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나를 돌이켜 보게 만드는 책_모든 것은 기본에

by 오인환


나를 돌이켜 보게 한다. 내 철학은 올 곧은가. 요행이나 지름길을 바라고 있던 것은 아닐까. 무엇을 추구하는지 모르고 표류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반성한다. 나름 '열심히'라는 합리화에 만족하고 있었다. 허한 마음을 물건으로 채우고 기쁨과 좌절을 '숫자'에 맡겨 뒀던 '본질'없던 과거를 책망한다. 황당할 정도로 철학이 서 있는 사람을 만나니, 모든 게 숙연해진다.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 님을 간혹 매스컴에서 봐도,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그가 했던 걱정처럼, 아들의 인기에 어부지리로 주목 받은 '어버지' 정도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축구를 즐겨 봤지만, 지금은 완전히 관심 밖이라, 솔직히, '손흥민 선수'에게도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한 예능 프로에 출연한 '손웅정' 님의 인터뷰를 봤다. 그는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며,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기본', 그 단어가 가슴팍에 꽂혔다. 그렇다. 기본이 가장 중요했다. 내가 가장 사랑하던 '본질'이라는 단어와 뿌리가 닿아 있는 단어에 마음이 동했다. 아이를 재우고 서점으로 뛰어갔다. 저녁 10시 마치 맡겨 놓은 물건 찾으러 간 마냥, 급하게 이 '책'만 집고 나와 결제했다. 10시 10분 띠지를 급하게 둘러 빼고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뼛속을 때리는 말들로 얻어 맞았다.


손웅정 작가는 손흥민 선수가 어린시절 상을 받아오면 말했단다.


"축하한다. 고생했다. 집에 들어오면서 상장과 상패는 분리수거하고 들어와라."


충격적일만큼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자존감이다.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마음에 헛웃음이 났으나, 얼마나 곧은 철학이면 저런 단호함이 생길 수 있을까하고 소름 끼친다. 단순히 '축구'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한 책에서 수 번을 감탄했다. 손웅정 작가는 '축구선수'였지만, 축구만큼 '인성' 교육을 중요히 생각했다. 독서를 게을리하지 않으며 아들들에게 자신이 읽는 책의 좋은 부분을 모아 두었다가, 아들들에게 읽도록 하게 했다. '운동, 청소, 독서' 그가 말하는 철학에는 이 셋이 명료하게 묻어 있다.



몇 번을 읽으면서 느껴지는 것은 '소유'에 관한 철학이다. 그는 말했다. 소유한다는 것은 곧 그것에 소유당하는 것이라고, 소유물에 에너지를 쏟는 생각을 하면 우리는 도리어 무언가를 자꾸 잃고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는 마음을 비운 사람보다 무서운 것은 없다고 말했다. 사실 채우는 것 보다 어려운 것이 비우는 것이다. 가만보니, 정신을 놓고 있노라면 집에는 잡동사니가 가득 쌓인다. 황당하게도 쓰지 않는 것들도 버리지 못하는 미련 덕분에 집은 점차 쓰레기장으로 변해간다. 이미 열고 닫지 않는 치약뚜껑도 버리지 못하니, 하나 둘 욕실에 쌓여 갔다. 쓰레기통서 살고 있으니, 정작 중요한 것은 잘 발견하지 못한다. 그의 철학은 아주 간단하게 말하자면, 담박하다. '담박하다'라는 말은 이 책의 가장 첫 페이지에 나오는 말로 완독 후, 그것이 가장 명료한 말이라는 사실을 알게 했다. 단박하다는 말은 욕심이 없고 마음이 깨끗한 상태를 말하는 단어다. 단순하고 심플하고, 욕심을 버리고 산다. 이처럼 단순한 철학이라면 '기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 절차라고 생각된다. 그는 사람들이 표현하는 "혜성처럼 나타난 선수"라는 표현에 대답했다. 그 어떤 분야에도 "혜성은 없다." 모든 것은 차곡 차곡 쌓아 올린 기본기가 발현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답보 상태'에 놓여진 내 축들이 크게 떠올랐다. 사실 내가 하는 일은 모두 '농사'와 닮았다. 오랜기간 대답없는 노력을 쏟아 붓고 나면 비로소 어느 순간에 도달해야 싹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직 등장하지 않은 혜성이지만 혜성은 갑자기 번쩍하게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초속 수십 km의 속도로 우주를 끊임없이 달려 온다. 그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언젠가는 초심을 잃고 방황하기도 했다. 그 모든 순간이 사실은 '완성'이었다는 사실을 '손웅정 작가'는 말한다.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는 없다. 강물과 인생은 매순간 흘러가며 두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인생의 모든 순간은 소중하다. 답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멈춰 선다면 그것은 굉장히 바보 같은 일이다.



기회라는 것은 아주 조용히 온다. 그는 책을 읽으며 예의주시하며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회란 준비와 행운이 만났을 때 온다고 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기회'가 없는 것이 아니라, '행운'이나 '준비'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것은 '행운' 쪽보다 '준비' 쪽이 부족했다고 반성해본다. 일을 하다보면 내가 얼마나 진행했는지 확인해보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이제 겨우 했네', 라고 생각하면 앞으로 남은 반이 아득하게 멀어 보인다. 내가 했던 일들에 '목적'이 '완성'이라는 무의미함 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그를 향해 얼마나 뿌듯하냐, 얼마나 자랑스러우냐, 얼마냐 기쁘냐를 묻는다고 한다. 그 때마다 그는 행백리자 반어구십이라는 시경의 구절을 생각한다고 했다.


"백 리를 가는 사람은 구십 리를 반으로 생각한다."


그 말에 따르면 우리의 삶은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며 삶에 완성이란 없다. 어느정도 갔다고 치더라도 , 이제 반을 왔구나, 하는 심경으로 다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결과에 목숨을 걸다보니, 과정이 지루하기 짝이 없어진다. 결과는 일순간이고 과정은 길다. 과정이 불만족스러우니, 당연히 결과가 온전할리 없다. 결과나 경쟁 따위에 치중하지 않고 스스로 행복에 도달하며 과정을 즐기면 언젠가 완성에 도달한다. 성공보다는 성장에 촛점을 맞추고 지금보다 1%라도 더 성장하자는 기분으로 하루를 대해야 한다. 푼돈 100만원도 하루 1%씩만 성장하면 3년만 지나도 500억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내가 성장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얇은 책으로 뼈를 맞고 반성하고 반성하고 다시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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