범인이 잡혔는데 알고 보니 이 작품의 위작을 팔기 위한 사건이었다. 이 작품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모나리자'다. 모나리자가 다시 제자리를 찾자, 사람들은 '모나리자'를 찾기 시작했다. 모나리자의 몸값은 그것이 담고 있는 예술적 가치가 아니라 다수가 갖고 있는 공동의 환상에 의해 매겨진다. 그것은 실체 없는 비트코인처럼 다수가 있다고 믿기에 생성되는 일일뿐이다. 

 "일단 유명해져라. 그러면 당신이 똥을 싸더라도 사람들이 박수를 쳐줄 것이다."

(Be famous and they will give you tremendous applause when you are actually pooping)

미국 예술가인 앤디 워홀의 말이라고 알려진 이 말의 뜻은 정령 맞다. 더 놀라운 사실을 알려주자면, 앞선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는 사실이다. 이 말은 사실 앤디 워홀이 한 말이 아니다. 영어권 자료에서 해당 자료는 검색되지 않는다. 이 명언은 '한국어'로만 사용되는 말이지만, 이 말에 '앤디 워홀'이라는 출처를 사용함으로써 사람들은 그 말에 신뢰하고 가치를 두기 시작한다. 최근 들어 젊은 부자들이 여러 매체에 등장한다. 그들은 자신의 부자가 된 방법을 저렴한 가격으로 소개해 주는 관용을 베풀기도 한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들은 부자가 되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콘텐츠로 부자가 된다.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로 알려진 '로버트 기요사키'는 사람들에게 부자 되는 방법을 소개한다.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투자 원칙이 아니라, 책 판매 인세와 강연을 통해 자산을 형성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일화는 하나 있다. 정주영 회장이 500원짜리 지폐의 거북선을 보여주며 차관을 유치했다는 일화다.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으면 사실 능력을 증명할 방법은 많지 않다.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들을 최대한 포장해야 한다. 이것은 나쁘게 말하면 '기만'에 속하여 '사기'가 될 수도 있고, 좋게 말하면 '수완'이 될 수도 있다. 예전에 비즈니스의 원리를 알려주는 짧은 글이 인터넷에 떠돌았다. 바로 '빌 게이츠 사위 되기'다. 방식은 이렇다. 빌 게이츠를 찾아간다. 사위를 삼아 달라고 말한다. 빌 게이츠는 당신이 누구냐고 묻는다. 당신은 월드뱅크 대표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이제 월드뱅크를 찾아간다. 월드뱅크에서는 당신이 누군지 묻는다. 당신은 빌 게이츠의 사위라고 답한다. 이런 방식으로 빌 게이츠 사위가 되고 월드뱅크의 대표가 되는 것이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나 현대그룹의 정주영 회장, 롯데 그룹의 신격호 회장 등. 아무것도 없는 이들이 무에서 유로 일구는 방식은 비슷하다. 이들은 실체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하여 시장을 형성하고 그 뒤에 시장에 가치를 입증했다. 얼마 전 인터넷으로 '부자 되는 법'을 알려준다는 이들이 마구잡이로 생겼다. 주식으로 부자 되는 법, 부동산으로 부자 되는 법, 전자책으로 부자 되는 법, 마케팅으로 부자 되는 법 등. 이들은 부자 되는 법을 설파하고 다녔는데, 놀랍게도 그들은 실제 자산과 소득이 많다. 그들의 말 하는 노하우는 진실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 노하우는 '콘텐츠'가 되어 더 부를 형성시킨다. 그것이 더 큰 부를 만든다. 론다 번의 시크릿은 부자 되는 법을 알려준다. 놀랍게도 론다 번은 정말 이 책을 통해 '부자'가 된다.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는 이런 식으로 사람들에게 사용된다. 실제로 아이스크림이 많이 팔리면 상어에게 물려 죽는 사람이 많아진다. 이것은 사실관계다. 이 내용의 인과관계를 따져 보자면 상어에게 물려 죽는 것과 아이스크림이 판매되는 것은 인과관계가 아니다. 날씨가 더워지면 사람들이 바다를 찾게 된다. 그것은 상어에게 물려죽는 일을 만든다. 마찬가지로 날씨가 더우면 사람들은 아이스크림을 많이 구매한다. 그렇다고 아이스크림이 팔리면 상어에게 물려죽는 것이 아니다. 이것을 잘 이용하면 그럴듯한 논리의 재료로 사용된다. 군대를 전역한 이들은 안다. 군대를 갔다 와도 '사람 된다'라는 말은 거짓이다. 4년제 대학을 다닌다고 해서 똑똑한 것도 아니다.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엄청나게 뛰어난 지식이 쌓여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굉장한 후광효과가 된다. 백종원 대표는 자신의 사업에 '백종원'이라는 이름이나 얼굴을 꼭 넣는다. 박진영 대표는 JYP라는 이름을 음악에 넣어 자신의 브랜드를 반드시 알린다. 이야기가 꽤 돌아 들어갔다. 내가 본명으로 활동하는 것은 그것을 얻기 위함이다. 수년 전에 찍은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는 사진'은 언제나 내 프로필 사진으로 활용됐다. 네이버 인물 검색에도, 블로그에서도, 인스타그램에서도 같은 사진이 사용된다. 출간 도서의 작가 소개에도 같은 사진이 사용된다. 항상 같은 사진을 사용하고 같은 이름을 사용한다. 내 이름과 얼굴에 브랜드를 입히고 여기에 하나, 둘 무언가를 쌓는다. 그렇다면 분명 그 언젠가, 별 볼일 없는 내 글과 행동에 분명 어떤 시너지 가치가 매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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