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발] 유튜버 '직업의모든것'의 모든것_콘텐츠의 신

by 오인환

예전 제자가 물은 적이 있다. 진로에 관한 질문이었다. 대답했다. 학교 선생님과 상의하는 편이 좋겠다고. 보통의 내 답변은 그렇다. 함부로 조언을 할 수 있는 자격은 '선생님'에게 주어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학생의 대답은 이어졌다.

"제가 선택한 진로가 별로라고 하셨어요."

대답은 길게 이어졌다. 선생님은 학생의 진로를 비관적으로 보고 계셨다. 비관을 넘어 해당 직업에 대해 편견과 무시가 느껴질 정도였다. 중간 전달에 문제가 없다면, 선생님의 태도는 무책임했다. '교사' 직업은 늘 존경해 마땅하지만, 마치 모든 직업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알고 있다는 태도가 영 불쾌했다. 조금 화가 나서 버럭하고 말이 나와버렸다.

"참나..어이가 없네, 선생님은 선생님 말고, 다른거 해 본 적 있으시데?"

감정이 앞선 말이었다. 다만 후회는 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조언하는 일은 꽤 조심스럽다. 특히 '진로'가 그렇다. 직업은 출발점에서 설정하는 '기울기값'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릇에 맞지 않는 큰 꿈을 부추기는 것도 문제지만, 그냥 넘겨 집는 일로 남의 꿈을 좌절 시키는 것도 문제다.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직업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이미 편견을 갖고 있다. 어떤 직업을 가지면 행복할 것이고, 어떤 직업을 가지면 그렇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 말이다. 예전에 비슷한 일화가 있다. 내가 해외에서 일하던 업무는 '매장 관리'였다. '리테일' 상품을 판매하는 곳에 관리자로 일했다. 주문을 하거나, 직원을 관리하는 일, 매출을 관리하는 일 등을 했지만, 매장 물품을 디스플레이하거나 청소기를 들쳐 업고 바닥을 청소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때, 함께 일하던 직원이 나를 보며 물었다.

"매니저 님, 영어도 꽤 되시고 유학도 했는데, 왜 이런 일 하세요?"

직원은 농담으로 한 말이었다. 무언가 '유학'을 했으면 근사한 일을 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웃으며 말했다.

"너, 내가 얼마 받는 줄은 알아?"


직업에 대한 편견은 해외보다 우리가 많은 편이다. 동아시아의 특성상 학교 이름, 직업 이름을 계급화 하는 경향이 있다. 비교적 최근까지 유지됐던 신분사회의 영향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쉽게 말해 'SKY서성한중경외시'라는 용어를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얼마나 학력, 직업의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한지 알 수 있다. 장담컨데 인구 구조가 이처럼 심각하게 무너져 내리는 시대에서 다음 세대는 '학력'과 '직업'의 격차가 훨씬 줄어들 것이다. 또한 미래의 직업에 대해 감히 예상할 수도 없다. 예전에는 진로 상담을 '학교 선생님' 혹은 '부모님' 등의 어른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다만 이제는 아니다. 지금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윗세대에게 물어 볼 것이 아니라 되려 아랫 세대에게 물어보는게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유튜버 '직업의모든것'은 참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더이상 '윗세대'는 '아랫세대'에게 진로에 대한 조언을 해 줄 수 없다. 그것은 나 또한 마찬가지다. 빠르게 변하는 세대에 가장 늦어지고 있는 주제에 미래 세대에 진로에 '가타부타'하는 것은 오만하고 무책임한 일이다.

유튜브에서 '직업의모든것'이라는 채널이 추천영상을 뜰 때가 있다. 기획력이 좋고 인터뷰 진행을 참 잘한다고 생각했다. 처음 접할 때는 구독자수가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어느새 85만의 구독자를 가진 대형 채널이 됐다. 다수가 선택한 것은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호기심을 갖기 때문일지 모른다. 황해수 작가의 책 '콘텐츠의 신'에서 그는 자신이 유튜브를 하며 깨우친 다양한 경험과 배움을 기록했다. 단순히 유튜브를 하는 사람에 대한 조언이 아니라 그가 다양한 직업인들을 만나면서 느낀 바들을 기록했다.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직업, 다양한 생각들을 접하면서 인간 '황해수'가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책을 보다보면 그가 얻은 것은 85만의 구독자 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성장일 것이라고 확신이 든다. 단순히 구독자를 늘리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상대하면서, 성공과 실패를 하면서 새로운 깨우침을 얻는다.


오래 전에 잊고 지냈던 유튜브 채널에 구독자가 꽤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뒤로 꾸준하게 했다가, 포기했다가를 반복하다가 작년 12월부터 다시 꾸준하게 진행하고 있다. 이제 800명이 조금 안되는 나의 채널에 도움이 될까 싶어 호기심에 읽기 시작했다. 읽으면서 느낀점은 바로 이렇다.

'나는 포기해야겠구나'

여기서 포기는 '행위'에 대한 '포기'가 아니다. '기대'에 대한 '포기'다. 욕심을 갖다보면 잔뜩 어깨에 힘이 들어가 폭투가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내가 운영하는 다른 모든 채널들이 그렇다. 무언가 열심히 해보고자 하면 언제든 지친다. 그저 행위는 지속하되 기대를 놔버리면, 어느 순간 방향이 보이곤 했다. 어쩐지 메가 히트 콘텐츠를 제작한 '황해수 작가'의 여러 성공과 실패를 보며 느끼는 바가 있다. '성공'을 해야겠다는 목표의식보다는 때로는 그냥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 꾸준히 하다가 반응이 보이기 시작할 때부터 집중하는 것이다. 사실 성공과 실패의 경험은 많을 수록 좋다. 그런 의미에서 '황해수 작가'의 실패와 성공을 엿봄으로써 내 간접경험으로 녹여 가질 수 있다는 것이 행운이다. 이 책은 단순히 직업에 대한 글이 아니다. 유튜브를 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도 아니다. 이 책은 인간 '황해수'라는 사람의 '직업'을 통해 다양한 '직업'을 보는 와중에 만나는 다양한 성공과 실패의 이야기다. 예전 제자에게 자신의 직업적 편견을 일러줫던 선생님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선생의 한자는 먼저 선(先), 날 생(生)이다. 먼저 태어난 것이 분명 어느 부분에는 이점이기도 하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그렇지 못한 것도 같다. 때로는 선생님보다 더 좋은 정보를 유튜브 채널이 주기도 한다. 앞으로 진로를 고민하는 이들이 있다면, 한 직업만 오래 고수했던 이들에게 진로를 물어볼 것이 아니라, 스스로 부딪치고 깨지면서 진로를 찾아보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이라고 본다. 그 도움을 주는 최전선에는 '직업의모든것'과 같은 채널이 있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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