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단 머리를 하고 미인형 얼굴에 춤까지 잘 추는 아이가 있다. 댄스동아리에서 몸을 예쁘게 흔드는 아이가 오늘은 회색머리를 하고 책상에 엎드려 있다. 그 반에는 노랑머리를 한 여자애도 있었는데 최근에는 초록색 머리를 하고 있다. 몇 해전만 해도 학생인권조례가 생기기 전에는 두발 단속, 복장 단속을 하느라 복장이 터지기 일쑤였다. 물론 나는 '왜 하느냐'라고 해서 학년부장의 눈칫밥을 먹곤 했다. 한동안 옆머리를 다 밀고 윗머리만 닭 볏처럼 한 머리가 유행했다. 이것을 보기 흉하다고 특히 교장샘의 시각에서 안 좋게 찍히면서 두발 단속에 들어갔다. 교실에서 한두 명이 그런 머리를 하고 있었다.
'샘, 00이 투 블록 했어요.'
'응, 그래? 예쁘네.'
'아, 교장샘이 싫어해요.'
'왜?
'이상하대요.'
어떤 한 사람 눈에 이상해 보이면 규제해야 되는 건가? 그래서 교장실에 가서 타협을 했다. '머리를 규제하는 건 신체를 구속하는 거다. 그래서 전면 허용해라'이렇게 해야 하는데 '아주 지나친 거 아니면 요즘 유행이다. 허용하는 게 좋겠다.'요정도로 해서 타협이란 걸 했다. 이후 교장샘은 아침 등교지도 시 투 블록을 잡지 않았고 애들은 어리둥절해하며 들어왔다. 이후 하나둘 교실에서 투 블록이 늘어나긴 했으나 아주 흉측한 닭 볏은 나타나지 않았고 거의 고만고만하게 단정한 투 블록들이 생겨 나왔다. 내가 보기엔 예쁘기만 하구만.
이후 몇 년 뒤 현재의 학교는 귀걸이는 물론 매니큐어, 염색, 파마까지 아주 신나게 하고 있다. 치마 길이도 예전에는 30센티 자를 가지고 들이대는 여선생도 있었는데 요즘은 초미니로 잘만 입고 다닌다.
아, 그런데 왜 회색머리 가지고 시비냐고요? 시비는 아니고 흑단 머리가 더 곱고 예쁜데 회색머리 한 게 좀 안타깝다고나 할까. 시간이 가면 저절로 희끗히끗해지는데 뭐가 그리 바빠서 벌써 하고 있는지. 나는 지금 검은 머리 한올이 아쉬운데. 젊어서는 모르는 게 많아서 불안했던가? 그래서 안절부절, 이것저것 해 보는지도. 우리 아들도 최근에는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다. '그래, 언제 또 길러보겠냐.'어디까지 기를 지는 모르겠으나. 예전에 우리 엄마는 매번 '머리가 길다. 잘라라. 잘라라.' 해서 맘 놓고 길러보지 못했다. 머리카락도 곱슬머리라 돼지꼬리같이 푸석푸석했지만. 그래서 이 나이에 한번 길러보자고 해서 기르는 중인데. 백발마녀가 되기 십상이다.
평소에 검고 윤나는 그 흑단 머리를 부러워했는데 갑자기 회색머리를 하고 나타나서 많이 속상했다고나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