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 언니

by 신기루

나보다 두 살 적지만 나는 언니라고 부른다. 위도 아래도 다 언니다. 그런데 두 살 적은 언니가 요즘 모든 연락을 단절했다. 메시지에 답장도 안 하고. 가끔 먼저 전화도 걸어오곤 했는데. 딸이 수능을 봐서 스트레스를 받나? 남편이 은퇴를 하고 직장을 못 잡아 스트레스인가? 또는 친언니가 유방암이라고 했는데. 심경이 복잡하여 끊나? 이 언니는 최근에 명리 사주 철학 공부를 하러 다녔다. 그 학문을 무턱대고 폄하하는 사람도 있고 맹신하는 사람도 있고, 심리학으로 보는 사람도 있고, 확률로 보는 사람도 있다.

우리 고모도 그쪽으로 돈을 벌었다. 철학 사주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했으니. 그런데 그 고모가 사라졌다. 아들이 어디 요양원에 보냈다는 소문만 들리고 아들은 자취를 감췄다. 경찰에 연락을 해서 찾아야 하나? 아들이 관리하는데. 아무튼 우리 고모는 스스로의 운명은 몰랐을까? 나에게 해 준 말도 '정년 할 거라고 했는데 지금 명퇴 신청 중이니.' 엄마는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고모에게 물어봤다. 가게를 내도 되냐, 결혼 날짜는 언제가 좋나. 할머니 세대들의 운명, 사주 맹신이 나는 싫었다. 미래를 어찌 안다고.

내가 마음이 완전히 무너졌을 때 그때는 철학관, 무당 집도 가봤다. 그들은 잘 될 거라고. 내가 듣고 싶은 말을 해 줬던 것 같다. 내가 정신없었기 때문에 그 안의 신당도 정신없고 무섭고 산란하고 오묘한 분위기만 생각난다. 대체로 내 앞에 앉았던 무녀들도 무서웠다. 정신이 좀 차려지자 안 가게 됐다. 미래를 알 수 없다는 결론. 남편도 그런 쪽으로 말만 하면 똑 자르다가 갑자기 시어머니가 철학관에 갔는데 생년월일만 가르쳐줬는데 완전히 맞췄다고 즉 아들의 기질을 맞췄다고 놀라워했다. 나도 신기하긴 하다.

누가 뭐라고 하건 반만 믿으면 된다. 심리학과 교수가 말하건 무당이 말하건 명리 철학자가 말하건. 내 생각이 오늘 다르고 내일 달라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데. 어떻게 10년, 20년 뒤를 맞추냐고.

아 참. 그녀의 실종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지. 일체 연락을 끊는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걱정되는데 조금 더 추리를 해 보자면 작년 주식 광풍에 그녀가 전재산을 미국 주식과 한국 주식에 넣었다고 했다. 알뜰쟁이이던 그녀가 지금 마이너스 성적표를 보면서 괴로워서 그런가? 나도 당분간은 가만히 있어봐야겠다. 언젠가 동굴에서 나오겠지.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사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