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을 본 사람들은 그 배경음악을 잘 기억할 것이다. 배우들이 게임을 하러 갈 때 모두 불안해했던 것만큼 우리도 그 음악과 함께 쫄았기 때문인 것 같다. 요즘 티브이의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그 음악을 차용한다. 그 음악이 나올 때마다 리모컨으로 음을 소거한다. 무섭다. 사람을 너무 함부로 죽였기 때문에. 좀비나 괴물이 나오는 영화도 피가 낭자하다. 또 영웅영화에서도 총으로 쏘고 칼로 죽인다. 그런 장면들은 대충 보지 않고 넘기면 된다. 그리고 너무 가짜 같아서 인상만 쓰고 만다. 그런데 오징어 게임은 왜 그리 몰입이 되었을까? 그 음악도 오래오래 뇌리에 박혀서 들릴 때마다 꺼 버릴 정도로.
오징어 게임은 몇 장면 빼고는 거의 넘긴 장면 없이 다 봤다. 사람을 가지고 게임을 한다는 자체가 무서웠던 것 같다. 컴퓨터 게임은 캐릭터들이 나와서 조정하는 사람에 의해 움직인다. 그런데 오징어 게임은 차원이 다른 게임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게임인데 이기는 쪽이 있으면 지는 쪽이 있다. 상대적 게임이다. 대학교 입시도 취업도 그렇다. 내가 들어가면 누군가는 떨어진다. 그래서 경쟁이 무서운 것이다. 물론 미국의 유명 서바이벌 게임도 두 명이 경쟁을 해서 한 명이 올라간다. 그런데 그 게임은 아무나 못 한다. 무시무시한 근육질의 남자나 여자가 아무나 들지 못하는 무게를 들거나 끌고 간다. 그들은 평범하지 않다. 그런데 오징어 게임에 나온 사람들은 누구라도 가능한 인물들이다. 나도 갈 수 있다. 그래서 몰입도가 더 높은 것 같다. 아침부터 새벽까지 하루에 다 본 시리즈는 잘 없다. 거의 홀릭해서 봤으니 세계가 흥분했다는 말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극 중에 나왔던 배우도 언젠가 티브이에 나와서 그 음악에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했다. 사람들의 감정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아무 반응을 일으키지 않을 OST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시각 못지않게 청각적 자극도 오래 남는다. 예전에 산길을 가다가 뱀이 지나가는 소리를 들었다. 스르르르르륵. 이후 그 비슷한 소리만 들어도 못 듣는다. 그때 내 앞에 가는 사람은 뱀을 보았고 나는 소리만 들었다.
'어? 이거 무슨 소리예요?
'응, 빨리 따라와.'
그는 나에게 뱀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내가 놀랄까 봐. 나중에 알려줬다. 수북이 쌓인 낙엽 사이를 지나가는 소리였다. 그래서 산에 가면 수북한 낙엽을 마구 밟으면 안 된다. 산길로 다녀야지 산길이 아닌 곳을 밟으면 동물이 그 속에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원래도 뱀을 가장 무서워한다. 티브이에 나오면 바로 채널을 돌린다. 우리를 독으로 죽이고 칭칭 감아서 죽일 수도 있는 놈이다. 그런데 오징어 게임에서 나오는 음악들. 띠띠띠 띠띠띠(Way Back then) 소리가 들리면 머리가 선다. 대부분의 영화 OST는 기억도 잘 안 난다. 그런데 오징어 게임 OST는 너무 강력하다. 물론 음악의 힘이기도 하지만 영화 전반의 스토리가 너무 강력했다. 지금도 방에서 오징어 게임 OST 중 하나인 밤밤밤밤밤밤(Pimk Soldiers) 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 귀를 막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