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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연극

by 신기루

유명한 배우가 연출했다는 연극을 보러 갔다. 지난번 소극장에서 봤는데 너무 재밌었던 극이라 화려한 배우들이 나온다길래 또 보러 갔다. 극장은 화려했고 무대 배경과 조명도 훌륭했다.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관객들이 많이 왔다. 그런데 극 전개도 지루하고 대사만 많은 지루함 속에서 관객들도 엉망이었다. 가끔 위급시 경보 알림이 올 때가 있는데 그것이 세 번이나 반복되었다. 핸드폰 음소거만 해도 되는데 그걸 세 번씩이나 실수를 하다니. 가끔 진동으로 해 놔도 알림이 울릴 때가 있다. 그래서 반드시 음소거를 해야 한다. 그리고 전화벨 소리 한 번에다가 카톡 소리까지 들리는 극장은 정말 최악이었다.


연극 연출은 정말 아무나 하면 안 된다. 전문가가 해야지. 영화도 촬영이 50프로, 편집이 50프로라고 하지 않나. 편집 잘못 되면 지루하고 산만하고 엉망이 된다. 배우들의 연기는 기본이고. 그런데 연극에서 연출의 역할은 더더욱 중요하다. 연출이야말로 편집 아닌가. 각본을 재해석하는 것도 중요한데 특히 고전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현대인에게 맞는 감각을 찾아야 한다. 고전을 그냥 펼쳐 놓으면 대체 뭔 말인지 모른다. 그래서 두 시간 가량 스트레스를 받고 왔더니 몸이 완전히 녹초가 되었다. 그 전날 본 '광부화가들'은 두 시간 동안 뇌에서 즐거운 도파민이 나온 덕분에 집에 와서 글을 3개나 썼는데.


남편은 일 년에 한 두 편 연극을 본다. 영화는 집에서 매일 보지만. 내가 가자니까 마지못해 따라와서 30분은 졸다가 연극을 볼 때가 많다. 워낙 노동에 치여 살다보니 앉으면 잔다. 그래도 재밌다, 재미없다는 구분한다. '재미'가 없으면 망작인 거다. 코미디가 아니어도 재미적인 요소가 있어야 한다. 배우들의 갈등을 극화시켜서 거기에 빨려 들어가게 해야 한다. 그러나 어제 본 연극은 갈등이 그다지 증폭되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어떤 배우는 표정의 변화가 전혀 없었다. 긴 대사를 인형처럼 외우고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편집, 연출이라고 해야겠지만. 노배우의 연출실력을 내가 어찌 평가하리마는 그냥 관객 1인으로서 지루하고 졸렸다. , 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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