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병동에서 3

by 신기루

우리 건너편 환자가 오늘내일 하는데 '요셉실'에서 산소치료 받는 사람때문에 우리더러 잠시 방을 옮겨 달라고 했다. 그 방에는 치매 플러스 암이 겹친 환자가 있다. 그래서 하루종일 횡설수설하는 환자때문에 방을 옮겨서 온 사람이 건너편 환자였다. 그런데 우리가 다시 그 방으로 가야 한다. 수간호사가 사정 아닌 사정을 하니 어쩔수 없이 찜찜한 기분을 가지고 옮겨가게 되었다. 낮에는 티비 소음도 있고 해서 그럭저럭 넘겼다. 낮에 내내 귀에 이어폰으로 틀어막고 있다가 잘 때는 그 소리가 장난 아니게 크게 들렸다. 귀를 계속 긁어대는 소음때문에 미치기 일보직전.

85세인 그 할머니는 '선생님'을 계속 불러댔다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간병인이 드라마를 보는 30분 내내 '선생님'을 애타게 불러댔으나 간병인은 개무시했다. 커튼까지 쳐 놓고 환자를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치매환자라서 저렇게 해야 하는가 보다. 이렇게 생각하며 할머니도 간병인도 딱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작 우리도 딱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잠을 잘 수가 없다. 한 시간 정도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는데 엄마도 잠을 못 자고 있다. 급기야 엄마도 스트레스가 쌓이자 울기 시작했다.처음으로 소리 내어 운다


- 엄마, 엄마, 우리엄마, 우리 엄마..


라며 울어댄다.


간호사실에 가서 엄마도 울고 있고 도저히 잘 수가 없다. 어떻게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간절한 눈치를 보내자 간호사가 어르고 달래도 안 되니까 할머니 침대를 간호사실로 뺐다. 복도에서 여전히 '선생님, 선생님'을 애타게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지만 금방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 간병인이 교대되었다며 다른 간병인이 그 치매할머니를 돌보게 되었다. 그런데 어제 간병인과는 달리 환자 앞에 의자를 놓고 딱 앉아서 할머니를 타일렀다. 할머니가 '선생님, 선생님'하고 부르자


-나는 선생님이 아니에요. 왜 선생님 불러요?


-낫게 해 달라고


-나는 선생님이 아니라 낫게 못 해 줘요


라며 뭔가 대화로 할머니를 진정시키려고 노력을 했다. 그래도 할머니는 잠잠해지는듯 하다가도 다시 뭐라고 중얼대며 선생님을 계속 찾는다. 반응을 해 주는 간병인이 있어도 중얼대는 소리는 멈추어지지 않지만 커튼까지 쳐 버리고 환자를 외면하는 간병인보다는 훨씬 훌륭해 보였다.


다음날 아침, 어제 교대했던 그 간병인, 커튼 쳐 놓고 외면하던 그녀가 씩씩하게 나타났다. 그 아줌마도 먹고살기 위해 이 일을 하는 것 같은데, 그렇게 자기 살 궁리를 하는 것 같은데 옆에서 보기엔 제대로 간병하는 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가족들이 보면 화가 날 것 같다. 치매환자니까 방치해도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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