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 정체 모를 냄새가 난다. 이것저것 아무리 버려봐도 사라지지 않는다. 드디어 드러난 정체. 요즘은 된장 끓이기가 귀찮아서 안 끓인 지 오래. 그런데 그렇게 짠 애도 상했다. 조금 심심하게 담근 된장이라서 적정 간을 벗어난 된장은 상해 있었다. 그런 걸 모르고 철떡같이 너를 믿고 놔뒀다. 너무 믿은 내 탓일까. 간을 심심하게 넣은 시어머니 탓일까. 아니면 된장 스스로 곰삭지 못한 네 탓일까. 이제야 쾌적한 냉장고가 되었다. 너무 믿으면 안 된다. 뭐 든 지.
버릴 거야
냉장고 깊숙이 자리 잡고 앉아서 태연히 냄새를 피워 올린다
다른 건 다 버려도 너만은 끝내 안 버렸는데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코를 막으면서도 지켰는데
오늘에야 실체가 드러나고
주저주저하며 열어보니
못 볼 꼴을 봐 버렸다
싱크대에 팍 붓고 물로 씻어 내려도 끝내
사라지지 않고 굵은 알갱이를 남겨 내 손에 달라붙는다
저 아래 음식물 쌓인 곳으로 가기 직전까지
밤새 냄새를 피워 올리겠구나
질척이는 너를 내일은 버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