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광풍이 불었던 '버킷리스트'. 그때는 꿈도 못 꿨다. 시간도 없고 돈도 없고. 이제 시간도 있고 돈은 조금 들어가는 걸로 하면 될 것 같다. 공연을 11시에 하는 것들이 종종 있다. 시에서 지원해주는 공연들. 그런 공연에도 느긋하게 가서 볼 수 있겠다. 정 00 팬클럽에 가입했는데 그런 공연은 저녁 7시 30분에 주로 한다. 요런 것도 서울까지 가서 볼 수도 있겠다. 평일 저녁에 하는 공연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평소에 체력을 다져야 한다. 지치지 않고 딱 10년만 열심히 돌아다니자. 아. 슬퍼. 10년 뒤엔 66세. 말도 안 돼.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아침에 교보문고에 가서 책을 읽어야 한다. 아침 일찍 카페에 가서 책을 읽고 브런치란 것도 먹어야 한다. 아침 일찍 호숫가를 산책도 해야 한다.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멀리 갔다가 당일로 돌아와야 한다. 자는 건 좀 불편한데 이것도 생각을 좀 해 보자. 아침 일찍 절에 가서 풍경 소리도 들어야 한다. 아침 일찍 헬스도 할 수 있다.
나의 버킷은 명승지를 가야 한다. 외국 유명한 관광지를 가야 한다. 이런 게 없다. 주로 보고 듣는 것들이다. 아침 일찍 그림 전시를 보러 가는 것, 아침 일찍 영화를 보는 것. 아침 일찍 쇼핑을 하는 것. 사람이 없는 시간을 골라서 가야 할 곳들이다. 전시, 쇼핑, 산책, 헬스, 서점 이런 것들. 그동안은 주말에 피곤해서 자야 했다. 늦게 나가면 사람들에 치여서 제대로 볼 수가 없다. 어디를 꼭 가야 할 장소는 없다. 그냥 그때그때 가고 싶은 곳을 가 보면 된다. 안 가도 그렇게 갈증 나지 않는다. 해외여행 마니아도 아니다. 일본은 한번 가보고 싶은데 원전 터지고는 가기도 어려워졌다. 앞으로 10년 뒤에 일본은 어떤 나라일까. 궁금하다. 비행기 타는 걸 안 좋아한다. 폐쇄공포증, 고소공포증. 겁쟁이라서 그렇다. 빨리 통일이 되어 북한에 가보고 싶다. 금강산이 뚫렸을 때 잠시 교사 단체연수 겸 관광으로 한번 가봤고 개성은 못 갔다. 그때 개성이 일반에게도 열렸던가. 내가 가 보고 싶은 나라는 북한. 통일이 안 되어도 관광만 뚫리면 좋겠다. 기차를 타고 유럽에 갈 수 있다면 기꺼이 갈 텐데. 비행기를 타고 유럽에 가서 기차여행을 하면 좋을 것 같다. 앞으로 그건 희망사항에 넣어두자. 나의 버킷리스트는 쓸게 없구나. 그냥 남들이 평소에 다 하는 것들을 하는 것일 뿐. 엄청 색다르고 유별난 게 없구나. 크게 욕망하는 게 없구나. 아닌가? 아. 먹는 게 빠졌네. 먹는 건 별로 관심이 없나 보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