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몸이 안 좋을 때 엄마의 밥과 반찬을 먹으면 어떤 보약보다도 치유의 밥상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부엌에 서 있는 엄마가 무섭다.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너무 맛없는 반찬이 나온다. 양배추 겉절이가 그렇게 맛없는 반찬인지 엄마가 테러를 한 건지. 왜 엄마는 갈수록 맛없게 반찬을 하는 건지 울고 싶다.
엄마와 떨어져 산 지도 40년 가까이 되다 보니 먹는 음식도 많이 차이가 난다. 엄마는 여전히 푸성귀를 좋아한다. 푸성귀란 것이 씻고 또 씻고 다듬고 삶고 무치고 단계가 여러 단계라 귀찮은 재료들이다. 찌개는 그냥 끓는 물에 재료들만 퐁당 넣으면 된다. 그래서 바쁜 나로서는 푸성귀는 절대 사양이다. 그냥 채소는 김치면 된다. 그런데 엄마가 오면 가지, 시금치, 호박, 얼갈이, 부추, 고춧잎, 시래기 등 평소에 안 하던 재료들을 산다. 엄마가 고춧잎 조림을 했는데 옛날의 그 맛이 아니라서 다 버렸다. 정작 엄마도 식사량이 줄어서 조금밖에 못 드신다. 그러다 보니 정성에 비해 버리는 음식들이 많다.
오랜만에 엄마가 왔는데 그런 것들을 안 샀다. 그리고 즉석식품으로 사놓은 사골곰탕을 찢어서 끓여 드렸다. 가게에서 파는 음식을 사 가지고 와서 먹었다. 이제 반찬을 하라고 시키지 않을 거다. 맛도 없고 버려지는 음식물만 많아서이다. 엄마의 맛깔나는 반찬을 이제는 먹을 수 없다. 내가 더 잘한다. 슬픈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