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술
일흔 살에 은퇴를 했다
퇴직 직전에 당한 사기 때문에 은퇴 자산은 무일푼이다
자식들도 살기 바쁠 때고 폐지 줍기는 객쩍어서 쇠덩어리를 주웠다
집안에 고물이 쌓이기 시작하고 가족들의 원성은 올라가고
저녁상에 밥 반, 술 반으로 끼니를 때운다
술병이 늘어가는 만큼 마누라의 잔소리도 늘고
분명 그가 그린 말년의 모습은 이렇지 않았을 텐데
내가 퇴직을 하고 보니 술맛이 달콤하다
평생을 오르고 또 올라간 정상에서 미풍을 맞으며 고요함을 느끼지 못 하고
낭떠러지로 굴러버린 아버지는 똑같은 술을 마셨으나
패잔병 취급을 받았고 알콜 중독자 취급을 받았다
타임머신을 타고 간다
그와 마주 앉아 맛있는 안주에 술잔을 주고 받는 3월의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