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 아들은 놀라운 변화가 있었다. 아침 8시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씻고 책가방을 들고나갔다. 원래는 씻지도 않고 하루종일 컴퓨터만 쳐다 보고 새벽 3~4시에 자고 낮 3~4시에 일어나는 아들인데. 밤 12시면 불을 끄고 자고 아침 8시에 일어난다. 남들에겐 평범한, 지극히 평범한 일상인데 우리 아들에겐 특별한 일이다. 그리고 하루 한, 두 끼를 먹던 것을 지금은 세 끼. 무려 세 끼를 드신다. 얼굴에 핏기 하나 없이 하얗게 질린 사람을 최근 본 적 있는가? 아마도 금방 수술 하고 나온 환자나 중병이 아닌 이상은 잘 보기 어려운 모습일 거다. 4일정도 밥을 해 먹이니까 얼굴에 핏기가 돌아왔다. 아마도 영양실조 상태가 아니었을까. 서울 한복판에서 영양실조로 살아간다는 거. 정말 끔찍하다. 그렇게 3년을 방구석에서 은둔형 외톨이가 아닌가, 우울증인가, 게임 중독인가. 이 모두가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어쨌든 밖으로 나갔고 취업준비를 하고 있고 게임은 취미라고 하니 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처음 상경할 때만 해도 과연 집밖을 나갈까. 그리고 취업준비를 할까 걱정이 많았는데 빠른 시간 안에 그걸 해 주고 있다. 밥 먹을 때만 얼굴을 마주보니 밥 먹을 때 가끔 한 마디씩 했더니 가뜩이나 억지로 일어나서 짜증나는 판에 엄마에게 한 소리 한다. "밥 먹을 때마다 잔소리 한다"고. 그러고나서 가방을 챙겨서 나가는데 "엄마가 잔소리해서 미안해~""앞으로 안 할겡." 콧소리로 말했더니 "나도 그냥 게으름부릴 수 있는데 나름 효과는 있다고" 웃으며 한마디 하고 사라진다.
밖에 나가서 진짜로 하는지, 안 하는지 혼자 의심이 깊어질 때가 너무 괴롭다. 집에 오면 다시 인터넷을 켜 놓고 앉아 있는 걸 보면 '그래, 스트레스 풀어야지. 하루 아침에 습관이 없어지지도 않을 거고. 나도 평균 하루 4시간은 인터넷을 보기도 하니까'라며 스스로 달래기도 하지만. 내 눈앞에 있어도 괴롭고 없어도 괴롭고. 이게 뭔 짓인지 모를 때가 많다. 내가 왜 여기 와서 서른 넘은 아들 뒤치닥거리를 해야 하는지. 요즘 소설 '장녀들'이란 걸 읽는데 연극'장녀들'이 있길래 소설을 구해 봤다. 일본도 노령사회이다 보니 집안에 딸이 간병 돌봄에 내몰리는 일이 많은가보다. 올해는 장녀로서 부모 간병을 했고 캥거루 아들을 돌보러 왔고. 이 시대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에서 한 치도 비껴나지 않고 살아가니 어찌 힘들지 않을까. 그래도 나에게 이런 시간이 다시 올까. 직장이라도 얻어서 나가면 이제 영영 같이 생활하기는 어려울 거다라고 생각하며 힘을 낸다.
올 한 해는 그냥 정신이 없는 해다. 퇴직후 느긋한 여유를 기대한 것과는 완전 반대이니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