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제주 신화 테마파크_크리스마스날 쌍둥이와 함께

by 오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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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얼거리는 아이를 달래는 방법으로 '산타클로스'를 빈번히 이용했다. 간식을 먹지 않아도 혹은 양치질을 하지 않겠다고 해도 '산타클로스'의 이름을 빌리면 뭐든 쉽게 해결됐다.

'제주신화테마파크' 입구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아이가 칭얼거리자, 습관처럼 내뱉었다.

"그거 산타할아버지가 다 봤거든? 이제 선물 안사준다."

그러자,

"알았어요."

라고 몇 번을 대답하던 하율이가 조용히 말한다.

"아빠, 근데 그거 가짜야. 산타 할아버지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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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라서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렇게 말하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안줄텐데?"

하율이가 조용히 말했다.

"아빠, 산타는 가짜야."

하율이에게 산타는 있다고 일러두고 식사 뒤에 산타 할아버지와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고 나오면서 하율이가 다시 말한다.

"저거 가짜야. 저거 일하는 사람이야."

"이놈이, 자꾸 그렇게 하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안준다."

이야기를 하자 하율이가 대답했다.

"알았어. 그럼 있는 걸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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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들켜 버리다니, 언젠가 한 연구 결과에서 산타를 오래 믿는 아이일수록 도덕성이 뛰어났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최대한 들키지 않기 위해, 수일 전부터 캐롤과 만화, 영화를 비롯해 물밑 작업을 해 두었는데, 벌써 들켰다는 사실이 허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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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따로 계획하진 않았지만,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산타클로스를 볼 수 있는 행사가 있을까 찾아봤다. 웬만한 곳은 다 갔다 온 듯 했다. 결국 찾은 곳은 '신화 테마파크'.

여러 곳을 다녀왔지만, 이곳은 꽤 성공적이다. 볼거리가 많지만, 감당할 수 없는 스케일의 '에버랜드'나, 탈 것이 많지만 줄을 서다 보면 하루가 다가는 '롯데월드'보다 괜찮았다. 적당히 몇 개를 타고 체험을 하니 하루가 금방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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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만 하더라도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집 밖을 나서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참 운이 좋게 크리스마스에는 적당한 눈이 쌓여 있고, 내리지는 않았다. 이처럼 좋은 날 집에만 있는 것은 아이들에게 너무 큰 손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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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장갑과 모자를 사주고 즉석으로 이것 저것 타보았다. 너무 추웠던 나머지 오래 있지는 못했지만, 날씨가 조금만 풀리면 하루 종일 즐길 수도 있을 것 같다. 가볍게 후드티 하나만 입고 갔던 터라, 아이들보다 내가 더 오들 오들 떨었던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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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처음에 탔던 기구는 회전목마다. 나 또한 어린시절 좋아했다. 범퍼카와 회전목마. 지금 생각해보면 커다란 기계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저 단순한 놀이기구를 왜 좋아했는지 이해가 안되지만, 당시에는 너무 재밌었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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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락 내리락 하는 느낌보다는 타고 난 뒤, 밖에서 서 있는 엄마, 아빠를 찾아 손 흔드는 재미었던 것 같다. 함께 탈까 했다. 좌석은 만석이었는데, 나와 어린 여자 아이가 타지 못해 있었다.

조용히 직원에게 타지 않겠다고 말하고 나왔다. 아이들 사진을 찍어주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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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사진을 찍어주고 나와서는 몇 걸음 걷다가 넘어졌다. 넘어지면서 왼손에 다율이와 오른손에 하율이를 같이 넘어뜨렸다. 하율이는 털고 있어났고 다율이는 '아빠 미워!'하며 한참을 울었다.

아마 넘어지면서 옷과 장갑이 젖어서 그런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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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조용히 한 바퀴를 도는 열차를 탔다. 가벼운 시작이었다. 아이들이 흥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까, 피곤함이 싹 가셨다. 사실 아이들은 이곳을 오기 싫어 했다. 일단 가장 멀었던 거리가 큰 문제였다.

어디서 출발해도 큰 마음을 먹어야 하는 위치다. 특히 다율이는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 멀미 때문에 입구에서 토를 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토를 해서, 그 자리에서 한참을 울었다. 괜히 오자고 했나, 후회가 됐다. 열차를 타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에 조금의 죄책감을 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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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 입장하기 전, 아이가 길에 토를 했다. 차로 뛰어가서 먹던 과자봉지와 물티슈를 가지고 왔다. 일단 물티슈로 아이를 닦고 새 마스크를 씌웠다. 바닥에 쏟아진 것을 치우기에 너무 많은 양이라, 직원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 듯 싶었다.

직원에게 상황을 이야기하자, 직원은 말했다.

"물티슈 드릴까요?"

"물티슈는 저도 있는데요. 바닥에 쏟은 양이 많아서 청소하시는 분 없으신가요?"

그러자 직원 분은 다시 말했다.

"물티슈 드릴까요?"

"아니요. 그냥 제가 알아서 할께요."

직원 분의 대처가 조금 불쾌하긴 했는데, 다시 돌아가 조용히 앉아서 길바닥에 토사물을 물티슈로 치웠다. 물티슈 한 통을 다 쓰고나서, 토사물을 과자 봉지에 모두 집어 넣고 나서 겨우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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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가장 많이 하게 되는 생각이 있다. '직업'에 관한 내용이다.

뉴질랜드에 있었을 때, 가장 우리와 달라던 인식도 그중 하나였는데, 사람들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자의던 타의던 직업에 대한 귀천을 둔다.

유교사상이 뿌리에 있는 동양사회에서는 문화적으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최근 최저임금이 많이 올라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기도 하다. 처음 해외로 나갔을 때, 3천대 였던 최저시급은 벌써 만원을 바라본다.

그것을 찬성하고 말고를 떠나, 어느 순간부터는 '정직원'보다 '아르바이트생'이 더 고소득이 되는 희귀한 현상도 생긴다.

그것이 희귀한 현상이 아니라는 것은 사실, '해외'를 보면 알 수 있기도 하다. 원래 '시급'으로 사람을 쓰는 일이 더 비싸다. 단기 파트타임 직원을 쓰는 것보다 '풀타임 직원'을 쓰는 편이 고용주 입장에서는 안정적이고 낫기도 하다. 그렇게 보자면 '시급'이 높아가다보면, 흔히 말하는 '임시직'보다 '정직'을 뽑는게 사측에서 효율적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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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으로만 급여를 책정하다보니, 사람들은 직업에 대한 전문의식이나 철학을 갖기 힘들다. 쉽게 말해서 '편의점 직원'도 '정규고용직'과 '시급 아르바이트'는 업무를 대하는 철학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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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돈에 의해 움직이지만, 정확하게 '시간'과 '돈'을 1대1로 변환하는 방식의 노동을 추구하는 사회는 철학을 잃기 쉽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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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가장 부러웠던 것 중 하나는 '직업의식'을 가진 사람들이다. 자신들이 하는 일을 사랑하는 이들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물론 임금 수준차이가 심하지 않은 곳이기에, 소득별로 귀천을 나눌수도 없지만,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이 많은 이들은 '돈'과 별개로 일을 대하는 여유가 있다. 출퇴근 시간 10분을 가지고 근로자와 회사가 입장 차이가 있다고 했다. 그것은 '시간'을 '돈'으로 바꾸는 그 이상의 의미를 '노동'에서 찾기 힘들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그것은 노동자의 잘못도 아니고, 사측의 잘못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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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아이들과 '마술사', '매표원', '산타' 등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이 업무를 대하는 태도가 각기 달랐다. 다양한 사람들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떤 자세로 직업을 대하고 있는가'



언젠가 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아이들이 명문대학을 졸업할 필요도 없고, 남들이 모두 선호하는 좋은 직업을 가질 필요도 없다. 다만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고 삶과 일에 자신만의 철학을 확고하게 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아마 그러기 위해선, 아버지가 솔선수범 해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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