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재평가
네이버에 '오인환'을 검색하면 엄청나게 많은 인물이 나온다. 가수, 교수, 작곡가, 정치인, 금융인, 공무원, 기업인, 육상감독, 언론인 등. 네이버에 등록된 이름만 18명이다. 어쩌다보니 지금은 내가 대표로 올라온다. 영광스러운 일이다. 함께 사용하고 있는 이름에 누가 되지 말아야겠다. 이름을 살피다보면 피할 수 없는 그들의 활동을 보게 된다. 그들은 나를 모르겠지만 내심 응원하게 된다. 서점을 지나가다 익숙한 책과 이름을 발견했다. 내 이름과 함께 나오던 책. '정치'에 관한 내용. 그냥 지나갈까. 하다가 멈춰서 살짝 훑어본다. '휘리릭'하고 읽힌다. 꽤 재밌다. 책을 다시 책꽂이에 넣어 두었다. 일과를 보냈다. 다시 방문한 서점에서 내가 출간한 책이 있는 지 궁금했다. 직원에게 물었다.
"'오인환'이라고 검색해주세요."
직원분은 서점에 딱 한 권이 검색된다고 했다. 그것이 이 책이다. 이쯤되면 인연이다 싶어 그 자리에서 결제하고 나왔다. 600쪽이 넘는 분량. 그렇지 않아도 읽고 있는 책이 많았다. 걱정은 됐으나 뭐 어쩌하리. 가장 읽고 싶을 때 읽으면 속도와 이해력이 2배 쯤 늘어난다. 최단시간 단숨에 읽어버리자.
'김영삼 대통령'의 내용이라고 생각하고 들었다. 현재 200쪽이 조금 넘는 정도를 읽었다. 전반적으로 김영삼 대통령의 일대기를 담은 책은 아니다. 한국 현대 정치사와 민주화 과정이 담겨져 있다. 사실 김영삼 재평가라는 책이지만, 아이러니하게 읽다보면 '김대중'이라는 인물이 극도로 궁금해진다. 속도감을 붙이고 읽던 중, 이 책의 저자가 누군지 잠깐씩 잊어 버린다. 오인환(吳隣煥) 작가 님의 글이다. 나와 사용하는 한자는 다르다. 그는 1939년생으로 한국외국어대 불어과를 졸업하고 한국일보 사회부, 정치부 부장, 편집국장을 역임하고, 공보처 장관을 지냈다. 내 이름을 검색하면 나오는 꽤 두툼하고 무게감 있는 글들은 모두 작가 님의 글이셨다.
'김영삼 재평가', '조선왕조에서 배우는 위기관리의 리더십', '고종시대의 리더십', '이승만 평전-이승만의 삶과 국가' 내가 읽고 싶던 주제도 꽤 있다. 이제 '김영삼 재평가'라는 책으로부터 하나씩 정독해 나갈 예정이다. 그럴 확신이 든 이유는 단순히 이름의 '음'이 같기 때문이 아니라, 몰입력이다. 어린 시절, 삼국지를 처음 읽었을 때 손을 떼지 못하게 만든 몰입력을 기억한다. 인물의 성격과 상황, 필연적인 역사의 흐름은 그 어떤 대하드라마보다 흥미로웠다. 현재 읽고 있는 책은 '김영삼'이라는 인물이 '제목'에 붙어 있지만, 한국 현대사를 이야기한다.
어린 시절, '김영삼'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국가부도'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국가가 부도났다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통령의 무능을 욕했다. '무능한 대통령'이라는 인식은 어린 시절에 들어 박힌 뒤,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그에 관한 기사나 역사책은 관심 밖이 었으며 그의 업적을 찾아보는 일도 그닥 흥미로운 일이 아니었다. 다만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한 문민정부 최장수 장관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그가 남겼던 정치사 업적을 '국가부도' 하나로 정의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도서 뒷편에는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하려 했다'라는 글이 적혀 있다. 내 철학과 가장 부합하는 단어가 눈에 꽂혔다. '균형' 책은 김영삼을 우상화하지도 않고 비판하지도 않는다. 담담하게 균형적인 시각에서 현대사를 집필한다. 그 이야기의 시선은 간혹 다른 인물들 속으로 깊게 들어갔다 나오지만 다시금 제자리를 찾아 '김영삼'으로 돌아온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리더'에 대한 불신이 강하다. 어쩌면 지난 역사의 탓도 있는지 모른다. '민중'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다수가 '리더'와 대립하는 역사가 적잖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오바마 대통령'이나 '존 F. 케네디', '링컨'을 위대한 지도자로 꼽으며, 우리의 지도자에 대해선 인색하다. 앞서 말한 미국 지도자들도 그들의 정치사에서 극명하게 평가가 갈리는 인물들이다. 가능하다면 정치에 관한 글을 쓰지 않으려 한다.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 다른 주제는 어떻게 쓰더라도 균형을 잡기 힘들기 때문이다. 다만 이 글은 최초 '동명의 작가'라는 호기심으로 시작했고 문학으로 읽는다. 힘을 강하게 주어 독자에게 정치적 색을 입히려고 하지 않고 담담하게 서술한다. 너무 재밌게 잘 읽고 있지만 분량이 조금 넘는지라 중간 후기를 먼저 남긴다. 검색해 보면 이 도서에 관한 리뷰가 없다. 모두가 검색량이 풍부한 '베스트셀러'만 리뷰한다면 이런 보물들이 발견되지 못할 것이다. 꼭 완독하고 2부까지 작성하겠다.
*그밖에 동명을 쓰고 계신 '교수 님'과 PD님, '작가님' 등을 비롯해 여러 '오인환' 님들의 활동에 리뷰를 올려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