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그래... 언제부터 인플루언서였나?

by 오인환


슬럼프를 겪은 적 있다. 뭘 해도 시원찮았다. 평소 직설적으로 조언하는 친구 녀석에게 털어놨다. 녀석은 말했다.


"니가 언제부터 잘 나갔는데?"


잘 나간 적은 없지만 직설 화법은 역시나 나를 벙찌게 했다. 군대에서는 이런 말이 있다. '조금만 풀어주면 기어 오른다' 물론 시대에 맞지 않는 말이지만, 부대 고참은 그렇게 말했다. 부조리를 만들어내는 나쁜 말이라고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꼭 틀린 말도 아니다. 조금 더 잘해주는 고참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살짝 씩 선을 넘어보기도 한다. 군대에서 사용하는 용어라 거부감이 들수도 있다. 오래 전, 배우 류승범은 '부당거래'라는 영화에서 다음과 같은 대사를 했다.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알아요."


하나 둘 맞춰주다 보면 실제 사람은 호의를 권리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남에게 적용하긴 꽤 까다롭지만 대상을 나에게 적용하면 단번에 이해된다.


'보자 보자 하니까...'


한 번, 두 번을 봐주면 끝까지 기어오른다. 내가 그렇다. 누구에게 그런고 하면, 나에게 그렇다.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쓰면 최소 500명이 좋아요를 눌러준다. 인스타그램에 글을 써도 최소 500분이 공감을 눌러준다. 유튜브를 올리면 희안하게 5명도 적잖다. 오르지 않는 조회수를 보며 생각을 했다.


"이걸 내가 왜 해야 하지? 아무도 보지 않는데..."


그럴 때, 그 친구 녀석이 말이 떠오른다. 녀석은 머릿속에 불쑥 튀어나와서는 팔뚝만한 몽둥이로 뼈 뿐만 아니라 뒷통수도 후려 갈긴다. 누가 보는게 무슨 상관인가.



블로그를 처음 시작했을 때, 한참 동안 조회수는 '0'이었다. 인스타그램도 그렇다. 언제부터 '인플루언서'라고 영상 조회수가 나오지 않으면 적잖이 당황한다. 친구녀석은 나보고 말했다.


"너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을 생각해."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촌놈이었다. 내 세번 째 저서인 '촌스러워도 괜찮아'에도 관련된 내용이 나온다. '리'촌놈이 중학교를 가면서 '읍' 촌놈으로 성장했다. 고등학교를 가면서 '서귀포시 촌놈'이 됐다. 군대를 가니, '제주촌놈'으로 신분승격했다. 유학을 가자 나를 촌놈으로 부르던 이들과 모두 동격이 됐다. 해외에 있는 이들은 '서울' 사람과 '리' 촌놈을 구분하지 못했다. 어쨌건 그렇다.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그 놈이, 그놈인 동네 친구들하고만 진학하던 그 시절, 내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곤 옆 책상 코흘리개였다. 내가 하는 말을 누가 귀를 기울여 준단 말인가. 그것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다. 고개가 뻣뻣해지면 직언하는 친구녀석의 말이 무의식적으로 떠오른다. 싱가포르에 사업을 진행하고 비슷한 사업을 '홍콩'과 베트남에도 진행하고 싶었다. 홍콩 바이어와 베트남에는 수출 사업을 진행하기에 무리가 있었다. 중국을 거쳐서 들어가야 한다거나 판매할 아이템 이외에 다른 아이템을 함께 껴서 판매해야 했다. 바이어와 이야기가 어그러지자. 친구녀석이 다시 머릿속에 튀어나왔다.


'니가 언제부터...'


숙연해진다. 코미디언 유세윤은 자신의 슬럼프를 회상하며 한 프로그램에서 눈물을 보였다. 예전과 같은 열정이 생기지 않는다는 마음이 공감됐다.



초심을 갖는다는 것은 말로는 쉽지만 쉽지 않다. 초심을 지킨다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좋지 않을지도 모른다. 해외 취업하던 시기, 나의 상사는 나를 보며 말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상사와 사장은 나를 꾸준히 성장시켰다. 그의 말은 맞았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초심을 항상 지킨다는 것은 어떤 면에 있어서 어리석기도 한다. 변할 건 변하고, 지킬 건 지켜야 한다. 혹은 변할 만큼 변하고 정기적으로 되돌아가야한다. 블로그, 인스타, 브런치 등 운영하고 플랫폼은 적잖게 주목을 받는다. 유일하게 성공적이지 못한 플랫폼이라면 유튜브다. 아직도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 다짐하고 다시 포기하고, 다시 도전하고 다시 포기하기를 반복한다. 이처럼 일관적이지 못하고 주제도 통일하지 못한 엉터리 유튜브 채널이지만 738분이나 구독을 해주신다. 물론 새로운 영상을 올릴 때마다, 구독을 취소하시는 분들이 더 많아지지만 감사하게도 어떤 분들은 어떤 영상을 보시고 구독을 눌러주시기도 한다. 내가 어떤 일을 저지르거나 다짐할 때, 가장 많이 하는 마음속 말이 하나 있다.


'알게 뭐야. 어떻게든 되겠지.'


아무래도 요즘 대세라고하는 유튜브는 결코 포기하기 힘들다. 아마 이런 다짐도 언젠가 다시 희석될지 모르지만, 일단 오늘 다시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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