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으로 애국가를 쓰고 있다고 해보자. 오른발은 바닥에 세모를 그리고 머리는 좌우로 흔들고 있다고 해보자. 이때, 왼손으로 아주 사소한 작업 하나만 해보자. 컵에 물을 따른다던지. 간단하게 가위 바위 보를 해도 좋다. 과연 가능할까? 뭐든 좋다. 떠오르는 가장 간단한 일을 해보자. 왼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 왼손이기 때문에 힘들다고 말할 지도 모른다. 아니다. 더 여실히 말하자면 왼손도 비약했다. 두뇌는 의식에 5%도 두지 않는다. 나머지 95%는 무의식이다. 앞서 말한 왼손은 의식이다. 오른손과 오른발, 머리는 무의식이다. 의식을 행할 때, 무의식도 세차게 가동된다. 이렇게 최소한 물 한잔을 따르려면 오른발, 오른손, 머리를 차분하게 두어야 한다. 어떤 일을 하던 마음대로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 시원찮게 결과가 좋지 않을 때가 있다. 나를 구성하는 시스템들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왼손에 신경을 쓰니, 나머지가 느려진다. 나머지에 집중하면 왼손이 작동을 멈춘다. 스마트폰이건 PC건 눈에 보이는 프로그램 가동이 없다고 해서 멈춰 있는 것은 아니다. 눈에 보이는 실행 프로그램이 없더라고 백그라운드 프로그램은 엄청나게 가동된다. 무의식은 백그라운드 프로그램을 매섭게 돌린다. '눈'은 밝을 바라보는 창구다. 천체 망원경으로 천체를 바라 볼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한 쪽 눈을 감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천체 망원경으로 '달'을 볼 때, 다른 눈도 함께 뜨면 달의 상(想)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달을 보기 위해선 한 쪽 눈만 감아야 한다. 다만 마음 속 상(想)을 보기 위해선 두 눈을 감아야 한다. 어두워야(瞑) 상(想)이 보인다. 그래서 명상(想瞑)이다. 얼마 전, 반응속도가 느린 스마트폰을 가지고 센터를 방문한 적 있다. 터치를 해도 좀처럼 작동하지 않고 반응 속도는 지나치게 느렸다. 간단한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하려고 해도 굉장히 오래 걸렸다. 센터를 방문하자, 수리기사님은 스마트폰을 재부팅하더니 말씀하셨다.
"스마트폰을 재부팅한지 얼마나 되셨나요?"
생각해보니 구매하고 스마트폰을 꺼 본 기억이 없다. 대답했다. 기사님은 말씀하셨다.
"정기적으로 재부팅을 해주셔야 합니다."
안드로이드폰은 오랜 기간 켜놓으면 불필요한 데이터가 쌓여 점차 무거워진다고 말씀하셨다. 특별한 고장은 없지만 시스템 에러가 빈번해지고 터치 반응이 시원찮아 진다고 했다. 재기동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했다. 컴퓨터가 느려지거나 전자책이 느린 경우에는 마찬가지다. 컴퓨터를 하다가 귀찮음에 '절전' 모드를 믿고 끄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는 기계의 수명도 줄이지만 지금 당장 해야 할 작업 능률도 현저하게 떨어뜨린다. 인간의 두뇌도 마찬가지다. '절전'모드라는 '8시간 수면'이 있다. 다만, 시스템을 원활하게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인간의 뇌를 순수한 상태로 돌려놔야 한다. 뇌를 순수한 상태로 돌리는 법. 뭐가 있을까.
우리는 생각하고 있지 않아도, 생각하고 있다. 1초에 한 번씩 생각이 바뀐다. 영화를 보거나 친구와 대화를 하거나 노래를 듣거나 밥을 먹을 때도 그렇다. 책을 보거나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할 때도 그렇다. 쉬고 있는 순간에도 그렇다. 뇌는 쉬지 않고 1초에 한 번 씩, 끊임없는 생각을 올렸다 내렸다 작업한다. 이 말이 의심스럽다면, 지금 읽고 있는 글을 잠시 멈추고 5분만 눈을 감아보자. 온갖 잡념은 올라오고 사라진다.
"내가 지금 뭘하고 있는 거지?"
"이거 제대로 하고 있나?"
"5분이 이렇게 긴가?"
"아 배고프다."
"지금 시계를 볼까?"
"조금만 더 해볼까?"
"오늘 김부장은 왜 그런 이야기를 했을까"
깜짝 놀랄 지도 모른다. 놀랄만큼 우리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것은 눈을 뜨고 있으면 보이지 않는다. 눈을 감아야 비로소 보인다. 눈을 감으면 5분도 길다. 1~2분 정도만 지켜봐도 최소 십수개의 생각이 떠오른다. 그것은 감정일 수도 있고 본능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쨌건 우리의 백그라운드를 가동시킨다. 안을 들여다 보지 않는 사이 밖에서 들어오는 정보만 바쁘게 처리하고 있는 와중에도 우리의 백그라운드는 그처럼 바쁘게 돌아간다. 어쩌면 외부보다 더 바쁘게 돌아간다. 그것을 거의 대부분의 시간 놓치고 있다. 이제 우리의 상태를 바라봤다. 우리는 왼손에 물병을 들고 있다. 타겟은 물컵이다. 이제 그것을 따르기만 하면된다. 분명 차분하게 따를 수 있다고 여길지 모른다. 그러나 당신의 오른발과 오른손은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으며 머리는 세차게 좌우로 흔들거린다. 이제 해야 할 일은 그것들을 진정시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진정될까. 방법은 단순하다. 그것을 그냥 바라보고 있으면 된다. '언제 까지 왈가닥거리나 한 번 보자'는 마음으로 그것을 그저 바라보면 된다. 다른 방법으로는 호흡을 세면 된다. 들어마시고 내뱉고, 들어마시고 내뱉고. 명상은 그렇다. 별 거 아니다.
가부좌를 튼다. 눈을 감는다. 허리는 꼿꼿하게 세운다. 엄지와 집게 손가락 끝을 붙이고 나머지 세 손가락은 밖으로 벌린다. 턱은 당긴다. 흔히 말하는 명상 동작이다. 아니다. 그것은 명상 동작이 아니다. 명상은 걸어가며 할 수도 있고 음식을 먹으면서 할 수도 있다. 편안하게 누워서 할 수도 있고 기대고 할 수도 있다. 과정이 복잡하면 실천은 멀어진다. 누군가는 말한다.
"공부하는 자세가 잘못됐다."
"책 읽는 자세가 잘못됐다."
내가 보기에는 말을 하는 그 '누군가'가 가장 잘못됐다. 어떤 것을 할 때, 자세는 분명 중요하다. 다만 '자세'는 더 나아지는 조건일 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자세'가 아니다. 변호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로보트 할리는 '누워서 공부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편한 자세로 공부해야 더 학습이 잘 된다고 했다. 말은 꽤 공감된다. 어떤 일을 할 때, '자세'는 나중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편한 일에 시간을 더 많이 보내려 한다. 불편한 자세보다 편한 자세가 더 많은 시간을 쏟게 할 것이다. 많은 시간이 쏟아지면 흥미는 욕심으로 변한다. 욕심이 생기면 저절로 가장 이상적인 자세를 찾아 낼 것이다. 명상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어려운 것은 아니다. 명상은 마음 상태를 '순수'로 돌려 놓는 일이다. 그 뿐이다. 방법은 그 뒤다. 명상이 '멍때리기'는 아니지만, '멍때리기'는 명상이다. 명상이 '수면'은 아니지만, '수면'은 명상이다. 고된 하루, 낮잠을 자면 희한하게도 잠자기 전의 스트레스가 사라진 것과 같은 체험을 하게 된다. 명상은 이처럼 '순수'의 상태로 뇌를 초기화 시키는 작업이라고 보면 된다.
-시간은 없는데 신호가 빨간불로 바뀔 때
-밖을 막 나섰는데 비가 내릴 때
-눈 앞에 있는 사람이 내 말을 안 듣고 있는 것 처럼 보일 때
여러 상황이 있다. 그런 상황마다 우리는 그 상황을 판단하기 위해 백그라운드를 무지하게 가동한다. 생각하고 있지 않는 것 같지만 생각하고 있다. 그것은 일시적으로 일어나지만 이내 사라진다. 모든 것이 일회적이다. 모든 감정은 오지만 곧 간다. 그것을 깨달으면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감정의 주인이 된다. 오른손과 오른발, 왼발을 모두 내 자유의지대로 조절하고 머리도 차분하게 해야 비로소 그 정신과 육체는 오롯하게 내가 된다. 이런 명상은 초심자가 하기 어렵다. 고로 어떤 자세나 방법을 따지는 것은 좋지 못하다. 그저 마음을 편하게 먹고 눈을 감은 뒤, 내 호흡과 생각을 지켜보는 일이면 족하다. 처음에는 1분, 다음에는 5분 이런 식으로 늘려가면 그만이다. 권장하기로는 하루 20분씩 2회~3회라고 한다. 그래봐야 1시간이다. 사실 1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지금 당장 스마트폰을 켜서 사용 시간만 살펴도 쓸데 없는 어플리케이션 사용시간이 수시간이라는 걸 확인 할 수 있다. 외부를 살피는데 수십시간을 사용하면서 내면을 살피는데 1시간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자신보다 외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명상을 하면 무엇이 좋아지는가. 이런 질문이 올 수도 있다. 꽤 엄청난 효과는 있겟지만, 드라마틱한 효과를 기대한다면 기대하기 어렵다. 양치질을 한다면 어떤 점이 좋은지를 묻는 것과 같다. 양치질은 양치질은 오랜기간 하지 않으면 냄새가 나고 이가 썪기 시작하지만, 양치질을 했다고 더 건강한 치아를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덜 건강해지는 것을 막을 뿐이다. 명상에 답이 있다.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고 지금 떠올리는 상념들을 바라보자. 자신의 마음을 중립으로 두자. meditation의 어원은 medi-중간에 있다. 이것은 medical 치유와 어원을 함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