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고 '살림'이라는 것을 한 번도 열심히 해 보지 않았다. 주된 일이 직장일, 육아 그러고 나면 기운이 똑 떨어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원래 체력이 없는 편인가 보다. 주변의 지인 얘기를 들어보면 아침에 일어나 한 시간 동안 청소기를 돌려서 손목이 아프다고 한다. 그 친구는 오후 퇴근시간이 되면 체력이 뚝 소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는 아침부터 그러면 아마 오전 중에 체력이 다 없어질 것이다. 집에 오면 밥만 겨우 해 먹는 판에 무슨 '살림'을 사냐. 그다지 취미도 없을뿐더러. 잠시 휴직을 한 사이에는 김치에도 도전을 해 보고 금방 살림이 느는 재미도 있었지만 복직하면서 제자리로 돌아갔다. 아마도 모든 직장인들에게 살림은 그냥 밥 먹기 위해 겨우 하는 정도가 될 것이다. 집은 잠자는 곳이고.
그런데 억척 부인들이 있다. 다 잘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보면 온갖 병치레를 달고 산다. 아무것도 안 해도 병들이 호시탐탐 노리는데 몸을 마구 사용하면 왜 탈이 나지 않겠나.
이제 집으로 돌아온다고 해도 그다지 살림 취미는 없고. 조금은 더 자주 냉장고 청소, 청소기 돌리기 정도 하지 않을까 싶다. 큰손 어머니가 오이지, 마늘장아찌 준 것을 오늘 다 버렸다. 냉장고의 냄새 주범들.
'얘, 시어머니가 준 거 다 버린다고 친구들이 그러더라.'
'아, 전 안 버리고 잘 먹어요.'(새빨간 거짓말 )
우리 큰동서는 아예 칼차단을 해서 음식물을 가지고 가지 않는다. 전업주부라서 크게 반찬을 얻어갈 필요도 없을 것이고 어머니 반찬은 양이 많아서 다 먹지 못하고 버리는 게 일이다. 그런데 우리 남편은
'아이, 주는 데 어떻게 안 가지고 와. 버려, 버려.'
이런 멍충 스타일이다. 주면 먹지도 않고 버릴 걸 받아오는 게 효도인지 모르겠다. '거절'을 못 하는 것도 병인 것 같다.
미친년처럼 허둥지둥 정신없이 살다가 이제는 '살림'이 뭔지 좀 알아보려고 한다. 갑자기 겁나게 깨끗한 집은 애초에 꿈도 꾸지 않는다. 남들의 반의 반만 해도 성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