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드 학습지에서 2주에 한 번 전화가 온다. 값비싼 해지 비용 때문에 끊지는 않았다. 다만 아이들에게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 2주에 한 번 전화가 오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은 '학습' 좀 해보라는 권유다. 매번 알겠다고 하고 넘어간다. 아이에게 패드를 잘 보여주지 않는 이유는 그 안에 있는 컨텐츠 때문이다. 패드에는 '메타버스'라는 교육 컨텐츠가 있는데, 어느 때부터 아이들이 다른 것은 둘째치고 '메타버스'라는 컨텐츠만 이용한다. 가만히 들여다 봤다. 교육적인 내용이 일부 있으나 그냥 RPG 게임이다. 수준이 어느정도인고 하면, 오른쪽과 왼쪽에 방향을 조절하는 컨트롤러가 있고 캐릭터를 조종하여 이곳 저곳을 탐험한다. 순한 맛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라고 밖에 보여지지 않았다. 해당 아이콘을 없앨 수 있냐고 문의했더니, 그럴 수는 없는 모양이다. 확실히 '메타버스' 아이콘을 발견한 뒤로 아이들이 패드에 가까워지긴 했다. 중독성이 있는 모양인지, 접속 중에는 말도 안하고 신경질적으로 아이가 변했다. '할머니집'에 패드를 놓고 와버렸다. 아이가 쌍둥이라서 그런 부분이 있겠지만, 자기들끼리 놀다보면 영상매체를 보여준다고 해도 안본다는 경우가 많다. 패드는 이미 잊혀졌다. 아이의 장래희망에 관여할 생각도 없고, 아이가 만족한다면 어떤 직업을 가져도 상관이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어린 시절에는 스마트폰과 TV를 철저하게 제한할 것이고 보호자로써 '독서', '한자', '영어'는 필수적으로 가르칠 것이란 거다. 이것은 서로 동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필연적으로 붙어 있다.
'스마트폰'에 대한 내 철학은 거의 무조건이다. '스마트폰'을 넘겨주는 것은 아이의 입에 담뱃대를 물리는 거나 다름없다.
다산 정약용 선새은 담배가 체기를 다스리고 가래를 가라앉힌다는 약효가 있으니 담배 경작 금지를 반대한다고 했다. 당시 조선에서는 담배가 만병통치처럼 인식됐고 꽤 오린 시간 동안 민생의 필수품이 됐다. 하멜표류기에서 하멜은 조선인들이 네다섯 살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고 기록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나 즐기는 기호품이었으며 어느정도 약효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효과가 감춰졌다. 그것이 '스마트폰'과 다른가?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시 조선의 부모가 아이에게 곰방대를 물렸을 때의 무지가 지금도 반복한다고 여길 뿐이다. 차라리 담배가 낫다. 담배는 수명을 줄인다고 하지만 일상생활에 큰 문제를 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스마트폰은 가족관계, 학교진학, 집중력, 사회성, 폭력성, 자살률, 우울증, 명예훼손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며 거의 뿌리부터 흔들어 버린다. 교육적인 내용의 컨텐츠를 골라 시청시키면 그나마 나을 수도 있다는 위안을 가질 수도 있으나, 이는 부모의 합리화일 뿐이다. 실제 실험 결과에서 영상시청은 교육 목적이라도 그 효과가 미미하다고 한다. 좋은 정보는 '영상'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책에도 있다. 다만 나쁜 내용은 '책'에 있을 비율이 상당히 적다. 감수가 어느정도 있기 때문이다. 교육목적으로 영상을 시청시킬 바에는 책을 사주는 편이 낫다. 아이가 흥미있는 주제를 영상으로 처음 접하면 그 중독성에서 헤어나오기 힘들다. 바로 그 첫 경험을 책으로 시켜야 한다.
쉽게 말하면 바구니에 담는 계란의 갯수와 닮았다. 가끔 7살 아이가 굉장한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스핑크스'와 '피라미드'의 역사를 이야기하며 이집트 국기를 그려달라는 식이다. '이집트'라는 국가는 어떻게 알았고 '스핑크스'와 '피라미드'는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더니, '유튜브'에서 봤다고 한다. 유튜브 시청은 거의 제한하고 있지만, 그 짧은 시간에 그 내용을 알고 있다는 사실로 놀라웠다. '유튜브도 교육 컨텐츠로 보여주면 좋으려나'하고 흔들릴 법 하다. 다만 이는 틀렸다. 아이들이 유년, 청소년기에는 '뇌'가 성장하는 시기다. 쉽게 말하면 이 시기에는 '계란을 담을 바구니를 늘리는 작업'을 하는 시기다. 이 시기에 바구니를 빨리 채웠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지금 당장, '피라미드', '스핑크스', '이집트'라는 단어를 머릿속에 채워 넣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은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늘리는 일이다. 7살 아이가 저런 정보를 알았다는 사실은 매우 놀라운 일이었지만, 만약 20살 여대생이 유튜브를 보고 저 정도 정보 밖에 알지 못했다면 문제가 있다. 7살 아이에게 교육적인 정보를 주입 시키기 위해, '사회성', '대화능력', '집중력'을 상실하는 것이다. 군대에 갔더니 30분 거리에 있는 '삽'을 가지고 오기 귀찮아서, 쪼그리고 앉아 손으로 땅을 파던 후임들이 생각난다. 삽을 가지러 가는데 사용되는 30분이 아깝다는 변명이 얼마나 미련해 보였는지 떠오른다.
절대로 '리모콘', '스마트폰'에 손대는 일을 경계한다. 아이에게 굉장히 무서운 표정을 보인다. 또한 아이에게 무조건 자막없는 '외국 영화'를 튼다. 이것은 무조건이다. 아이와 함께 이동할 때는 '팝송'을 듣거나, '아이들이 보던 영화의 OST'를 틀고 함께 본다. 영화는 '겨울왕국'이다. 영화는 같은 영화만 계속 보여준다. 영상으로 다양한 체험을 한다는 것은 의미없다. 그런 핑계라면 차라리 아이들과 주말에 박물관이나 체험관을 다니는 게 낫다. 언어 공부에서 반복시청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여러 컨텐츠를 보여주지 말고 반드시 한 컨텐츠를 반복 시청해야 한다. 그 컨텐츠는 부모 또한 즐겁게 볼 수 있어야 한다. 나 또한 '겨울왕국'을 여러 번 봐도 즐겁다. 누군가는 아이들에게 '영어 노출'을 시키는 걸 보며 '과하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모국어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 이야기에 공감하지 못한다. 영화는 기껏해봐야 1시간 30분이다. 24시간 중에 1시간 30분 영어에 노출 시켰다고 모국어 능력이 떨어지지 않는다. 차라리 자기 전에 하루 있었던 일을 서로 이야기하는 편이 훨씬 낫다. 아이가 부모에게서 점차 세계를 넓혀갈 초등학교 고학년 쯤 되면, 뒤늦게 영어 교육과 독서 습관을 길러주려고 해도 이미 늦는다. 대략 10년 담배를 피웠던 이에게, 이제 중요한 시기가 왔으니, 담배를 끊으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다. 언젠가 아이가 분명 스마트폰을 사달라고 할 날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시기에는 '하이센스 A5' 정도의 스마트폰 전자책을 사주겠다. 만약 아이가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면 나 또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