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금택 Dec 08. 2023

인생 한방

준비 되어 있다면, 시장만 오면 끝난다.

인생 한방은  우리 모두가 바라는 거 아닌가요?


날고 기는 승진경쟁자를 재끼고 임원 명함을 갖는 것,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서 세계적인 선수가 되는 것.

20년 전에 9천만 원에 매수해서 애 키우고 살다가 전세 준 아파트가 정밀안전진단 통과하는 것.

3년 동안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공부만 해서 서울대 합격하는 것.

5년 동안 지랄 발광을 떨면서 노력하다가 책을 써서 여기저기 강연 요청받는 것.

유튜브 3년 동안 구독자 100명을 전전하다가, 갑자기 시장이 변하면서 실버 버튼 받는 것.

다들 이런 거 바라고 인생 사는 거 아닌가요.


인생 한방이란 말이 그리 좋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자신의 목표를 위해 시간과 노력을 갈아 넣으며 한 계단 한 계단 목표를 향해 올라서는 것이 아니라, 운 좋게 기회를 만나, 스스로 쌓은 결과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거대한 수익을 얻는 느낌이 들어서입니다.


하지만 솔직히 이런 한방을 만나고 싶지 않나요?

만일 나에게 인생이 바뀔 기회가 온다면 정말 좋은 일 아닌가요? 꼭 20년 동안 직장에 다녀야 하고, 불로소득은 절대 안 되고 오직 숭고한 노동력으로만 돈을 벌어야 하고, 자신의 능력보다 절대 더 많이 벌어서는 안 되는 게임의 기준으로만 성공하고 부자가 되어야 하는 건가요?

그렇다면 이 터닝포인트를 만나기 위해 자격증을 따고, 대리운전, 쿠*맨을 병행하고, 스마트스*어에 도전해야 하는 것인가요? 티끌 모아 태산이란 말에는 시간 조건이 없습니다. 티끌이 태산이 될 때까지 모으려면 우리 인생 100년은 그야말로 티끌처럼 작습니다.  


티끌 모으는거 말고 인생을 한방에 쉽게 바꿀 수는 없는 걸까요. 정말 부자들은 매일매일 티끌을 열심히 모아서 부자가 된 것일까요?

각자의 성공으로 향하는 로드맵은 다 다를 순 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서서히 성공한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성공했다는 것입니다. 분명 터닝포인트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 터닝포인트를 만들기 위한 결정적인 재료는 노력도, 재능도 아닌 바로

“시장” 입니다.


허무하시죠. 부끄럽지만 저의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20년쯤 전에 전세금과 대출, 그리고 지인들에게 까지 돈을 박박 긁어모아 빌라 반 지하 샀습니다. 2년 후 매도 할 때 정확히 1억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유레카!! 이렇게 열 번 하면 10억을 벌겠네!!. 매매 건수에 비례해서 비용도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이 거래를 하고, 인테리어와 세입자를 들이고 하는 에너지와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이 들었습니다. 점점 지쳐 다니던 회사일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런 소모적인 투자를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통장에 원금과 수익금이 입금되어도, 제 삶은 전혀 변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투자한 집에 이사를 가야 했습니다. 잔돈은 모아봐야 잔돈이었습니다.


큰 성공은 아니지만, 의미 있는 삶의 변곡점이 있었습니다.

“힘든 상황을 극복하고 성실하게 공부하고, 끈기 있게 도전하여 제 삶을 스스로 Upgrade 시켰습니다.”라고 폼 나게 말하고 싶지만, 사실 제 삶이 드라마틱하게 변화된 계기는 엉뚱한 곳에 있었습니다.  


2011년 에 광명에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오픈 했습니다. 오픈하고 1년간 교통비정도 벌었습니다.

2012년 중반쯤 거의 10년 동안 멈춰 있었던 광명 재개발 사업이 갑자기 급 물살을 탔습니다. 워낙 낙후된 지역이기 때문에, 갑자기 오른 집값에 오래 사셨던 분들은 상승 초기에 너도 나도 집을 팔아 치웠습니다. 광명은 재개발 구역이 11개나 되고, 각 구역마다 입주 세대수도 많아 전국적인 관심을 받는 지역이였습니다. 사업시행인가를 거쳐 관리처분까지 5-6년간의 순탄한 진행과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 기간이 겹치면서 더 부동산 거래량은 큰폭으로 확대 되었습니다. 2014년 후반기 부터 사무실에 사람들로 늘 북적였고, 하루 한건 정도 늘 계약이 있었습니다. 원주민은 자신의 부동산 가치를 과소 평가 했고, 시장은 풍부한 유동성으로 급하게 오르는 시기였습니다. 국가에서도 별다른 규제 조치가 없어 시장은 그야말로 활황이었습니다. 사연이 있어 급하게 팔아야 할 초저가의 물건들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매수했습니다. 그렇게 3년이 몰아치듯 지나갔습니다.


한차례 뜨거운 시장을 보내고 나니 제 손엔 입주권 여러 장이 들려 있었습니다.

그뿐입니다. 이렇게 된 원인은 저의 탁월한 투자실력과 타이밍기술이 아니었습니다.  정밀하고, 실시간 정보 또한 더더욱 필요치 않았습니다. 사막에는 가끔 갑자기 많은 양의 소나기가 쏟아져 익사하는 여행자가 많다고 합니다. 평소 말라 있는 강을 인식하지 못하고 야영을 하기 때문이랍니다. 갑작스러운 소나기가 쏟아져 내릴 때 운좋게 저는 마른 강바닥에 그물을 들고 있었던 겁니다. 저는 맹새코 소나기가 쏟아질지 몰랐으며, 물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몰랐습니다.


그럼에도 굳이 제가 잘한 짓을 애써 찾는 다면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부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돈 되는 곳, 돈 벌었다는 사람들을 늘 찾아다녔습니다. 엉뚱한 곳, 엉뚱한 짓을 마다 하지 않았습니다. 돈이 되는 것은 나쁜 일 빼고 모두 해보려 노력했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노력으로 어떠한 의미 있는 돈도 벌 수 없었습니다.  


둘째, 불확실한 위험을  외면하지 않고 받아들였습니다.

형편없는 썩빌이 2억 원의 헐값에 나왔을 때 돈이 되겠다 직감했습니다. 감평이 1억 5천이면 프리미엄이 5천밖에 안 되는 것이고, 조합원 분양가가 5억쯤 될 테니 총투자금은 5억 5천이 됩니다. 사업시행인가 때이니, 입주시기를 7-8년 후로 보고 미래의 신축 아파트는 최소 10억으로 계산하더라도 4억 5천 정도가 세 전 수입이라 예측했습니다. 5억 5천의 리스크를 감수했습니다. 가족과 지인 모두가 말렸던 위험한 투자를 저의 경험과 배짱을 믿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진행 했습니다.


시장은 그 무엇보다 힘이 셉니다. 

인생 한방에 바꾸고 싶다면 시장을 이기는 전략으로 싸우기보다는 앞으로 지나갈지도 모를, 시장의 길목에 서서 망연히 기다리면 됩니다. 단 순식간에 왔다가 가기 때문에 늘 깨어 있어야 하는 조건만 지킨다면,

인생이 바뀌는데 3년이면 충분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