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팬티를 사서 엄마에게 줬다. 예전에는 엄마의 속옷을 보면 너무 크다. 커도 너무 크다. 그런데 지금은 나랑 사이즈가 같다. 속옷은 나이 따라간다. 그런데 나보다 한 살 많은 언니가 있는데 한약을 먹고 살을 빼고 점심은 닭가슴살을 먹어서 날씬하다. 몸은 날씬한데 건강하지는 않은 것 같다. 물론 난 뚱뚱해도 건강하지는 않다. 불면증이 심해서 수면제를 먹은 지 10년 정도 된다고 한다. 한번 시작한 불면증 약은 끊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처음에 개인병원에서 처방받은 졸피뎀은 중독성이 강해서 나중에 대학병원에 갔으나 현재 졸피뎀을 끊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불면증은 불안해서 생기는 병이다. 나도 예전에 6개월 정도 불면증이었는데 자연치유가 되었다. 다행히도. 불면증에서 우울로 바뀌었다. 우울이 조증이 되었다가 간신히 나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울증 약을 좀 먹어도 되는데 굳이 버텼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힘들었는데. 정신력으로 버틴 게 무슨 자랑이라고. 약은 의존성이 생긴다면서 거부했다. 그런데 최근 아직도 우울이 남아 있는 것 같아서 정신과에 갔다. 그래서 한 달치 약을 받았는데 3일 정도 먹고 안 먹었다. 아침에 정신이 맑아지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오전 중에 일하기가 어려웠다.
한 알을 먹은 날, 평소에는 굳이 가지 않는 방에 찾아가서 차를 마셨다. 오, 놀라워라. 발걸음도 가볍고 기분이 좋았다. 3일 먹었는데도 우울이 조금 없어졌다. 남들이 들으면 거짓말이라고 하겠지만 약간의 약물이 보충되면서 덜 우울해졌다. 유전적으로 도파민이 덜 나오는 건지, 환경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최근 아들도 다운된 것 같아서 나의 경험을 얘기하면서 먹어 보라고 했다. 적절한 약물은 더 빨리 우울을 없애주고 몸에도 안정감을 줄 수 있다. 그리고 할머니 얘기도 전해줬다.
할머니도 남편이 죽고 나서 우울, 스트레스가 없을 수 없다. 매일 머리가 아프다고 하고 무기력해서 엄마가 약을 몰래 드렸다. 내가 먹던 거라고 하면서 할머니가 자기 직전에 드렸다. 할머니 주변 지인도 갑자기 남편이 죽자 우울증 약을 먹는다고 하더라. 그런데 할머니가 한 알 먹고 다음날부터 아침에 산책을 나가셨다. 그렇게 일주일을 먹고 일주일간 산책을 나가면서 습관이 되어버렸다. 규칙적인 운동습관이 생기자 그다음부터는 안 드렸다. 할머니는 본인이 우울증 약을 먹은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는 지인의 아들도 우울증 약을 먹는데 완전히 집에 들어앉아 있다고 한다. 약도 사람마다 다르게 반응하고 받아들이는 환자의 마음도 다 다른 것 같다. 약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보조제일뿐이다. 스스로의 의지, 환경, 가족 등 변수가 너무 많다. 스스로 일어서려고 하는 의지가 없다면 명약, 명의도 소용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