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책] 시공간이 99%는 비워져 있다_현실을 구분할

by 오인환

우주는 공간이 99%고 시간도 여분이 99%다. 채운다는 것이 얼마나 부질 없는가. 사람이 한번 눈을 깜빡이면 평균 0.3초가 걸린다. 성인기준, 1분에 약 15번 정도를 깜빡인다. 수면시간 8시간을 제외하고 눈을 뜨고 있는 16시간 중 총 1만3천800회, 한 시간 반 정도는 눈을 감는다. 다시 말하면 대략 하루 24시간 중 10시간은 눈을 감고 있다. 샤워할 때, 눈을 감는다거나 기타 여러 가지 상황을 추가해보자면 24시간 중 거의 절반 가까이는 눈을 감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100세 시대, 근 50년은 눈을 감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따지고 보자면 숨이 끊어지기 직전과 직후에도 인간은 눈을 감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다. 그것은 공간과 같다. 눈을 감으면 시골 여관방과 호텔 스위트룸은 구별할 수 없다. 눈을감고 있으면 갑갑한 일상인지 하와이 해변에 누워 있는지 구별할 수 없다. 매트릭스가 말하고자 하는 바도 그렇다.

'What is REAL?'

진짜란 무엇인가? 현실이란 무엇인가? 어차피 감고 있는 절반도 '현실'이다. 눈을 뜨면 금은보화가 쌓여 있다손 쳐도 눈을 감으면 그것은 어디에도 없다. 온갖 상념이 떠오르고 꿈에서는 악몽이 떠오르고 걱정과 불안이 언제나 따르고 있다면 정작 성공한 인생이라 할 수 있겠는가. 겉과 밖 중 어느 것이 '리얼'인가? 수백조 자산가나 수 억 채무자나 잠에들면 별반 다르지 않다. 하루 16시간 중 2시간의 감고 있는 시간도 그렇다.

우주는 다시 99%가 공간이다. 시간도 99%가 비어있다. 인생 아무리 아름답게 산다고 해도 누구나 변을 보면 뒷처리 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콧수염을 정리하거나 손톱, 발톱을 깍는 시간은 필요하다. '잘났소'하는 톱스타도, 사회관습을 거부하는 부랑자도, 대통령이나 취준생도 마찬가지다. 나라를 구했던 이순신 장군과 천재 뉴턴과 아인스타인도 그랬고 세계 최고 부자라는 '빌게이츠'도 마찬가지다. 누구도 다르지 않다. 그들도 잠에 들면 전재산을 눈꺼풀 밖으로 방치하고 눈꺼풀 안쪽 내면으로 빠져 들어간다. 내면으로 들어갈 때는 아무것도 들고가지 않는다. 10원 한닢도 챙길 수 없는 '내면'에서 또 어떤 누군가는 반대로 빈곤해진다. 인생의 절반, 무엇으로 채워야 하나. 예전 TV프로그램에서 '동상이몽'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갈등을 갖고 있는 자녀와 부모의 관계 개선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처음에는 자녀의 시선으로 영상을 편집하여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이 영상을 보며 공감한다. 부모의 이야기는 들어 볼 필요도 없을 정도로 명확한 갈등이다. 다음 영상으로 부모의 시선으로 영상이 편집되어 보여준다. 다른 쪽의 입장에서 보니, 그럴 법 하다는 생각과 함께, 반대쪽의 잘못했다고 생각된다. 편집자는 하나의 필름으로 촬영한다. 촬영된 일상은 두 개의 시선으로 편집한다. 그것은 그렇게 보면 그렇게 보이고, 저렇게 보이면 저렇게 보인다. TV를 잘 보지 않던 내가 '슈퍼스타K'라는 영상을 봤다. 프로그램의 별칭에 '악마의 편집'이 붙었다. 때로 출연자들은 자신이 말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내용이 들어가 있기도 했다. 그렇다. 이렇게 편집하면 이렇고 저렇게 편집하면 저렇다.

중국의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문제를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된다.' 모든 것은 그렇다. 우리 다수는 경증 편집증세를 갖고 있다. 문제를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 모든 상황을 문제 삼으며 따지고 들어간다. 이미 수 년이 지난 과거의 내용을 끊임없이 끄집어내어 문제를 삼고, 오지도 않을 미래의 이야기를 쓸데없이 끄집어와서 문제를 삼는다. 문제를 삼는 이의 눈 앞에 얼마의 자산이 축적되고, 얼마의 금은보화가 쌓여 있는지는 중요치 않다. 문제 삼기를 즐기는 이들이 감은 나머지 절반 인생은 온통 복잡하고 쓰레기더미 처럼 냄새나는 것들로 채워져 있다. 눈을 감았을 때, 머릿속에는 든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고 온통 걱정과 비관 뿐이라면 세계최고의 부자가 된들 무슨 의미가 있으랴. 간혹 그런 상상을 할 때가 있다. 눈 밖의 세상은 시공간을 초월할 수 없지만, 눈만 감으면 학교가기 싫어 했던 학창시절로 돌아가고, 해외로 수출을 성사하고 돌아가던 인천행 비행기 비즈니스석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읽었던 소설의 한 부분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어차피 인생이란 '채워진 공간과 시간'은 극일부에 불과하다. 우리의 대부분은 비워진 시간과 공간을 살고 있으며 채워진 시간과 공간 또한 절반은 눈을 감고 있다.

'WHAT IS REAL?'

초록약과 빨간약 중 어떤 약을 선택할지는 매순간 결정할 수 있으나,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실제'라는 것이 '허상'이라는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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