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이별 혹은 사별 후_혼자인 내가 좋다

by 오인환


책꽂이에 두고서 읽지 않았다. 아직은 준비가 덜 됐다고 생각했던 시기가 길었던 것 같다. 최대한 별일 없는 것 같은 표정으로 살았지만, 돌이켜 보건데 제정신은 아닌 것 같다. 제일 먼저 흐려지는 것은 판단력이다. 눈앞에 기어가는 벌레를 보고도 옴짝달싹하지 않고 싶어지는 무기력은 그 다음이다. 괜찮다가 안괜찮다가, 안괜찮다가 괜찮다가를 반복한다. 지금이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소강 상태에 들어선 것만은 확실하다. 그 용기로 책꽂이의 책을 집어 들었다.




원래 책을 좋아했으나, 근 3년은 미친 듯이 읽었다.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미친듯이 썼다. 활자를 벗어나면 정신을 잃다가, 활자가 들어오면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기필코 신나는 노래만 듣고, 기필코 바쁘기 위해 부단했다. 시간이 약이 됐다. 어느정도는 판단력이 돌아왔고, 어느정도는 무기력이 사라졌다. 괜찮다가 안괜찮다가, 안괜찮다가 괜찮기를 반복하는 주기는 길어졌다. 이제는 가수들이 부르는 이별 노래도 흥얼거리게 됐고 이런 책도 현실적으로 읽게 됐다.




아이가 없는 친구와 이야기 했다. 친구는 아이가 있으면 좋은 점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아이가 있으면 좋은 점도 있고, 좋지 않은 점도 있다고 말했다. 아이가 없을 때는 아이가 없어야 좋고, 아이가 있을 때는 아이가 있어야 좋다고 말했다. 그렇다. 아이가 없는데 있기를 바라고, 있는데 없기를 바라는 삶보다는 그편이 훨씬 좋아 보인다. 사별하지 않았다면, 이별하지 않았다면 더 나았을텐데... 그러나 그것은 바람일 뿐이고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매정할지 모르지만 현실이 그렇다면 그것에 좋은 점을 봐야 한다.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이제 함께 의지할 동거인이 어려졌다는 위안을 삼으며, 보호자로써 의지가 되거나, 심리적으로는 의지하기도 한다.




내 삶이 꽤 달달한 소재꺼리가 되면, 평소 관심도 없던 이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이때다 싶어서 위안을 하거나, 현실을 걱정하거나, 미래를 걱정한다. 그렇다고 본격적으로 발뻗고 도와주지는 않으면서 마음에도 없는 '응원'과 '걱정'을 보낸다. 이제 좀 괜찮아질만하면 다시 들고 파는 덕분에 생각나지 않아도 될 일을 한 번 더 떠올린다. 겨우 덜 떠올린다 싶을 때 쯤, 상처에 소금을 문대며 위로 한다.


"괜찮아..."


10원 한푼, 하루 한 시간도 도와주지 않으면서 내미는 영양가 없는 걱정에 무덤하게 답하면 재빨리 다른 기억 10배쯤으로 앞선 기억을 덮는다.




세상에는 '평범' 혹은 '평균'의 모습이 존재한다. 대략 무난한 배우자를 만나, 아이 둘 정도를 낳고 안정적인 직장에서 조금씩 적금을 붓고 사는 이야기가 아마 그런 부류가 아닐까 싶다. 그런게 평균이라면 내 삶은 아래든, 위든 어느 방향으로라도 평균을 겉돈다. '혼자인 내가 좋다'의 저자 게일 바즈옥슬레이드는 캐나다의 유명한 방송인이자 베스트 셀러 작가다. 그녀는 세 번을 결혼했고 세 번을 이혼했다. 그와 함께 공동 저자인 빅토리아 라이스는 컬럼리스트이자 금융 컨설턴트다. 그녀는 남편이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사별이다. 이 둘은 둘 다 혼자가 되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지 설명한다.




책은 죽어 있는 시계와 닮아서, 어느 시간에 읽었느냐에 따라 완전히 가슴을 후벼 팔 때가 있다. 이 죽어 있는 시계는 지금의 내 시간에 꽉 들어맞았다. 촛침까지 들어맞은 이 시계 덕분에 늦은 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위로 받는다. 세상에 살다보면 내가 그리던 미래의 이상향 같은 일들이 있다. 꽤 좋은 집에 살고 싶거나, 인정 받고 싶거나, 때로는 좋은 배우자를 만나 평생을 함께 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다만 다른 어떤 일들처럼 모든 것이 생각과 계산처럼 흘러가지는 않는다. 생각지 못한 일들을 맞이하면 마치 그 부분이 내 인생이 아닌 것 처럼 도려내려 노력한다. 그러도 따지고 들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은 그 뿐만 아니며, 이또한 다른 것들과 다르지 않다. 그린대로 살면 좋지만, 그대로 되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삶의 적잖은 부분을 숨기고 살다보면 정작 삶의 의미가 불투명해진다. 그냥 이러나 저러나 '내 삶이다', '내 몫이다' 생각한다. 얇지만 꽤 위로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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