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님의 연애편지
첫 책을 출간할 당시 지적을 받았다.
'작가님, 습관적으로 쓰시는 '쉼표'는 전부 빼주세요.'
글을 쓸 때, 습관적으로 '쉼표'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쉼표를 뺐더니 글이 정리됐다. 썼던 글을 다시 읽을수록 다듬을 곳이 많았다. 불필요한 접속사가 많고 주술관계도 엉망이었다. 형용사와 부사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상대가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조급함이 잔뜩 묻어 있었다.
아래는 블로그 초창기 글이다.
"막연한 미래에 불안감을 갖고 있던 20대 초반 나는, 어느 정도 안정적인 모습을 하고 있을 10년 후인 지금의 나를 부러워하고 있었다. 물론 지금의 나도 고민이 많지만, 그때의 나가 부러워하는 게 지금의 나라는 사실에, 나의 고민들은 알코올 처럼 증발해버렸다."
다시 읽어보니 읽기 불편하다. 지금이라면 이처럼 고칠 것 같다.
"20대에는 막연한 미래를 불안해했다. 30대인 지금의 나를 부러워했다. 지금도 다르진 않다. 다만, 지금 내가 동경의 대상이라는 사실로 모든 고민은 증발했다."
어느 순간부터 강박적으로 문장을 간소화했다. '김훈 작가'의 문체를 흉내 내고 싶었다. '강원국 작가'의 글쓰기 시리즈를 보며 하나 둘 깨달았다. 지나치게 접속사가 생략돼도 좋다는 말이 마음에 들었다. 글을 쓸 때,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습관이 있다. '~라고 생각한다.', '~일지도 모른다',처럼 서술어는 부정확하게 맺는다든지, 나와 같이 불필요한 접속사와 쉼표를 남발할 수도 있다. 대게 이런 경우는 다시 읽어보면 잡힌다. 나의 경우 집중적으로 쉼표와 접속사를 빼는 연습을 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반드시' 필요할 것 같은 구간이 생겼다. 그때 대체재를 생각했다.
'하지만', 혹은 '그러나'이라는 접속사를 '다만'이라는 '부사'로 변경하는 것이다. 물론 '다만'은 '하지만'과 '그러나'와 같은 의미로 사용할 수 없다. '다만'은 앞 문장을 받아 잇기 때문이다. 고로 '하지만'과 '그러나'를 최대한 생략하되, 변경 가능한 문장에서는 '다만'을 대용한다. '그러므로'나 '그래서'도 '그 결과'로 바꾸어 사용한다.
아차피 매일 쓰는 글이라 연습할 기회는 많다. 배우고 하나씩 써본다. 굳이 공부라 할 것도 없다. 하나를 배우면 하나를 그날 써보는 정도다. '어떻게 하면 가독성 있는 글을 쓸까' 하는 고민은 어쨌건 글의 본질이 읽히기 위해서다. 콘텐츠가 좋아도 읽기 어렵다면 글의 본질을 다하지 못한다. 책을 읽으면 꽤 좋은 콘텐츠임에도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 개중 번안 도서들이 그런 경우가 많다. 아마 외국의 문법체계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그대로 차용했기 때문인 듯하다.
'만들다'라는 표현의 남용이 대표적인 예다. '행복하게 만들다', '웃게 만들다', '먹게 만들다' 등 과도하게 '만들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영어의 5형식 문법이다. '당신'이라는 표현도 비슷한 맥락이다. '당신'은 'You'의 직역 표현이다. 영어에서 'You never know'라고 쓴다면, '당신은 결코 모르죠'가 아니다. 이는 '혹시 모르죠' 정도로 번역하는 편이 좋다. '많은 사람들'이라는 표현도 잘못된 영어식 표현이다. 이는 'Many people'을 그대로 직역한 표현이다. 이는 '많은 사람'으로 바꿔 사용해야 한다. '사람들'이라는 표현에는 이미 '많다'라는 표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글을 쓰다 문법에 가로막힐 거라면 그냥 쓰는 편이 낫다. 다만 쓰다 보면 기왕 쓰는 거 조금 편하게 읽히기를 바란다. 문법이 먼저 존재하고 언어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언어가 먼저 존재하고 이를 보안하고 상호 편하게 의사소통하기 위해 문법을 정리하는 것이다. 고로 누군가의 글에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지적하며 지적 수준을 비난해선 안된다. 실제 모든 글을 문법적으로 맞춰 쓸 수도 없고, 감수 교열 전문가조차 모든 문법을 다 지키며 살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다듬어진 글이 훨씬 읽기 편하다. 공급자는 수요자가 많아지길 원한다. 잘 팔리는 상품을 내놓는 것이 공급 입장에서 더 현명한 방법이다. 고로 잘팔리기 원하는 공급자라면 수요자 니즈에 맞게 어느정도 다듬은 글을 내놓을 욕심이 생길 것이다. 그것은 수요 공급의 원리에 따라 공급자가 결정할 문제다. 선택 받지 못한 글은 도태되면 된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