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국립현대미술관 임옥상 작가의 전시를 보고 최우람 작가도 봤는데 깜빡하고 빠트린 전시가 있어서 오늘 다시 갔다. 따뜻하던 날씨가 어제부터 추워졌지만 생각보다는 따뜻했다. 우수가 지나고 경칩이 다가오니 곧 봄이 올 것 같다.
안내 책자를 꼼꼼히 보지 않고 덜렁대다가 지난번 천장에 달린 새를 보지 못했다. 보물찾기 할 때도 아래만 보다가 하나도 못 찾는 바보. 위를 보지 못한다. 나의 한계다. 그래서 놓친 새... 하늘에는 '검은 새'가 3마리 떠서 아래를 내려보고 있다. 그 아래에는 끙끙대며 공을 돌리고 있는 지푸라기로 만든 사람이 있다. 작품설명을 보면 머리 없는 사람들이 머리를 차지하기 위해 움직이지만 고개를 쳐들수록 멀리 달아나는 머리, 그 머리를 차지하기 위해 무한경쟁체제 속에 내몰린 모습을 나타냈다고 한다. 굳이 '공'이 머리가 아니더라도 앉았다 일어났다를 무한반복하는 모습을 보면 인간이 삶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애쓰는 게 보인다. 그리고 하늘에서 빙빙 도는 검은 새는 힘겹게 살다 결국 죽게 될 시체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독수리처럼.
원탁, 검은 새
그리고 '하나'라는 제목이 붙은 흰 꽃은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모두 하나가 되어 이겨내려고 애쓴 사람들에게 바치는 꽃이라고 한다. 계속 보다 보면 국화처럼 보인다. 국화는 또 희생자를 기리는 조화이기도하다. 또 '빨강'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삶의 에너지, 열정을 나타냈다고 한다. 이 꽃들도 오무렸다 펴졌다를 반복한다.
빨강ㆍ 하나
가장 대형설치물은 '작은 방주'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배이다. 그 한가운데에는 등대가 있고 두 선장이 서로 반대방향으로 노를 젓는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배는 움직인다. 양쪽 날개가 펼쳐질 때는 새가 날아가는 모습 같기도 하고 이쪽저쪽 날개들이 움직일 때는 파도에 배가 움직이는 것 같다. 철제로 만들어진 조형물이 유려하게 움직여 잠시나마 항해에 동참하는 것 같다. 잠시 배를 열고 기다릴 때는 관객에게 승선하라고 손짓하는 것 같았다. 한참을 신나게 바다를 가르고 나니까 다시 멈춰 섰다.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삶은 여행이고 항해이다. 앞으로 앞으로 나아갔을 뿐. 그 배 앞에는 출구라는 작품이 있다. 여러 개의 문이 끝없이 열리는 장면을 보여준다. 어딘가에 출구는 있을까? 출구는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닫혔다고 생각하면 닫힌 것이고 나갈 곳이 있다고 생각하면 있는 것이다. 육중한 배가 파도를 가르며 달리고 배가 움직일 때 배경음악은 파도를 가르는 배의 소리를 잘 나타내어 항해하는 느낌이 제대로 들었다. 멋진 장관이었다.아. 항해 도중 거북선도 본 것 같다. 날개가 펼쳤다 접혔다 하는데 내 눈에는 멋진 이순신 배처럼 힘차게 느껴졌다.
작은 방주 ㆍ등대 ㆍ두 선장
그리고 나오면서 외국 작가,페터 바이엘의 작품도 있었는데 '인지행위로서의 예술'은 좀 생소했으나 한 가지 마음에 드는 걸 찍어봤다.
'존재론적 점프'라는 제목으로 여행과 타자기가 있었다. 여행을 하면서 한 단계 존재의 각성이 이루어지고 타자, 즉 글을 쓰면서 한 단계 또 성숙해진다. 이렇게 나름대로 해석해 보니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