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이 내린 결론은 이렇다.
결국 모두가 이로운 일이다.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원도'와 '진'에게도 좋고
진혜원이라는 복지단체도 좋다.
이건 분명 70된 피씨방 여사장에게도 좋은 일일 것이다.
1억을 빌리겠지만 그녀에게 2억 쯤으로 갚을 수 있다.
그녀가 이 모든 일에 동의만 한다면 아주 손쉽게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다.
이것이 철원이 내린 결론이다.
철원은 PC방 근처로 걸었다.
500m
그녀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생각해봤다.
'진혜원'에 기부를 하겠다고 1억을 달라고 한다면
그녀는 과연 내놓을 것인가.
그렇다고 '원도'와 했던 모든 계획도 말할 수 없다.
심지어 '원도' 마져 '스팸메일' 1건이 1만원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그녀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할 방법으로 돈을 빌리는 법은 무엇이 있을까.
400m
근처에 편의점이 보인다.
철원는 에너지 드링크제와 커터칼을 구매했다.
에너지 드링크제는 지금 바로 사용하겠지만,
커터칼은 사용하지 않을 작정이다.
위협 정도만 줄 예정이다.
편의점을 나오고 철원은 다시 걷는다.
구매한 드링크제를 단숨에 마셔 버린다.
빈 드링크제는 누가 보던 말던 길 구석에 시원하게 버려 버린다.
철원의 눈빛이 pc방에 가까워 질수록 날카로워 졌다.
300m
철원은 생각한다.
상대는 70 넘은 노인이다.
조금만 위협을 가하다면 어쩐지 쉽게 끝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상대가 협조만 해준다면
빌린 돈과 은혜는 반드시 갚을 것이다.
200m
저기 멀리서 pc방이 보인다.
철원은 구매한 커터칼을 뜯어 날카로운 칼날을 끄집어내 본다.
100m
심장이 두근거린다.
80m
터벅 터벅
..
70m
두근두근
60m
"사장님, 들어가십시오!"
항상 자신을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던 알바생의 목소리다
알바생은 사장에게 인사를 건냈다.
노인은 고급승용차를 탔다.
"그래. 조금만 더 수고해."
여사장은 자신의 고급 자동차를 타고 갑자기 이동했다.
'부웅!'
그녀의 자동차가 철원을 무심하게 스치고 지나간다.
'이런!'
계획이 틀어진 철원은 당황하며 주변을 살핀다.
택시가 있다.
손을 뻗고 잡는다.
평소에는 잘 잡히지 않던 택시가 기가 막힌 타이밍에 선다.
"저 앞에 검은색 밴츠 좀 따라가 주세요."
"네?.. 아 네."
기사는 일단 철원이 말한 자동차를 좇기 시작했다.
"총각, 무슨 사연인지 모르겠는데, 뭔가 다급해 보이네.."
택시기사는 백미러를 통해 철원을 보며 말했다.
"말할 기분 아니니깐, 조용히 가시죠?"
기사는 자신이 바라보던 백미러를 철원의 방향으로 두었다.
"자네 얼굴을 한번 봐 보는건 어떤가?"
기사가 돌려준 거울에는 겁에 질리고, 다급해 보이는 동공의 남자가 앉아 있었다.
'괜찮아. 어차피 선행이야.'
"어떤 사연이던, 한숨 자고 내일 다시 해보는 게 어떤가?"
기사가 말을 마치자 검정색 밴츠가 섰다.
"아니요. 내일은 시간이 없습니다. 오늘 이어야만 해요!"
철원은 다급하게 자신의 지갑에서 택시비를 지급하고 내렸다.
'어차피 선행이다'
철원은 생각했다.
검은색 벤츠가 내린 곳
그곳은 바로 철원이 기부해야 할 '진혜원'이었다.
'젠장...'
철원은 사용하지 않기로 했던 커터칼이 있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그녀를 따라간다.
그녀가 '진혜원' 앞에 섰다.
철원은 그녀를 불렀다.
"사장님!"
그녀가 돌아본다.
그녀는 오랫만에 만난 철원을 알아봤다.
그녀의 얼굴이 반가운 사람을 만난 듯 환하게 펴졌다.
"철원아. 요즘 안보이던데 일 구했니?"
"아.. 사장님. 그게요."
철원은 주머니 속 커터칼을 만지작 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