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인물검색에 MBTI 항목이 추가됐다. 프로필에 INFJ가 보인다. 별자리나 혈액형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것에 흥미가 없으나 첫 MBTI 검사에서 적잖게 당황했다.
'나 같은 사람이 또 있단 말이야?'
그것은 위안이 됐다. 지극히 나만 알고 있는 모순적인 성격이 '성향'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생각보다 이런 유형이 많기도 했다. 할 때마다 결과가 달라지는 사람들도 많다. 다만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해도, 최대한 융통성있게 접근해도 단 한번도 INFJ가 아니었던 적은 없다. 몰라서 그렇지, 꽤 오랜기간 비슷한 사고 방식으로 살았던 모양이다. 지표에 따르면 INFJ는 내형적인 사람이며 논리와 원칙보다는 관계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인식한다. 또한 감정적이며 합리적인 결정을 선호한다. 결과편향일 수도 있다. 나를 정의한 글에 과하게 공감했다. 과거에 여행을 갔던 적이 있다. 여행은 휴식을 위해 떠나는 일이지만, 어디에서 화장실을 가야하고 어떤 식사를 해야하며 어떤 길로 이동해야 하는지 계획을 짜놓았다. 물론 지키진 않는다. 계획된 틀에서 적당한 융통성만을 발휘한다. 계획은 완벽주의자처럼 짜지만, 행동은 한량처럼 한다. 분명한 것은 본인이 만들어낸 '이상'에 도달하지 않는 현실에 좌절한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 꽤 그럴싸 해보인다. 이유는 그렇다.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무언가 방향성을 갖는듯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스스로 생각하기에 자신이 얼마나 형편 없는지 잘 알고 있다. 언제나 좌절되는 목표를 설정한다.
예전에는 대인기피가 있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사람 만나는 일에 피곤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여기서 '사람'이란, 편한 친구나 가족도 포함이다. 함께하면 즐겁고 좋다. 다만 어떠한 만남이라 하더라도 업무처럼 느껴진다. 조용히 혼자 있는 시간에 에너지가 충전된다. '통화'도 가급적하지 않는다. 마음 내킬 때 문자를 하는 편이다. 사람과 상대하면서 즉각적 대처에 에너지 소모가 많다. '대인기피'와 다르다. 같은 성향의 사람들을 살펴 볼 때, INFJ는 짧은 시간에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살핀다. 표정, 목소리, 분위기, 말투, 뉘양스. 모든 것을 파악한 뒤, 가장 합리적인 대답을 내놓는다. 너무 많은 정보를 파악한다는 것은 에너지 소모를 말한다. 마치 빠르게 떨어지는 테트리스 블록에 재빨리 맞는 구멍을 찾아 넣어야 하는 정도의 긴장감인듯 하다. 그것이 대인기피와 다르다는 사실은 사회생활을 하며 느꼈다. 단순히 선호하지 않을 뿐이지, 사람과의 관계에서 꽤 능동적으로 주도하기도 한다. 가만보면 본인조차 알 수 없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항상 좌절한다. 내향성을 갖고 있지만, 외향적이기도 하다. '내성적인 성격'이라는 사실을 본인은 알고 있지만, 상대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람에 따라 다르게 상대하기 때문이다. 외향적인 사람과는 비슷하게 대응하고, 내향적인 사람에게는 그에 맞게 대응한다. 고로 주변에 INFJ가 있다면, 거울의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다. 머릿속으로는 엄청나게 돌아가고 있는데, 겉으로는 평온해 보인다. 평온하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과부하 상태이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른 대처를 시뮬레이션 해보다보면, 겉으로는 차분하고 냉철해보이고, 평온해 보이기도 한다. 다만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 했던 모든 자아가 자신이기에, 자신은 그 모습에 동의하지 못한다.
기본적으로 생각이 많다. 고통스럽다. 인간은 본래 생각이 많을수록 고통스럽다. 돌아가는 생각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야 말로 고통을 줄이는 일이다. 다만, 성격상 어쩔 수 없이 많은 생각을 하고 산다. 고로 이것을 다른 분야로 풀어주지 않으면 스스로 우울해지거나 비관에 빠지기 쉽다. 이것을 풀어주는데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읽거나 쓰는 일이다. 고로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글을 좋아한다. 자신의 과거와 미래, 현재 상황에 대한 불필요한 시뮬레이션이 돌아가면 그것은 망상이 된다. 이런 망상은 창의적이기도 해서 때로는 좋은 글감이 된다. '인생', '삶과 죽음', '철학' 등에 관심이 많다. 대부분의 생각이 현실적이기 보다 이상적이다. 이런 주제는 가벼운 일상 대화를 나누는 다른 사람들과 다른 관심사이기도 하다. 고로 마음 맞는 상대를 찾기 쉽지 않다. 어떤 사람도 카페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철학', '삶과 죽음', '종교' 등의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 혼자 고민하고 고립되기 쉽다. 중학교 시절 좋아하는 친구 녀석이 나에게 '다중인격' 같다고 말했다. 동의했다. 사람에 따라 자신의 모습을 바꿔가며 보여준다. 인간은 원래 다면적이라지만, 모호한 정체성에 고통스러워 하기도 한다. 가장 적은 유형이라지만 인터넷을 검색해 보다보면 꽤 많은 사람들이 있단다. 이야기에 따르면 운이 나쁠 경우, 이 유형을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한다. 희귀한 유형이다. 다만 온라인상에는 생각보다 흔하다. 자기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많은 나머지 비슷한 게시글에 모여지는 것 같다. 가장 적은 유형으로 1%도 되지 않는다. 특히 엄청나게 희귀한 것은 '남자'이면서 이 유형인 경우다. 이는 아주 극하게 드물다. 사회구조상 남성이며 이 유형인 경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많이 보인다. 참 불완전한 그들의 존재가 온라인에서 많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외로 안심을 한다. 나 같은 이상한 사람이 참 많기도 하구나...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