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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by 신기루

처음 서울 상경할 때만 해도 암담했다. 과연 이 문제가 해결이 될 것인가. 그런데 긴가민가하던 일이 선명해졌다. 아들이 진짜 공부를 하는 것이다. 어제는 아침을 먹고 가방을 메고 나가면서 '엄마가 와서 공부를 시작하게 되어 고맙다'고 하며 팔을 벌리는 것이다. 나도 팔 벌려 안아줬다. 공부가 주특기인 아이가 공부를 하니 다시 밝아졌다. 탁월한 암기력과 이해력을 가진 아이다. 대신 책을 잘 읽지 않는 게 흠이다. 논리력은 좋으나 창의력이 좀 떨어진다. 아무튼 끝이 보일 것 같지 않은 터널 속에서 빛이 들어오는 거다. 상경한 지 25일 만에.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나 보다.

아침에 나가면 까페에서 공부를 한단다. 그리고 점심을 사 먹고 다시 다른 까페로 가서 공부를 하다가 저녁을 먹으러 와서 집에서 쉬었는데 요즘은 저녁을 먹고 다시 나가서 11시까지 하고 온다. 기적은 가끔씩 일어나는구나. 우리 아들도 이제 방황을 끝내고 사회인으로 잘 살아가길 바란다. 나름 방황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고 헤매는 시간도 필요하다. 가족은 같이 견뎌주고 일으켜주고 포기하지만 않으면 된다. 기적은 나 스스로 결심하고 실행하고 기다리면 된다는 것을 알았다.

아들이 오늘밤 10시에 먹는 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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