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시간이 안 간다. 누군가는 아쉽다고 하는데 나는 아주 지루하다. 이제 두 달도 안 남았다. 빨리 자유인이 되고 싶다. 말년병장들 기분을 알 것 같다. 얼마나 지겨울까. 감옥에 있는 죄수들도 출소날을 앞두고 이렇게 절박할까. 몸이 아파서 더 그런 것 같다. 내가 아는 언니는 몸이 아파서 갑자기 퇴직을 하게 되었다. 병가를 2달 냈다. 병가를 내면 그냥 쭈욱 쉬면 되는데. 아픈데 수업결손을 하지 않으려고 꼬박꼬박 나가려고 하니까 더 지겹다. 학교란 하루도 안 나갈 수가 없다. 머리에 열이 39도 올라가지 않는 한. 내가 안 나가면 누군가 내 시간에 들어가야 한다. 남한테 피해 주기는 싫으니까. 교사들의 한두 시간 쉬는 시간을 뺏는 것 같아서. 한두 시간도 쉬지 못한다. 그 시간에 공문처리를 하거나 학생 상담이라도 하게 되면. 그래서 가서 자습을 시키는 한이 있어도 무조건 출근을 한다. 그게 마음 편하다. 그렇게 31년을 쉬지 않은 나에게 박수를 쳐야 한다. 스스로.
그렇게 쉬지 않아서 병이 난 거다. 조퇴도 왜 그렇게 눈치를 봐야 했는지. 연가 한번 쓰지 않고 지낸 적이 더 많다. 요즘은 몸이 아프니까 자주 조퇴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주 아파서 출근을 못 하는 날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래서 힘을 아껴서 내일 또 나가야 한다.
요즘 연가를 쓸 때 사유를 쓰지 않고 , 교장에게 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하지 않고 당당한 권리를 쓰자는 제안을 노조에서 하고 있다. 예전에 조퇴 낼 때도 교감에게 가서 항상 말하고 허락받고 조퇴를 낸 적도 많았다. 요즘은 조퇴는 그냥 쓰고 가면 된다. 따로 허락받지 않아도 된다. 물론 조퇴 결재는 올린다. 그런데 아직도 연가를 교장에게 가서 미리 보고하지 않으면 뭐라고 한단다. 학교에 하루 빠지는 건 매우 큰일? 수업까지 다 교체했는데도 왜 그럴까. 교장실에 가서 얘기하는 게 귀찮아서 안 내는 경우도 많다.
말년병장이 되어 곧 나갈 나에게 이래라저래라 잔소리는 안 한다. 하루 종일 비우는 연가를 낸 적은 없다. 수업 바꾸기 귀찮아서. 교감샘이 코앞에 있는데 미리 말씀드렸다.
'제가 말년병장이라 그런 게 아니라 병가를 내기에는 진단서 떼기가 어렵고 해서 아파서 조퇴한다고'
그래서 그냥 조퇴를 매우, 자주 한다. 30년간 조퇴도, 연가도 잘 쓰지 않은 내가 미련스럽고 딱하다. 후배들은 종종 쉬어서 병에 걸리지 않고 오래 잘했으면 좋겠다. 교사의 건강 차원에서도 연가를 독려 하는 것에 찬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