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2000원씩 그림 감상이라니 무슨 말인가 할 것이다. 최근 그림에 관심을 갖다 보니 솔직히 투자관점에서 접근한 점도 있지만 몇 점 사게 되었다. 매일 작품들을 보다 보면 그림이 사람을 홀린다. 갑자기 '사야 돼'라는 계시를 받은 듯 질러 버린다. 지금 이 작품 꼭 내 걸로 만들어야 돼. 다시 안 나올 작품이야. 이건. 이러면서 사게 된 게 20점 정도? 그러다 보니 드디어 걸어둘 벽면이 없고 쌓이기 시작했다. 옆에서 지켜만 보고 있던 남편이 드디어 환금성이 잘 안 된다는 측면을 들며 간섭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 더 사지는 말고 매일 2000원씩 감상을 해. 그러면 저 그림값만큼 다 보고 나면 그 뒤부터는 공짜로 보는 거지. 흐흐흐."
눈살을 팍 찌푸리면서
"뭐? 2000원씩 그림 감상? 참 독특한 아이디어다. 어쩌면 그런 천박한 자본주의적 상상을 할 수 있냐.
차라리 10원씩 감상을 하지 그랬어?"
화통 터지는 소리를 또 아침부터 들었다. 그렇게 내가 산 그림값이 아깝다는 뜻인지. 문화, 예술 방면에 대한 1푼어치의 감상 태도의 결여에서 나온 말인지.
와, 이 얼마나 대단한 발상인가. 모든 작가들의 눈알이 튀어나올 얘기 아닌가? 이상한 사람을 쳐다보듯 그를 바라볼 것 같다. 내가 이 얼마나 이상한 사람과 살고 있는지 갑자기 지하로 떨어지는 기분이 든다.
물론 나도 그림을 투자마인드로 본 건 사실이다. 그러다가 포기했다. 내 안목에 크게 자신도 없고 걸어두고 감상이나 하자라는 측면이 더 강해졌다. 그렇게라도 위로하면서. 그런데 자꾸 그림을 보다 보면 작가의 인생도 보이고 그림이 주는 메시지도 분명히 있다. 나 스스로 그림에게 말을 걸어보기도 하고 해석을 해 보기도 하면서. 그때그때 조명이나 시간대에 따라서 달리 보이는 마술을 그림이 선물해 줄 때도 있다. 나름 재미에 폭 빠져 지내는데. 갑자기 무슨 엉뚱 발랄이 아니라 괴상망측한 말을 하니까 화가 났다.
한참을 씩씩대며 욕을 하고 난 뒤 우리 집 벽면을 아트월로 만든 그림들을 다시 보면서 나 홀로 만족이다. 이 그림들을 소장한 뿌듯함도 있고 매일 보면서 즐기는 재미도 있다.
하루 2000원씩이 아니라 하루 백만 원의 가치를 혼자만 아는 즐거움으로 누린다. 사람은 참 다른 시각으로 살고 있고 그것을 표현한 것이 예술이기도 하고 가끔은 토론을 통해 너무 다른 머릿속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