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당연히 아프다. 엄마도 아프고 나도 아프고 동생도 아프고. 그런데 엄마가 머리 아프다고 인상을 쓰면 나까지 우울하고 기가 빨리는 느낌이다. 난 아파도 엄마가 걱정할까 봐 잘 말을 안 했다. 그런데 아직도 딸은 너무 생생한 줄 알아서 결국 얘기를 했다.
'엄마, 엄마도 팔십이 넘었지만 이제는 나도 그렇고 동생들도 그렇고 다 아플 나이야. 그러니까 머리가 아픈 걸 받아들여. 머리가 젊은 사람처럼 쾌청하지 않고 띵 한걸 받아들여. 자꾸 아프다고 하면 듣는 사람들이 힘들어.'
그러니까 머리를 끄덕인다. 나이가 들면 점점 이기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 나는 엄마가 걱정할까 봐 이제까지 아프다는 말을 안 했는데 이제는 아니다. 나도 아픈다는 걸 엄마가 알아야 한다. 나도 면역력이 떨어져서 이틀에 한 번씩 알레르기 약을 먹는다. 먹어도 스트레스 받으면 바늘로 콕콕 쑤시듯이 아프면서 벌겋게 올라온다. 특히 퇴근하고 부엌에서 저녁 준비를 할 때는 벅벅 긁으면서 한다. 그러다가 남편이 말 시키면 급짜증을 낸다. 엄마가
'쟤가 안 그랬는데 변했다.'고 남편에게 얘기하더란다.
맞다. 코로나 초기에 대구에 병실이 부족하다고 할 때 엄마와 조카까지 데리고 와서 방학 때 같이 있었다. 몸은 힘들지만 그냥 걱정이 되어서 했는데. 그때는 '해야 된다'라고 생각하면 했던 것 같다. 이제까지는.
그런데 이제는 '해야 하는' 것도 하기가 싫다. 당분간은 내 체력을 올린 다음 주변을 좀 챙기든지 말든지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