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지저분하다

by 신기루

아들이 대학에 들어간 지도 1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아들집에 가면 청소부가 된다. 화장실부터 싱크대까지 락스 청소가 끝나면 빨래를 돌린다. 예전에 건조기를 사기 전까지는 빨래를 해서 축축한 것을 너는 것도 힘이 많이 들었다. 웬 옷들이 그렇게 무거운지. 애들은 청소기 한번 안 돌린다. 내가 한 달에 한 번이든, 두 달에 한 번이든 가야만 청소기가 돌아간다. 일주일만 안 돌려도 머리카락이 산더미. 학교 다닐 때 공부만 죽으라고 시킨 내 잘못이다. 왜 그랬을까? 나는 남들에 비하면 방임형이라고 볼 수 있지만 속으로는 잘하기를 왜 기대하지 않았겠나. 그 깊은 뜻을 아는지 아이들은 고등학교 때부터는 죽으라고 했다. 중학교 때까지는 놀게 내버려 뒀다. 공부란 게 억지로 시킬 수가 없는 거다. 그래서 실컷 놀아본 결과


'아, 이제 놀만큼 놀았다.'


이러고 고등학교에 올라갔다. 가보니 웬걸 둘 다 바닥권이었다. 자기들도 좀 창피했나 보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했단다. 그런데 좋은 대학은 골라 갔는데 적성에 안 맞는 과를 갔다. 그래서 지금은 둘 다 과와는 무관한 일을 한다. 90년대생인데도 적성교육을 제대로 못 했고, 엄마가 교사라도 못 했으니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는 뒤늦게 자기 적성을 발견해서 생활하고 있는데 하나는 아직도 자기 적성이 뭔지 몰라서 헤매는 것 같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니다. 첫째는 지능, 감성지수가 보통은 되는데 둘째는 지능은 높은데 감성지수가 너무 낮다. 나는 유전이라고 보는데 차마 말하기가. 그래도 한 번은 한 적이 있다. 외할아버지가 소통이 안 되었고 그래서 외삼촌, 이모가 소통을 못 하고 있다. 너네 아버지도 소통을 못 하는 사람이었다. 내 눈에는 유전력이 강한 걸로 보이는데 아이는 아직도 그것이 유전때문이다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내가 어때서?'


좀 불편한 건 있는 것 같은데. 예를 들면 여자 친구와의 관계에서 삐그덕 거리는 문제가 바로 소통이라는 것. 내가 카톡을 해도 다음날 보는 건 심각한 문제이다. 대체로 내 주변에 있는 지인들도 바로바로 답장을 주는 사람들과는 유대관계가 이어지는데 카톡 답장이 종무소식인 사람들과는 점점 멀어지게 된다. 답답해서 못 만난다. 그런 사람들은 만나봤자 안드로메다 이야기를 하기 일쑤이고. 대화도 피곤하고. 그래서


'넌 IQ는 최고인데 EQ는 바닥이다. 노력해라.'라고 했으나 과연 인간개조란 게 잘 될까?


어릴 때 공부 안 한다고 신경 쓸게 아니라 나가서 더 같이 밥 먹고 놀러 다니지 못한 게 안타깝다. 어릴 때는 내가 주도적으로 데리고 나가 매일 축구를 하면서 활동력을 기르고 소통력도 길렀다고 생각했다. 커 가면서 친구끼리 잘 노니까 잘 소통하는 애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 니 다'

'청소라도 열심히 가르칠 걸' 후회가 된다. 런데 나도 지저분하다. 깨끗한 아이, 지저분한 아이로 나눈다면 지저분한 아이에 들어갈 것이다. 더러운 건 나를 닮았나보다. 으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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