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카테리나 2세

by 신기루


러시아 황제 예카테리나 2세는 1729년에 태어나 1745년에 표트르 3세와 결혼한다. 표트르 3세는 1728년생이다. 표트르 3세는 얼굴도 못 생기고 유아적 행동을 하며 자유분방하다 못해 제멋대로인 철부지로 묘사된다. 왕족이든 평민이든 사랑하고 분노하고 슬퍼하는 삶은 똑같다. 그냥 우연히 태어났더니 왕족이었던 것이다. 금수저 백개를 딱 물고 태어난 것이다.

이 둘은 사이가 좋지 않았다. 표트르 3세는 자신이 아이를 낳으면 황제에게 빼앗기고 아내와 함께 내쳐질 것이라 염려한다. 그래서 일부러 잠자리를 피하는 건지 아내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런 건지 둘 사이에는 아이가 7년째 생기지 않았다. 황제는 급기야 의도적으로 측근을 부추겨 불륜을 조장하여 임신을 하게 한다. 표트르 3세는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고 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갖기도 한다. 지금처럼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가 없던 옛날이니까 의심을 하지만 정확한 사실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다가 표트르 3세가 드디어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고 왕이 되면 아내와 이혼할 계획을 세운다. 실제 이혼을 진행하게 되자 예카테리나 2세 역시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는 않았다. 군부를 앞세워서 남편을 몰아내고 왕의 자리를 차지한다.

표트르 3세는 1762년 34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누가 왕이 되었든 러시아는 건재하고 역사 속에서 버텨 나갔을 것이다. 표트르 3세든 예카테리나 2세든 기회를 잘 포착하고 주변 세력을 잘 조직한 자가 정권을 잡은 것이다. 죽느냐, 사느냐. 표트르 3세가 정권을 잡았으면 예카테리나 2세가 죽거나 수도원에 갇혔을 것이고 예카테리나 2세가 집권을 하니까 표트르 3세를 없앤 것이다. 영화를 보면 이반 6세가 황제 서열에 있었는데 그를 가두고 왕좌에 앉은 이가 표트르 3세의 고모였다. 우리나라 조선시대와 닮은꼴이다. 왕위쟁탈전에서 나가떨어지면 재야로 가든지 유배를 가든지 죽음이 기다리는 것이다.

자신의 생명에 절대적 위협이 된다면 어떤 일도 할 수 있는 이가 인간이다. 도망치든가 공격하든가. 도망칠 데가 없다고 느끼면 마지막엔 뒤돌아서서 공격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예카테리나 2세는 왕에게 내쳐질 위기에 있었으니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기적이고 잔인한 것이 또한 인간이다.

러시아 공영 방송국인가에서 만든 10부작 드라마와 또 다른 30부작 드라마를 뭔가에 홀린 듯 몇일만에 다 보았다. 예카테리나 2세를 맡은 배우는 절세미인으로 나온다. 아름다움에 이끌려 몰입도가 더 높고 그에 비해 표트르 3세는 추남으로 나온다. 빠른 시간의 흐름으로 지루하지 하고 흥미 있게 전개된다. 역사물이나 인간의 심리적인 면을 다루는 드라마를 좋아하는 분께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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