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를 더럽게 하는

by 신기루

학교에서 청소하시는 분들은 대개 할머니들이다. 70이 넘은 분도 있고. 그러다 보니 변기가 더러워도 짤릴까 봐 말을 못 한다. 그냥 대충 참는다. 그래서 퇴근할 때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안 갈 때가 많다. 청소를 하는데 더러우면 안 한 것만 못 하지. 화장실을 청소하는 데에 5분도 안 걸린다. 바닥은 봉걸레로 쓱쓱 밀고 10칸이나 되는 화장실 칸에는 그닥 물기가 없다. 어떻게 청소를 한 거지? 할머니가 하는 청소에 고퀄러티를 요구하기도 어렵지만 화장실을 쓸 때마다 울고 싶고 집에 가고 싶다.


우리 남편도 청소일을 한다. 새벽 2시에 나가서 저녁 5시에 들어온다. 나이 들어서 자영업으로 개척한 것이 청소일이다. 이것도 돈을 주고 배웠다. 원룸 한 동을 가지신 분들은 대략 노인들이 많다. 이들이 직접 하기는 어렵다. 계단청소, 난간 청소, 현관문 청소, 원룸 마당청소. 이런 것들은 남자가 해도 엄청난 힘이 요구된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직종, 극한 직종이다. 여름엔 무지 덥고 겨울엔 추위와 싸워야 한다. 덕분에 체중관리가 잘 된다고 좋아한다. 그런데 예전에 일을 하다가 생긴 무릎 관절이 아파서 매일 파스를 붙이고 잔다.


나한테도 청소일을 하루 시켰다. 남편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야 된다면서 데리고 갔다. 원룸 실내 청소를 맡겼는데 우리 집 싱크대도 엉망인데 남의 집 싱크대 청소, 냉장고 청소, 화장실 청소를 맡겼다. 싱크대만 3시간 정도 하다가 지쳐서 집으로 왔다. 전철에서 내려서 집으로 오다가 구토를 했다. 그다음부터는 남편이 집에 오면 잡일을 많이 안 시킨다. 그전에는 설거지를 안 해 준다고 찡찡 댔다. 가끔씩 남편이

'퇴직하고 같이 일하자.'

'오랜만에 청소하러 가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싫다고. 누구 죽일려고 하냐고 소리를 질렀다.


세상에는 극한직업이 많다. 체력이 받쳐줘야 그런 일도 한다. 나는 체력으로 물러나는 지금.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는 말을 다시 새기면서. 퇴직하고도 아프면 진짜 슬픈 거다. 안 아플 때 나가야 된다고 다시 생각해 본다.


비가 후드득 오고 낙엽이 비에 짓이겨지고 달력은 달랑 두장 남아서 바람에 퍼덕인다. 올해는 이렇게 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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