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중독. 여러 가지 중독 중 맛있는 중독. 믹스커피 5~6개를 매일 타 먹다가 그것도 스틱 봉지를 잔에 휘휘 저어서 먹는 게으른 족속인데 드립 커피를 내리는 언니를 만나서 드립 커피맛에 빠져들었다. 남편도 믹스커피가 더 맛있다고 처음에는 완강히 거부하다가 어느새 이제는 믹스커피는 못 먹겠단다. 간사하긴.
우리 애들도 '일'이란 걸 하면서 커피로 밤을 새워야 하는 피곤한 현대인. 각성을 최대한 올려서 밤새 일을 해야만 살아남는 세상에 사는 일중독자들. 드립 커피 맛 좀 보라고 드립 커피 기구를 몽땅 사 줬으나 그것도 귀찮아서 마트에서 1리터짜리 커피를 사 먹다가 요즘은 커피배달까지 시킨다. 한번 시키면 만원. 그것도 귀찮은 듯 어디서 본 건지 캡슐커피가 편할 것 같다고 해서 사 줬다. 그런데 캡슐도 매번 인터넷 구매하기도 귀찮고 비용도 만만치 않고 환경호르몬도 나올 것 같고 버리면 환경오염도 시킬 것 같다는 생각에 다시 커피머신 쪽으로 눈을 돌렸다. 우리 아들은 벌컥(나를 닮아서 화를 잘 낸다)
'왜 돈을 막 써?'
자기도 돈 벌어보니까 힘들어서 그런지 요런 말을 다 한다.
'응, 엄마가 알아서 쓸게.'(혹시 내 돈이 자기 돈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건가?)
그래서 커피머신을 보내줬더니 동생이 하는 말
'형이 처음에는 뭐라고 하더니 잘 쓰던데.'
그럼 그렇지. 편리한 걸 마다할 사람 있나. 터치 한 번에 커피가 쪼옥 나오니까 편하지. 큰아들이 화낸 게 미안한지 헤헤 웃으면서
'엄마. 편해.'
'그래, 커피 많이 먹고 일 많이 해서 돈 모아. 그래야 장가가지'
아들이 웃는다. 먹고살려면 어쩌겠나. 남들은 카페에서 수다 떨고 여유 부리면서 먹는 커피를 너네는 밤새 일 하려고 먹으니까 내가 기특해서 주는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