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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by 신기루

서울 와서 밥 해 먹인 지 15일째이다. 처음에는 방콕하면서 인터넷만 보는 아들이 과연 밖으로 나갈까 걱정하면서 올라왔다. 한두 달은 입 다물고 밥만 해 주려고 했으나 더이상 입 다물고 있다간 가슴이 터질 것 같아서 4일째 불러 앉혀 놓고 말을 했다.

-엄마가 3년간 니가 하고 싶은 거 하게 했고, 나름 성과도 거뒀으니 이제 변화를 해야지 않겠냐. 언제까지 방에서 컴퓨터만 끌어안고 지낼거냐. 은둔형 외톨이니?


- 아니오.


그러더니 다음날부터 바로 밖으로 나갔다. 여전히 낮 3시에 일어났고 밤 3시까지 잠을 안 자고 있었다.


다시 일주일째 불러 앉혔다. 한번 더 반복했다. 이제 더이상 사회 나가는 걸 미뤄서는 안 된다. 엄마도 늙었다. 이제 형이랑 둘이서 끌고 가야 한다. 니가 주저앉아 있으면 형도 기운 안 난다. 서로 좋은 시너지를 줘야 한다.


낮 12시, 1시에 일어났다. 점점 빨라지고 있다. 그래서 당분간 입 다물고 있어야지 했는데 먼저 말을 꺼낸다.


- 엄마, 언제 내려가요?


옳다구나. 잘 됐다싶어 다시 연설.


-내가 불편하니?


-거실에서 자다가 방에서 자니까 햇빛도 안 들어와서 일찍 못 일어나겠고...


- 나도 불편하다. 내 집에서 피아노 치고 놀아야 하는데 너도 참아라. 나도 참고 지내는 거다. 니가 생활을 잘 하면 내려갈거다. 사회에 안 나가고 집에만 있으면 엄마 노후 발목을 잡는 거다. 그리고 돈도 계속 들어가고.


아무 말이 없이 듣다가 가방 싸서 나간다. 그다지 기분이 나빠 보이지는 않는다. 웃으면서 정곡을 찔렀으니.


그리하여 아침 9시에 일어나다가 7시에도 일어나서 공부하러 갔다. 생각보다 너무 빨리 바꼈다. 처음에는 또 피시방에 앉아 있는 건 아닌가 의심하였으나 아직은 그런 것 같지는 않다. 3년 전에도 한 달 공부하다가 도로 아미타불 된 적이 있어서 조마조마하면서 지켜보고 있다. 밖으로 나가면서 예전의 모습을 되찾는 것 같다. 방안에서만 있을 때는 말수도 점점 없어지고. 사람을 피하기만 했는데 다시 자신감도 올라오는 것 같다.


사실 우리 아들은 잠시 프로게이머였다. 당연히 게임중독이었고 하루종일 게임만 하고 게임 방송을 했다. 그러면서 밥 먹는 걸 대충하다 보니 최저체중까지 내려갔다. 가뜩이나 살이 잘 안 찌는 체질인데. 지금은 서서히 몸과 마음이 회복중이다. 나도 한번 칼을 뱄으니 반드시 해 낼 것이다.


씻고 나가는 아들 뒤통수에 대고

- 엄마가 촉이 좋잖아. 이번에 한번에 붙을 거야.


헤헤헤 하면서 나간다. 게임을 하면서 웃음도, 말도 근육도 다 잃어버린 아들이 우뚝 서서 사회의 일꾼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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