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과 '추석', 평소 볼 일 없는 친척이 모여 어른들에게 인생 조언을 듣는 날.
'현충일',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순국선열을 위로하고 경건한 하루를 보내는 날
'광복절', 독립한 날을 기념하고 순국선열을 위로하기 위해 경건한 마음을 갖는 날.
'3.1절', 독립 운동을 기념하고 순국선열을 위로하기 위해 경건한 마음을 갖는 날.
'개천절', 민족 최초 건국을 기념하고 농사에 대한 감사와 경건한 마음을 갖는 날.
'한글날', 세종대왕의 애민사상을 기리고 선조들에게 감사의 마음으로 경건한 마음과 의미를 되새겨보는 날.
군대를 가면 '본래 취지'를 퇴색한 문화가 많다.
'상병 말호봉까지 관물대에 기대어 쉬지 말 것.'
'일병 4호봉까지 세탁기를 사용하지 말 것'
'병장 아래로 건빵에 우유를 말아 먹지 말 것'
그것을 '부조리'라고 부른다. 왜 그래야하는지는 사라지고, 그저 그래야 할 이유만전통이 된 일. 추석은 원래 축제다. 서로 수확한 수확물을 나누고 춤추고 노래 부르는 축제다. 시작은 그랬다. 예전에는 추석을 기다리는 세대도 있었다. 코로나 덕분에 추석 명절에 모이지 못하자, 생각보다 많은 이들은 되려 편안한 휴식을 취했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많은 사람들이 본질 없는 축제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다. '취준생', '학생', '직장인'들은 '명절 스트레스'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명절은 '축제'다. '축제' 스트레스라니 어딘가 아이러니하다.
사람들은 3.1절과 광복절에는 경건한 마음을 가져야했다. 3.1절이나 광복절에 일본 여행을 갔다는 이유만으로 비난받았다. 그것은 애국이 아니다. 전체주의다. 3.1운동과 반일은 아무 상관없다. 3.1운동의 본질은 '증오'와 '반감'을 부축이는 일이 아니다. 제국주의 식민통치의 독립을 행사한 날이다. 반일이란 증오의 명분이 된다면 되려 그 정신을 더럽히는 일이다. 8.15 광복도 '반일'이 아니다. 행사의 주체는 '일본'과 상관없다. '우리'다. 우리가 주권회복의 날이다. 할로윈 행사도 그럴지 모른다. 다만, 언제부턴가 죽은 사람들도 원치 않는 '명분'을 만들어 '산사람'도 괴롭힌다. 이유가 뭐가 됐던 잊지 않고 기리면 되고, 기리는 방법은 '경건'하고 '진지'해야만 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본질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것이다. 할로윈이 그렇다. 캘트족의 축제인 이 날은 죽은자가 자신의 영혼이 기거할 곳을 찾아 돌아다닌다는 설에서 시작했다. 어쨌거나 이 축제는 '축제'가 됐다. 산 사람들은 흉측한 모습으로 복장을 하고 즐긴다. 그것이 잘못됐을까.
초상집을 가면 사람이 죽었다는데 사람들은 식사를 나눠 먹고 술과 도박을 즐긴다. 마치 축제라도 벌어진 듯, 더 시끄럽게 취하고 즐긴다. 상주는 손님을 맞이한다. 정신 없는 와중에 축제가 벌어지고 바쁘게 하루가 흘러가면, 슬픔은 잊혀진다. 그것은 죽은자를 기만하는 것이 아니다. 산사람을 위로하는 방식이다. 그것이 더 기억에 남는다. 대한민국 하루 자살자 38명. 대략 일주일이면 260명, 한 달 1,200명, 1년이면 1만 2천명, 10년이면 12만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 숫자는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폭 희상자와 비슷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들 대부분은 압도적으로 젊은이들이다. 다시말하자면 젊은 이들의 사망 원인은 압도적으로 '자살'이다. 어떤 시대건 어려운 시기를 겪었지만 우리의 자살률은 언제나 이처럼 높진 않았다. 대한민국 자살률이 높아진 세대는 다름아닌, MZ세대다.
"여왕 생일인데 왜 쉬는 거에요?"
여왕이 생일이라서 쉰단다. 대통령 탄생일이라서 쉰단다. 행복지수가 높은 뉴질랜드 국민들은 그랬다. 이들은 본인들의 축제가 아닌 날도 행사를 크게 열어 축제를 벌였다. Chinese New Year에는 백인, 마오리, 아시아인 모두가 나와 불꽃놀이를 즐겼다. 할로윈에는 드라큘라 복장을 하고 논다. '성 패트릭 데이'에는 모두가 초록색 옷과 모자를 쓰고 나와 놀았다. 독립기념일에는 독립한 날이라서 축제다. 항상 '경건'해야하는 우리의 공휴일이 문제다. 어머니의 날과 아버지의 날도 그곳에선 축제다. 우리와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할로윈 축제를 즐기려다 사고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봤다. 어떤 이들은 비인간적인 'MZ세대'에게 따끔한 이야기를 한다. 한 두명에 의해 발생한 문제라면 도덕적 비판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다만 이들은 '세대'를 비판하고 있다. 이기적이고 놀기 좋아하며 철없는 세대라고 했다. 놀다가 생긴 사고니, 욕먹어도 싸다는 댓글도 봤다. 젊은 시절에는 놀면 안 되는걸까. 의구심이 든다.
MZ세대 전에는 국가 부도가 났다. 그전 세대는 대규모 학살이 있었음에도 독재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높았으며, 그 전 세대는 전쟁을 일으켰고, 그 전 전 세대는 나라를 잃었다. 20세기 독일에서는 다수의 광기가 만들어낸 '나치정권'이 등장했다. 사람들은 그 세대가 아니라, '히틀러'를 악마로 삼았고, '군사정권'을 악마로 삼았고, 국가 부도를 일으킨 누군가를 악마로 삼았다. 대표적 거대 '악' 뒤에 숨으면 자신들은 떳떳하다 말할 수 있을까. 이것은 세대와 관련 없다. 할로윈이 젊은이들이 즐기는 축제가 된 것은 그 유래와 상관없이 좋은 일이다. 젊은 세대는 취업 준비를 하고 열정페이나 받으며 경력을 쌓는 시기가 아니다. 초등학생도 20대도 5,60대 처럼 인생을 즐길 가치가 충분하다. 젊은이들의 문화는 다른 이들이 누려보지 못한 호황을 맞으며 전세계로 수출된다. 이들이 즐기는 행사 자체를 비난할 것도 아니다. 문제가 있다면 해결책을 찾아야지, 비난할 소재를 찾아선 안된다. 바람이 불면 바람막이를 찾아야지, 바람을 비난했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