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살인

by 신기루

슬픈 뉴스를 봤다. 제목은 간병살인. 부제 '제가 아버지를 그리워해도 될까요?' 자세한 내용은 보지 않아도 대충 짐작하실 거다. 우울해질까봐 안 봤다. 워낙 자주 이런 이야기를 듣기 때문이다. 그리움, 사랑 이런 아름다운 것들 이면에는 치러야 하는 대가들이 있다. 아이를 기르는 건 많은 노동이 필요하다. 그래서 보모에게 노동의 대가를 지불한다. 우리 남편은 매일 도시락을 싸 간다. 거기에 사랑도 필요하지만 노동도 들어간다. 퇴근하고 저녁도 겨우 해 먹는데 도시락 준비도 하자면 30분 이상 걸린다. 자식도 다 큰 자식이 부모에게 얹혀살면 부모의 마음도 몸도 힘들다. 어느 정도 자립이 가능하면 인긴은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그런데 부모가 아프거나 연로해서 모셔야 한다면 나의 시간과 노동이 그만큼 필요하다. 오늘 아침에도 늦게 일어났는데 점심 먹을 반찬이 없다. 감자, 물, 고추를 넣고 끓이다가 마지막에 꿀을 넣었다. 나오면서


'엄마, 감자 반찬 해 놨어.'


순간 엄마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핸드폰을 깜빡하고 놓고 왔다. 분명히 나오기 전에 핸드폰을 가방에 넣어야 한다는 걸 알고 어디에 있는지도 봤다. 그런데 엄마만 나오면 정신이 순식간에 산란해지고 집중이 안 된다. 평소에도 엄마는 '잔소리쟁이다'라는 게 머리에 박혀서 어떤 말도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심해졌다. 엄마 목소리만 들어도 평생 아버지에게 잔소리하던 그 쟁쟁거리던 목소리가 연상되어 말소리를 듣지 못한다. 엄마는 모르지만 나는 이어폰을 꽂고 있거나 음악을 들을 때가 많다. 엄마는


'쟤가 갑자기 귀가 먹었나' 할 정도로

'응? 응?'

이렇게 자주 반문을 한다. 귀가 막혔으니 잘 못 알아듣는 거다. '소리 거부증' 이런 병명도 있는지 정신과 의사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지금은 학교 종소리도 너무 커서 듣기 싫고 또 다른 듣기 싫은 소리에도 극도로 예민하다. 남편은 내 몸이 많이 지쳐서 그렇다고 이해를 해 준다.


'이제 쉬고 몸이 좀 나아지면 괜찮을 거라고.'


괜찮아지면 좋겠다. 엄마를 보고 활짝 웃으면서 얘기를 하고 싶은데 바라만 봐도 피곤하다.


지금은 다 큰 자식들 밥 해 먹이는 것도 피곤하고 엄마 간호도 피곤하다. 어제도 수업을 하고 한 시간 차를 타고 치과에 가서 엄마가 치료받는데 두 시간 걸리고 집에 와서 저녁을 하고 도시락을 싸고. 이런 게 다 사람 사는 일이긴 한데 '너 무 힘 이 든 다.' 그래서 엄마에게


'엄마, 내가 체력이 안 되어서 학교를 그만두는 거야.'라고 했다.


간병하는 사람들이 지치는 건 계속 환자에게 신경을 고정하는 게 보통 스트레스가 아니다. 거기다가 삼시세끼 먹는 것 신경 쓰고 시간 투자도 많이 되어 간병은 자신의 삶 전체가 날아간다. 결혼 못 한 젊은이는 돈도 못 벌고 미래에 대한 희망도 사라진다. 의료시스템이 아직도 우리나라는 엉망이고 비용도 많이 든다. 요양원에서 구타를 하거나 영양에 맞지 않는 식단을 제공해서 서서히 죽게 하는 곳도 있지 않은가. 안심하고 맡길 수도 없다. 우선 학교에 자체 육아시설이 없어서 아이조차 제대로 기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저출산 걱정을 하는데 직장 내에 무조건 육아시설을 만들고 보모를 두면 아이도 많이 낳을 것 같다.


아이와 노인, 모두 돌봄을 요하는 대상인데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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