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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by 신기루

어제 전설의 밴드'송골매'의 콘서트를 kbs에서 주최한 것을 봤다. 70세가 다 되어가는데 외모는 60도 채 안 되어 보였다. 그런데 구창모는 아직도 미성으로 고음을 불렀다. 배철수도 여전했고. 게스트도 나와서 노래를 불렀는데 게스트 가수도 워낙 유명한 가수인데 송골매 실력을 따라가지는 못 했다. 송골매는 가슴을 울리는 뭔가가 있다. 일단 음색, 음질에서 나오는 감정이 있다. 구창모는 담백하게 부르는데 감정이 엄청 실려있는 보이스 이다. 배철수도 크게 꾸미지 않는 듯 소탈하게 부르는데 엄청 감정이 나온다. 거기에 그냥 빨려 들어간다. 구창모는 어떤 한 부분에서 살짝 잡아당기는 듯한 지점이 있다. 맛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 그런 부분에 사람들이 정신줄을 놓게 만드는 것 같다. 마성이라고 그러지. 그런 것을. (마성 - 사람을 홀린다) 자신들도 그런 것을 알까? 일단 목소리란 재료가 훌륭하고 그것을 요리하는 노래실력이 탁월했다. 예전에도 그런 마성에 끌린 게 아닐까. 귀신에 홀리듯 노래로 홀리는 사람들. 그들을 천재라고 부르기도 하고 레전드라고도 하고 신이라고도 하고. 어제는 신계에 갔다 왔다. 과거로 시간여행도 했고. 노래는 타임머신이다. 그때 그 장소로 바로 데리고 간다. 그들도 내 앞에서 70세 먹은 이들이 아니었다. 최고 전성기 때의 배철수, 구창모였고 나 역시 중, 고시절로 돌아갔다. 그들은 마술사였다. 순간이동 마술사. 그들의 마술에 자주 걸리고 싶다.

지금도 수많은 가수들이 있다. 나름 직업이 가수면 얼마나 잘하겠나. 그래도 레전드는 아무나 될 수가 없는 걸. 오늘, 연극 '광부화가들'을 보고 왔다. 가끔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면 참 잘하는 배우 초년생들을 본다. 그래도 이미 프로의 경지에 있는 배우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광부화가들'은 중견 배우들이 주로 나왔다. '박상원, 송선미'그 외 배우들을 보면서 극적 상황에 충분히 몰입되었다. 그들이 맡은 배역이나 대사에 이질감이 없었다. 너무나 안정적으로 연기를 해서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배우는 너무 열심히 하는데 보는 내내 불안할 때도 많다. 지난번 어떤 연극을 보는데 티비에 자주 나오는 배우는 너무나 안정적이어서 그냥 몰입이 되었다. 그런데 다른 배우들은 대사를 할 때 뭔가 어색하고 불편했다. 그래서 '프로'가 되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안다.


'광부화가들 '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연극인데 그들도 프로가 아닐지 모른다. 그 중 한 사람은 미술수집가이자 후원자로부터 지원을 받으며 전업작가를 수 있는 조건을 제안 받았으나 그는 고민하다가 거절한다. 왜 그랬을까? 그는 예술을 그의 삶과 떨어뜨려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광부였으므로 광부 일을 하면서 광부 친구들과 광산이 있는 그 마을에서 살면서 자기 생활이, 생각이 들어있는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요즘은 팔리는 그림을 그리려고 작가들이 무지 애를 쓴다. 똑같은 그림을 인쇄해도 되는데 무한 복제해서 그림을 그려댄다. 그의 영혼이, 철학이 있는 그림을 사고 싶으나 모두 한 장씩 갖고 있는 그림을 갖고 싶지는 않는데. 잘 팔리는 그림이 있으면 그것만 계속 그려댄다. 그런데 '광부화가들'을 보면 '예술은 여행이다.' 삶과 함께 계속 같이 가는 것이다. '프로'화가의 스킬에는 못 미칠 수 있지만 그림 속에 자신만의 개성이 있고 그것을 감상하는 이의 마음에 빛을 줄 수 있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는 예술이다. 글을 쓸 때도 스킬이 부족하다. 좀 쓰다 보면 자신감이 없어질 때가 많다. 그런데 스킬은 없어도 누군가에게 빛이 될 수 있다면, 또 내 삶에 빛이 된다면 된 것 아닐까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받았다. 극 중 대사 몇 개만 옮겨 본다.


- 예술은 세상을 알기 위한 게 아니라, 우리 자신을 알기 위한 겁니다.


-예술 행위를 한다는 건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겁니다.


-예술은 이제까지 없던 걸 만들어내는 거야.


-예술은 우리 머릿속과 가슴속을 밝히는 빛이 아닌가.


각자 해석해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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