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좀 버려

by 신기루

학교에 급식이 맛없는 곳은 엄청 맛이 없다. 럭셔리 한 곳은 럭셔리하고. 같은 예산을 쓰는데 누가 영양사인가에 따라 엄청난 맛과 양의 차이가 있다. 식단표도 학교마다 다 다르다. 그리고 중학생 식단은 고칼로리이기 때문에 자칫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영양 과다가 되기 일쑤이다. 그런데 맛이 있으면 과다 건 뭐건 안 먹겠나. 결국 맛없는 학교는 교사들이 도시락을 싸 오는 데가 많다. 나도 도시락을 싼 지는 몇 년 되었다.


같이 먹는 도시락팀이라고 해도 학교에 따라 분위기가 좀 다른데 서로서로 반찬을 나누어서 먹는 데가 있고 각자 준비해 온 자기 음식만 먹는 데가 있다. 서로 나누어 먹는 분위기에서는 각자 가지고 올 반찬을 정한다든지 재료를 가지고 와서 즉석국도 끓여 먹는다든지 하는 경우도 있다. 각자 먹는 지금의 학교는 모두들 다이어트를 하고 있어서 닭가슴살을 주로 먹는 분, 요구르트와 과일을 주로 먹는 분, 즉석비빔밥을 주로 먹는 분 등이 있다. 나는 밥과 반찬 하나를 가지고 와서 먹다가 요즘은 그것도 귀찮아서 컵라면을 먹고 있다. 또는 고구마, 귤을 먹을 때도 있고. 그런데 그중 한 언니는 집에서 먹지 않아서 남아돌아가는 음식들을 가지고 온다. 학교란 곳이 좋은 것을 가지고 와서 나누어 먹을 때도 맛있지만 집에서 안 먹는 걸 가지고 와도 맛이 있는 곳이다. 다들 아침을 잘 안 먹고 와서 배가 고프기 때문이다.


오늘은 남아도는 음식, 즉 버리기 직전의 음식을 들고 온 그 언니가 냉장고에서 굴러다니던 깎은 밤과 빵을 가지고 왔다. 밤은 이미 물렁거려서 반도 못 먹고 버리고 빵도


'어? 크림이 상했나?'


이러면서 몇 조각 먹지 않고 아이스박스 통으로 들어갔다


'어? 왜 안 버리고 저기에 넣지?'


아이스박스 통은 그 언니가 음식물을 보관하는 곳이다.


평소에도 애들이 안 먹어서 가지고 왔다고 하는 음식물들을 나는 손을 대기가 싫다. 이미 그 언니 음식은 상하고 맛없는 것들이란 게 여러 번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나라면 오늘 아침에 그 음식물들, 밤과 빵은 다 쓰레기통에 버렸을 것이다.


'아, 좀 버려.'라고 말하고 싶으나 말을 못 하겠다.


항상 우리에게 '우리가 살면 얼마나 사나, 우리가 좋은 거 먹고, 좋은 차 타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야지.'라고 말하면서 정작 먹는 음식은 이상한 걸 먹는다. 일은 또 뭘 싸 가지고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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