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쌍둥이 첫 뮤지컬_신데렐라 뮤지컬

by 오인환

'아빠, 계모가 뭐야?"

계모(繼母)의 계(繼)는 '잇다'라는 의미다. 아버지의 재혼으로 생긴 어머니 인연의 의미다. 특별하게 못된 새어미의 의미는 없다. '계모'가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보건복지부의 '2018 아동학대 주요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많은 아동학대는 43.7%로 '친부'에 의해 생긴다. 이어 '29.8%의 친모', '계부 2.0%'다. 가장 적은 쪽은 계모로 1.2%에 불과하다. 친부모에 의한 학대는 전체의 70%가 넘는다. 물론 인구에 비례하면 다르게 해석할 수 있지만,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한해 총 18,919건의 학대 중 고작 297건 만이 계모에 의한 학대다. 신데렐라 이야기는 워낙 오래 전에 들어서 잊어 버렸으나, 아이들과 뮤지컬을 보다가 알게 된 사실은 신데렐라의 계모의 팔자가 생각보다 기구하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구박만 하는 '계모'를 보며, 자신보다 더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사과에 독을 주입한 '백설공주'의 마녀를 떠올렸다. 뮤지컬 내용에 따르면 신데렐라의 어머니는 신데렐라의 아버지와 결혼을 한다. 신데렐라의 아버지가 전처와의 사이에 둔 딸을 두고 사고사 하면서, 신데렐라의 계모는 전남편의 전처의 딸을 '딸'로 맞아 들인다. 가만 생각해보면 희한한 것이 있다. 신데렐라의 계모가 딸에게 청소와 빨래를 시키며 '무도회장'에 참석 시키지 않는 내용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 7살 된 내 딸 아이들은 함께 방을 정리하고 다음 날 입을 옷을 미리 꺼내고 건조된 옷을 스스로 개켰다. 계모가 나쁜 이유가 청소와 빨래를 시켰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물론 자신의 두 딸과 차별을 했다는 점은 분명 옳지 못하다. 다만, 아이를 망치려면 청소도 시키지 말고 빨래도 시키지 말며, 파티에나 보내면 된다. 얼마 전에는 아이에게 영화 '해리포터'를 보여 주었다. 해리포터는 '이모'와 '이무보'의 집에서 함께 생활한다. 그들은 '해리'를 탐탁치 않게 생각한다. 다만 요즘 같은 시대에 그와 같은 상황을 반길 이가 많다고 할 수는 없다.

예전에는 아기공룡 둘리에 나오는 '고길동 아저씨'가 참 못 됐다고 생각했다. 언제나 신경질적이고 이기 공룡 둘리를 미워했다. 다만 따지고보면 둘리는 어느날 갑자기 연고도 없는 집으로 쳐들어와 머리카락에 껌을 붙이거나, 버릇없는 말대꾸를 하고 둘리가 만든 사고에 대한 손해 배상청구서 500만원을 대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리는 꾸준하게 말썽을 부리며 고길동이 아끼는 레코드판과 낚시대, 양주를 부수고 마지막에는 그가 살고 있는 집까지 부숴 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꾸준하게 둘리를 거둬 드린다. 예전에 관찰 예능 프로그램 중에 '동상이몽'이라고 있었다.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인물의 대립을 각각의 시선에서 편집하여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이렇게 편집하면 이렇고, 저렇게 편집하면 이렇다. 신데렐라 이야기는 다관점의 이야기를 편집하지 않았다. 신데렐라를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편집한다. 신데렐라 계모의 입장으로 편집을 해도 같은 이야기가 나올지 알 수 없다. 우리는 모두 신데렐라의 입장에서 극을 바라보지만, 때로 우리는 신데렐라의 계모 입장으로 살아가기도 한다. 고로 정형화 된 모습에 선과 악을 부여하면 우리의 모습과 이상에 대립이 생기기 쉽다. 어린 시절에는 '삼국지연'을 참 좋아했다. 삼국지는 참 독특한 소설이다. 시작과 동시에 '유비', '관우', '장비'를 주인공으로 설정한다. 이들은 진행 도중에 점차 성공하며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정의'인지 보여주고자 한다. 다시 상기 시켜보면 나는 '조조 맹덕'을 좋아한다. 이유는 이렇다. 모두가 하찮게 여기는 '유비'라는 인물을 존중하며 인재를 아끼고 냉철하게 현실적 판단을 빠르게 내린다. 감정에 치우쳐 대의를 그르치지 않지만 때로는 매우 감성적으로 사람을 대하기도 했다. 삼국지연의는 '삼국지 정사'를 각색한 것으로 '작가'가 개입하여 내용에 가치관을 투영한다. 신데렐라, 해리포터, 삼국지, 아기공룡 둘리까지... 아이들이 보는 대부분의 이야기가 이렇다.

그렇다고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극을 다각도로 바라보면 이야기는 밍숭밍숭해지고 재미가 없어진다. 연극이나 극장, 극단에 사용되는 극(劇)은 '놀이'라는 뜻도 있지만, '심하다'라는 의미도 함께 갖고 있다. '비극', '희극' 등 이런 극들은 아주 일부를 편집하여 보여준다. 원래 이야기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선과 악'을 명확하게 나누고 '우리편'과 '적'을 극명하게 나눠야 한다. 상대가 '쳐죽일 놈'이 되면 반대쪽에 서 있는 '나'는 언제나 '선'으로 규정된다. 고로 자신을 '선'으로 규정하기 위해 우리는 때로 상대에 서 있는 반대편을 '극악'으로 구별한다. 그렇게 자신이 '선'이라는 착각에 빠지면 상대가 멸할 때까지 행동한다. 행동에는 '명분'이 있다. '정의 구현'이다. 이 얼마나 이기적인 모습인가. 자신의 정당성을 얻기 위해 상대를 철저하게 '악'으로 규정해 버리는 일 말이다. 다만 이것은 쉽게 변하지 못할 인간의 본성이기도 하다. 실제로 가장 많은 현대인들은 '종교'의 문제로 사망한다. 자신이 옳기 위해 상대가 '악'이 되면, 상대를 '멸'하는 것에 죄책감을 갖지 않는다. 진보와 보수라는 정치적 이념에서도 이는 비슷하게 사용된다. 민주화 운동을 하는 이와 작전 수행을 하는 이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의 '선'을 선택한다. 고로 '공감'과 '사랑'은 반드시 '혐오'를 불러 일으킨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애니매이션은 '겨울왕국'이다. 겨울왕국1에서 '엘사 여왕'은 주인공이다. 극에서 그녀는 '선'으로 규정된다. 그녀의 왕국을 앗아가려는 '한스왕자'는 악으로 규정된다. 다만 만약 이 이야기가 현실이라면 어떨까. 안타깝지만 나라면 '한스 왕자'의 집권을 응원하겠다. 마법에 걸린 여왕 덕분에 도시국가 전체가 얼음으로 뒤덮힌 상황, 영화에서는 사람들이 식량을 구하지 못함을 비유하는 장면이 나온다. 자매의 본성이 아무리 착하다 한들, 객관적인 입장에서는 '한스 왕자'의 집권을 응원해야 하지 않나 싶다. 자매가 고집하는 것은 '선'이 아니다. 이기주의일 뿐이다.

아이들과 신데렐라 공연을 봤다. 공연은 매우 유쾌하고 신났다. 배우 님들의 끼가 흘러 넘쳐 아이들에게까지 전달됐다. 비록 내 글은 그 유쾌함을 담지 않고, 개인적 깨달음을 담았으나, 배우 님들의 긍정적인 기운을 아이들이 맘껏 배웠다. 중간에 유리구두를 신어보고 싶은 어린이는 오른 쪽 신발을 벗어두면 유리구두에 맞춰 보겠다고 하셨던 부분이 있었다. 다율이는 재빨리 오른쪽 신발을 벗어두고 힘껏 손을 들었지만, 배우 님께서 너무 정신이 없으셨던 듯, 그냥 지나가셨다. 다율이는 다시 신발을 신으며 말했다.

"그냥 지나갔네..뭐."

그 모습이 참 어린아이 답지 않아 웃음이 났다.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 자리가 중간 쯤이라 배우 님이 들어 오시기 불편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이에게 대충 설명했더니 다율이는 신발을 '탁탁' 털더니 말했다.

"이해해."

그 모습이 워낙 애늙은이 같아서 좀 웃고 끝까지 재밌게 봤다. 아이들이 극이 끝나자 꼭 사진을 찍어야겠다며 나를 끌고 갔다. 사진촬영은 유료로 진행했는데, 5,000원을 지불하고 즉석사진 한 장을 받는다. 아이들도 너무 신나게 보고, 덕분에 나도 즐거웠다. 아이들과 종종 이런 극을 보고 다양한 이야기를 해 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아마 오늘 밤도 아이들과 누워서 천장을 보고 오늘의 이야기를 해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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