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라는 것은 좁히면 바늘하나 꽂을 자리가 없고, 넓히면 온 우주를 품고도 남는다."
언젠가 제주도 관음사를 들렸다. 아이 앞에 유자차 하나, 내 앞에 커피 하나 놓고 관음사 내부 카페를 둘러보는데 손으로 적힌 문구가 눈에 보였다.
'마음'이라는 글이 가슴에 와닿는다. 저 '시'의 출처를 찾아보고 싶었다. 살펴보니 시의 출처가 따로 없어 보였다. 아마 법륜스님의 강연 중 말인 듯 싶다.
건설적인 생각을 딱히 많이 한 것 같진 않은데, 오만가지 잡념과 걱정, 감정이 꽉 들어차니, 내 마음에도 바늘하나 꽂을 자리가 없었던 듯 싶다. 바늘 하나 겨우 꽂을 마음으로 어찌 저찌 살다보니 과연 옳은 선택들을 하고 있었나 생각이 든다.
2010년에는 성당에 앉아 있었다. 오클랜드 시내에 있는 성당이다. 들어오는 사람, 나가는 사람 붙잡지도 않고 배웅도 하지 않았다. 거기에 앉아 가만히 시간을 보내다 오곤 했다.
비어있는 것에 안정을 느낀다. 머리속이 꽉 차 있으니, 빈 공간으로 들어차면 어찌됐건 머리속 복잡함이 빈공간에 섞여 정화되는 듯 하다.
머리가 복잡할 때는 자꾸 졸음이 쏟아진다. 졸음이 쏟아지는데 깊은 잠에 들지 못한다. 그 악순환에 불면증이 생긴다. 다른 누군가는 특별한 목적으로 명상을 공부한다지만, 나에게는 많아진 생각을 잠재우는 목적으로 사용된다. 생각을 잠재우지 못하면, 내가 잠들지 못한다.
주식 '단타'에 한창 빠졌던 기억이 있다. 수익률은 나쁘지 않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미국 시장'을 살펴보고, 아침 국내 장이 열리면 재빨리 매매를 시도한다. 매매 기법은 지금의 내가 가장 싫어하는 '그래프' 매매다. 과거의 패턴을 보고 재빠르게 매매하고 매도한다.
투자를 잘못배우니, 마음속에는 다른 생각 하나 없이, 주가 그래프만 생각이 난다. 마음에 바늘하나 꽂을 자리조차 시장의 흐름에 맡겨두니, 가족, 일, 자신을 담을 마음이 없어졌다. 그 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이 있나.
시간이 지났고 나는 '장기투자', '가치투자'의 매력을 알게 됐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오르고 내리는 그래프에 연연하지 않게 됐고 나의 일상에서 그래프가 지워지니 바늘 꽂을 자리는 점차 넓어졌다.
그제서야 아이의 애교가 보이고, 세상의 감사함이 보이고, 직업으로 내가 세상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이 보였다. 마음을 모으는 것을 집중(集中)이라 한다. 퍼져 있는 마음을 한 곳으로 모으는 일이다. 온 잡념을 싸그리 모아 호흡에 '집중(集中)'하면 아주 빠르게 그것들을 청소해 낼 수 있다.
최근에는 '윤하'라는 가수의 '사건의 지평선'을 자주 듣는다. '사건의 지평선'은 꽤 어려운 용어인데, 블랙홀의 가장자리에서 블랙홀의 중력에 빨려 들어가지 못하는 빛이 세어나오는 구간을 말한다. 집중은 가운데로 모으는 일이다. 가운데로 모은다는 것이 '중력'을 닮았다. 세상 빛 조차 끌어당길 정도의 블랙홀이라면 그 근처에는 '빛'조차 존재하지 못한다. 그 가장자리에서 흔적정도 남는다.
다만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서는 순간 그것은 완전히 사라진다.
삶에 퍼져 있는 온 잡념을 마음속 사건의 지평선으로 넘겨 버리자. 깨끗이 청소가 되면 마음은 바늘이 아니라 우주를 품고도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