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보고 있는 태양이 8분 전 태양이라는 말을 들었다. 태양에서 출발한 빛이 8분을 달려야 지구에 도착한다는 의미다. 바라보는 달은 1.226초 전의 달이다. 달에서 출발한 빛이 지구에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지구에서 보이는 화성은 3분 2초 전 화성이다. 샛별 금성은 2분 20초 전의 모습이고 45년 전 쏘아올린 '보이저호'의 모습은 하루 전의 모습이다. 안드로메다 은하는 250만 년 전 모습이다. 밤 하늘의 별은 적게는 수 분 많게는 수 십 억 년의 모습으로 떠있다. 온통 과거 정보만 갖고 우리에게 도달한다. 하늘에 떠 있는 우주 전체 뿐만 아니라, 눈 앞의 모든 정보는 그렇다. 현재는 알 수 없다. 우리는 오로지 과거만 보니까... 우주는 온통 과거로 가득차 있다. 138억 광년이나 되는 이 광활한 우주에서 '미래'는 한 줌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현재라면 한 줌 정도 존재한다. 우주에서 유일하게 '과거'가 아닌 정보는 어디에 있나.
'현재를 깨닫고 있는 나'
'나'를 제외하면 이 138억년 우주의 모든 정보는 과거다. 심지어 대부분의 사람은 '과거'를 산다. 샤워하면서, 운전하면서 직장 상사와 관계를 떠올리거나, 고부갈등, 부부갈등을 떠올린다. 현재의 시간은 '무의식'이라는 미숙한 '자동주행'에 맡기고 모두 과거로 간다. 과거를 보고 과거을 떠올리며 현재는 '과거의 산물인 '무의식'에 담당을 맡긴다.
출발한 광자는 모양을 바꾸지 못한다. 변화할 수 있는 거라곤 '현재' 뿐이다. 현재를 깨닫는 것은 과거로 둘러쌓인 정보를 능동적으로 해석한다는 의미다. 출발 전, 정보를 유일하게 변화할 수 있는 시발점이다.
이 글도 과거다. 마주보는 풍경도 과거다. 스트레스와 걱정, 감정도 온통 과거다. 그냥 일어난 일일 뿐이다. 이미 일어난 일은 어찌할 바가 없다. 그것은 엔트로피와 닮았다. 엔트로피는 정보를 내보내는 근원의 불확실도를 나타내는 양이다. 우주는 항상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흐른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 엔트로피는 증가한다. 방향은 일방향이다. 역행하지 않는다. 시간은 돌이킬 수 없다. 우리가 보는 모든 현상은 돌이킬 수 없다. 벌어진 일은 벌어진 일로 인지한다.
엔트로피를 거스르고 우주를 조작할 수 있다는 망상은 자신을 전지전능하다고 착각하게 한다. 그것은 망상이고 정신분열증세다. '태양'의 모양으로 출발한 빛이 '달'모양으로 바뀌거나, '달'모양으로 출발한 빛이 '화성'을 들렸다 오는 것은 우공이산(愚公移山)이 아니다. 그것은 정신병 초기 증상이다. 시간과 거리가 멀면 더 '과거'다. 시간과 거리가 가까우면 덜 '과거'다. 거리 즉, 공간과 시간은 절대적이지 않다. 정보의 속도가 절대적이다. 정보의 속도는 1초에 30만km다. 이 값이 고정한다. 모든 것은 정보(빛)의 속도에 고정한다. 빛의 속도가 절대값이 되면 시공간은 상대적으로 왜곡된다. 상대성이론이다. 별개의 것 같아 보여도, 절대값이 고정되면 시공간은 강력하게 연관된다. 시간은 공간이고, 공간은 시간이다. 멀리 있다는 것은 오래된 것이고, 가까이에 있는 것은 최근의 것이다. 가장 가까운 곳의 최근의 것이 과거 중 우선순위 1번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야 말로 제일 '현재'와 닮았다.
비트코인이 '단순한 코드일 뿐'이라는 말을 들었다. 우주 대부분도 다르지 않다. 광자와 파동이 만들어낸 '과거의 정보'일 뿐이다. 컴퓨터 코드처럼 실재하지 않고 정보로만 존재한다. 정보는 해석하는 디바이스가 있어야만 해체 가능하다. USB만으로 알 수 있는 정보는 없다. 그것을 인식하는 컴퓨터 디바이스가 존재해야 가능하다. 해석의 툴은 '현재'다. 누구나 현재를 깨닫고 있다면 모든 정보는 능동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나는 '정보를 분해하는 디바이스'다. 내가 없다면 정보는 그냥 정보일 뿐이다. 138억 광년의 우주도 그냥 정보일 뿐이다.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온통 '내'가 한다. 능동적으로 산다는 것은 제일 먼저, 지금과 여기를 깨닫는 일이다. 그것이 우주에서 유일하게 주어진 현재이며 이것과 시간 혹은 거리가 멀어질 수록 과거일 뿐이다. 과거는 '과거'나 '대과거' 모두 그냥 정보일 뿐이다. 달이나 안드로메다나 둘다 그냥 실재는 거기에 두고 정보만 달려온 것들이다. 지금과 여기를 깨닫자. 조금씩 가까워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