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인간 이도의 이야기_세종대왕 이도 1, 2 ,

by 오인환

취미를 물으면 '독서'와 '음악감상', 존경하는 위인을 물으면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처럼 정형화된 대답들이 있다. 너무 보편적이라 상대에게 호기심 조차 불러 일으키지 못하는 대답이다. 때로는 유치하거나 성의없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기도 한다. 취미에 '독서'를 말하면 정말 책읽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닌, '좋아하는 것 없는 사람'으로 보여지고, 존경하는 위인으로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을 말하면 그닥 존경하는 인물이 없는 사람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그런 이유로 간혹 사람들은 독특한 자신의 정체성을 담아 낼 수 있는 대답을 쥐어 짠다. 나 또한 그랬다. '취미'를 묻는 질문지에 '독서'라고 적으면 어쩐지 성의없는 대답처럼 보여질 것이 뻔했다. 존경하는 인물에 '세종대왕'이라고 답하면, 존경하는 인물이 없나 생각해 질 것 처럼 생각됐다. 그 대답이 1차원적이고 반사적인 대답이 아닌, '진짜'라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 한 번 더 그것을 강조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했다. '세종'이라는 이름보다 '이도'라는 이름에 정이 간다. 황제나 왕이 죽으면 신위를 모실 때, 종묘에 붙이는 '호'가 필요하다. 그것은 '태종, 세종, 인조'처럼 '종'이나, '조'로 끝난다. 세종대왕을 '세종'이라고 부르는 것 혹은 '세종'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 인물의 온전한 정체성을 담았다고 보기 어렵다. '뉴턴'을 'Sir Isac Newton, President of Royal Society'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인물을 그대로 받아 들이기에는 '이도'라는 이름이 적합하다고 본다. '이도'라는 인물은 '국왕'이라는 지위와 직업 때문에 저평가 된 '천재'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한 사람이 이처럼 많은 관심사를 갖고 있는지, 가끔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떠오르기도 한다. 세계사에서 유능한 국왕의 존재는 많지만, 국왕이 천재인 경우는 그닥 찾아보기 어렵다. '이도'는 '천문학, 음악, 수학, 미술 등 다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었으며 역시 다독가였다.



그 비범한 인물은 한반도에 국왕으로 재위한 30년의 스치는 기간 동안 엄청나게 많은 업적을 쏟아 낸다. 다시 생각해도 아이러니한 것이 바로 '한글'이다. 정답을 보고 나니, '그럴 법하다'라는 생각이 '콜럼버스의 달걀'을 닮았다. 이도의 한글은 지금으로썬 '그런가 보다' 싶지만, '무(無)'에서 '유(有)'로 창조하는 과정을 되짚어본다면 소름끼칠 정도다. 이 글이 얼마나 과학적인지 보자면 그 영향력이 현재에도 미친다. 영어에서 'Starcraft'라는 단어를 쓰면 왼손만 바쁘게 움직이지 오른손은 움직이지 않는다. 다만 같은 음인 '스타크래프트'라는 단어를 쓰기 위해서 오른손과 왼손이 번가아가며 움직인다. 자음과 모음의 균형이 적절하게 구분되어 하나의 음절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 구성도 굉장히 단순하다. 선과 점으로 소리의 방향도 표현한다. 이 말은 즉, 선과 점만으로 'ㅏㅑㅓㅛㅗㅜㅠㅡㅣ'를 모두 표현 가능하다. 스마트폰 키패드의 숫자 내로 자음과 모음을 모두 표현 가능한 거의 유일한 문자이기도 하다. 이도는 단순하게 '일'에서만 완전한 인물은 아니다. 시대에 맞지 않는 로맨티스트 였으며 천성도 순한 편이었다. 형제 간의 갈등에 있어서도 불편해했고, 태종 이방원이 간섭에도 굉장히 현명하게 대처했다. 그의 일화를 살펴보자면 어쩌면 빈틈이 없이 곧은 인물로 보여진다. 세종대왕에 대한 글은 이 책이 아니더라도 꽤 많은 책을 통해 읽었다. '이도'라는 인물에 심취해 있던 시기, 그에 관한 책과 영상을 꽤 많이 뒤져보곤 했다. '세종대왕 이도'라는 책은 총 3권으로 이뤄진 책이다. 요즘 웹툰 주인공으로 나올 법한 그림체 덕분에 쉽고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거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다. 표지와 상반되게 내용은 전혀 가볍지 않다.



예전 세종의 업적에 대한 이야기를 듣던 와중, '태종 이방원'의 덕도 있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처음에는 의아할 수 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또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군입대를 하다보면 '풀린 군번'과 '꼬인 군번'이 존재한다. 다시 말하자면 노력여하에 상관없이 '흐름상' 피할 수 없는 것도 있다. 쉽게 말해 풀린 군번이란 60명이 생활하는 내무반에서 40명이 병장인 경우를 말한다. 이런 경우에 5개월 뒤에는 40명의 고참이 바로 전역을 하기에 때문에 이제 갓들어 온 신입은 얼마 뒤, 내무반 '왕고참' 행세가 가능하다. 반대로 꼬인 군번이란 60명이 생활하는 내무반에서 왕고참이 '일병'인 경우다. 이런 경우에는 후임은 들어오는 속도와 고참이 전역하는 속도가 현저하게 적기 때문에, 아주 오랫동안 내무반 막내로 있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이것은 흐름이다. 태종 시기에 강력한 왕권을 물려 받은 세종은 보다 편하게 자신의 생각을 정치에 투영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인물이란 그렇다. 능력만 가지고는 되지 않는 것들도 있다. 능력과 흐름, 운이라는 3박자가 맞아야 비로소 그 진가가 발휘된다. 어쨌건 500년 전 세종 시기에는 우연하게도 굉장히 좋은 흐름에 굉장히 좋은 인재가 좋은 기회를 타고 났다. 흔히 말하는 천 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행운 덕분에 이처럼 우리는 여러 혜택을 얻는다. 간혹 어떤 어려움이 있을 때,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때'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 어쨌건 '이도'라는 인물의 삶을 보면서 여러가지를 배우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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