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미니멀리즘을 추구한다. 다만 정신을 차려보면 꽤 많이 사놓고 쓰지 않는다. 단순하고 간결한 삶을 좋아한다. 돈을 아껴쓰기라기보다 삶을 단순화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단순한 삶이란 이렇다. 할부를 하지 않는다거나 빚을 지지 않는다는 것들이다. 어디로든 훌쩍 떠날 수 있도록 물건을 구매해도 얽매이지 않는게 중요하다. 오랜 해외생활과 이사를 하면서 꾸준히 산 것들을 버려 왔다. 미니멀리즘을 향한 철학 때문은 아니다. 그저 상황상 그래야 했다. 그러다보니 환경이 얼마나 삶과 마음을 편하게 했는지 알게 됐다. 향수가 생겼다. 모든 것을 버리고 어디든 떠날 수 있다는 마음은 빠른 결단과 행동력을 낳았다. 마치 최소한의 것만 소유하던 유목민들이 세계로 뻗어나간 것들과 닮았다. 조금더 저렴하다는 착각에 빠져 필요없는 것을 더 구매하거나 12개월, 24개월 할부 서비스를 받았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얽매여 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 그런차에 '후데코' 작가의 '사지 않는 생활'이라는 책을 만나게 됐다. 어째서 이처럼 많이 소유하고자 했는지 지난 시기가 한탄스럽다. 책의 저자 후데코는 정기적으로 물건을 버리라고 말한다. 집에는 사용하지 않는 방이 하나 있다. 그 방은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둔다. 사용하지 않는 방에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둔다는 게 돌이켜보면 황당할만큼 어이없다. 둘다 본질을 잃었다. 사용하지 않는 방은 10평도 넘는다. 20대에 상경하여 자리를 잡겠다고 아득바득하던 시기, 내가 살던 방은 곰팡내가 팍팍나는 7평짜리 반지하 원룸이었다. 사지 않는 물건을 재겨두는 쓰지 않는 방이 볕이 잘 들어오는 10평짜리 방이니, 다시 돌이켜보면 주인보다 호강하고 있다. 그 방에 물건이 한 번 들어가면 거의 나올 일은 없다. 따지고보면 없어도 전혀 불편함이 없다. 아마 그 방의 물건을 누군가가 훔쳐간다고 하더라도 나는 한동안 전혀 깨닫지 못할 것이다. 물건은 대단한 것은 없다. 각종 충전선이라던지 사용하지 않는 전자책, 향초, 수첩 등. 말 그대로 잡동사니다.
언젠가 책을 읽다가 '향초'에 관한 구절을 읽은 적 있다. 향초를 펴놓고 책을 읽는다는 말이 마음에 와닿았던 모양이다. 괜찮은 향초를 구하기 위해 꽤 먼곳을 찾았다. 두어 곳을 찾아서 겨우 원하는 향초를 찾았다. 찾은 향초는 몇 번 켰다. 다만 얼마 사용하던 향초는 어느새 공간을 차지하는 계륵같은 존재가 됐다. 자기 전에 향초를 키자니 주변에 불이 붙을 것 같다거나, 굳이 어둡게 책을 읽어야 하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향초는 내 손에 들려져 '쓰지 않는 방'으로 옮겨졌다. 묵직한 향초를 그 방 어딘가 놓고 나오려는데 내 눈길을 끄는 것이 보였다. 다시보니 그 향초다. 그토록 사용하고 싶던 향초는 사실 가지고 있었다. 그런 경우는 생각보다 잦은 편이었다. 사고 싶다는 욕구에 사로잡혀 구매를 했다는 점은 그 두 번이 공통적일 것이다. 대학교에서는 '마케팅'을 공부했다. 마케팅은 상품을 판매하는 일이다. 상품을 판매하는 일은 이렇다. '가진 상품이나 서비스를 상대에게 넘기는일'. 즉 내 상품과 서비스를 갖게 될 상대의 근사한 미래를 설명하는 일이다. 그런 걸 공부하던 내가 결국은 '마케팅'의 노예가 됐다. 20세기 초반, 미국에서는 경제대공황이 일어났다. 경제대공황은 '상품수요'보다 '공급'이 훨씬 많았기에 일어난 일이다. 쉽게 상품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 사는 사람이 없는데 많이 만들면 물건의 값은 떨어지고, 사는 사람은 많은데 적게 만들면 물건 값은 올라간다. 20세기에는 자동차를 비롯해 각종 산업이 '소품종 대량생산'으로 바뀌었다. 소품종 대량생산에 적응하기에 '시장'은 적응 기간이 필요했다. 사람들은 쏟아지는 상품을 모두 소비하기에 역부족이었다. 쌓여가는 물건들은 소비되지 못하고 창고에 쌓여 갔다. 상품의 가격은 떨어졌다. 재고가 쌓이면 자금 유동성은 급격하게 얼어붙는다. 현금유동성이 줄어들자 공장은 근로자를 해고하기 시작했다. 쉽게 말해 실업률이 상승했다. 실업률이 상승하고 회사의 현금유동성이 줄어들었다. 물건의 가격은 폭락했다. 실업률이 상승하자 다시 소비는 더 줄었다. 회사의 주가는 폭락했다.
물건을 많이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파는 것이다. 공장은 물건이 많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1주일에 하루만 생산하지 않는다. 이 글을 읽는 순간에도 공장에서는 끊임없이 물건을 생산해낸다. 즉, 거의 반사적으로 생산되는 물품을 시장으로 덤핑하는 일은 말그대로 박리다매이면서 덤핑이다. 채산을 생각하지 않고 시장에 내다 던지는 수준이다. 대공황을 떠올려보자. 유동하지 않는 자산이 쌓이면 쌓일수록 기업은 병들어간다. 가정이나 개인도 마찬가지다. 사용하지 않는 자산이 쌓이면 쌓일 수록 병들어간다. 기업과 개인은 서로 물품이라는 폭탄을 돌리는 셈이다. 여기에 가장 강력한 무기가 바로 '마케팅'이다. 물품 중 가장 빠르게 소비할 수 있는 물품은 무엇일까. 세 가지라고 말할 수 있다. '의, 식, 주'. 사람들은 최첨단 시대에 살면서 꽤 그럴싸한 것에 돈을 쓰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은 '패션', '요식업', '부동산업'이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서유럽 국가의 대표기업 주가를 보면 알 수 있다. 서유렵 국가들은 대게 패션사업이 주산업이다. 미국의 주요산업은 '농업'과 '에너지'다. 이 두 국가 모두의 부동산은 말할 것도 없다. 콜라는 '소화제'로 시작했다. 빵 사이에 다진 고기를 끼워 넣은 음식이나 넓은 반죽에 각종 토핑을 올린 음식은 중국에서 만들어낸 공산 제품보다 더 비싸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수명이다. 1000원짜리 펜이 최소 1년을 쓴다면 1만원짜리 빵은 그 자리에서 소비된다. 그것을 더 빠르게 소비되도록 '콜라'는 돕는다. 마케팅은 사람들을 비만하게하고 가난하게 만든다. 사지 않는 삶이란 단순하게 돈을 아끼는 것과는 다르다. 사지 않는다면 더 중요한 것을 얻을 수 있다. 동맥경화가 온 환자처럼 유동하지 않는 돈은 자신을 위해 사용되지 못한다. 그것은 곧 시간을 갉아 먹기도 한다. 한 개를 구매하면 한 개를 더 준다는 마케팅은 회사 재고를 이쪽으로 넘기는 일이다. 그것을 빈번하게 받아 드릴수록 더 가난해지고 비만해질 여지가 많다. 작가 '후데코'의 말처럼 정기적으로 꾸준히 버려가며 나를 비우고 구매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시간과 돈에 있어서 자유를 얻는 것이지 않을까.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