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에 가면 이곳저곳 골목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항상 춥다. 가뜩이나 혼자 돌아다니는데 바람까지 차가워서 더욱 외로움이... 젊음이 떼를 지어 깔깔거리며 다니는데 맨날 가도 길 모르는 길치는 오늘도 헤맨다. 따스한 햇살이 있는 곳에는 공연 전 대기하는 사람들이 둘, 셋 모여 있거나 늘어서 있다. 음악극 '올드 위키드 송'은 어떻게 진행될까? 올드 팝송이 많이 나오는 것 아닐까? 예상과 빗나갈 때 더 재밌다. 역시나 180도 빗나갔다. 팝송이 아니라 가곡이 나왔다. 존 마란스의 작품으로 2인극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2016년에도 안석환배우가 나왔고 연출은 김지호인데 이번에도 같은 연출자가 진행한 극이고 안석환을 보러 갔다. 능청스럽게 연기를 잘하지 않나. 서현철배우 연기도 좋아하는데 오늘의 픽은 안석환과 곽동연. 2인극은 배우들의 대사량이 엄청나다. 그리고 연기력으로 승부를 내야 한다. 무대에 너무 많은 사람이 나오는 것보다 두세 명 나오는 극이 재미있는 게 많다.
극 중 생각나는 대사는 '노래를 할 때 슬픔과 기쁨이 같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목소리에 그 두 가지가 혼재되어 있으면 더할 나위 없다. 장윤정의 음색이 그렇다. 밝은 노래를 불러도 슬프고. 슬프다고 해서 너무 처지지도 않고. 너무 슬프고 무거운 목소리는 지하로 들어가는 느낌이 나면서 피하고 싶다. 너무 고통스러운 영화는 보기 싫은 것처럼. 극 중 교수 마슈칸은 위대한 음악가들, 베토벤, 슈베르트, 슈만을 예로 들며 그들의 음악에는 기쁨과 슬픔이 함께 있다고 말한다. 알고 보면 교수도 43,44,45년은 기억에서 지웠다고 하는데 그때 수용소에 있었다고 한다. 그는 유대인이었고 유대인으로서 고통을 받았다. 그에게 배우는 학생 스티븐도 유대인이었다. 둘은 유대인임을 서로 숨기다가 결국은 각자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서로의 아픔을 깊이 이해한다. 스티븐은 다하우 수용소에 갔는데 뮌헨과의 거리가 얼마 떨어지지 않아서 놀랐고 그곳의 잔디나 주변이 너무 잘 정돈되어 있어 그 당시 시체가 즐비했던 공간이란 걸 잘 전달하지 못하고 독일어로만 적혀 있어서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방문객들이 이해를 못 한다는 것에 대해 격분한다.
이런 극을 보면 우리나라의 위안부 할머니들이 생각난다. 얼마 전 영화 '주전장'을 봤는데 일본계 미국인 미키 데자키 감독이 위안부 할머니에 대해 제대로 알기 위해 진실을 파헤치는 내용을 다룬 다큐이다. 역사수정주의자나 부인주의자들의 이야기들이 하나하나 반박되면서 진실로 가까이 다가간다. 우리나라 위안부 할머니가 겪은 일은 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이 유대인에게 저지른 대학살(홀로코스트)과 같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인권이 유린되었다는 것이다.
**위안부 -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일본군의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강제적이거나 집단적, 일본군의 기만에 의해 징용 또는 인신매매범, 매춘업자 등에게 납치, 매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일본군을 대상으로 성적인 행위를 강요받은 여성을 말한다.(위키백과사전)
이렇게 사전적 의미를 지닌다는 것은 이미 자료로서 증명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료가 거의 없는 것은 일본이 전쟁 직전 모두 소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당시 일본 군인이었던 사람이 증언하였고 살아있는 위안부 할머니의 증언이 있어도 일본의 '역사수정주의자, 부인주의자'들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다. 아주 미시적인 이유를 갖다 대면서. 새벽에 부모님 몰래 집을 자발적으로 나간 사실이 있는 걸로 봐서 납치된 건 아니다라는 식으로 말한다. 취직을 시켜준다고 꼬드겨서 데리고 간 매수의 경우도 속아서 갔기 때문에 납치와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전쟁터에서 매춘을 한 것이 아니라 성착취를 당했다. 유대인 포로수용소와 관련된 영화나 연극이 지속적으로 생산되어 독일이 반성하고 인류가 각성하듯이 우리나라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도 끝도 없이 계속 생산되어야 한다.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세계사적 인권유린이자 다시는 이러한 전쟁범죄는 일어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지금도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형인데 이 전쟁이 끝나고 나면 얼마나 끔찍한 사실들이 세상으로 나올지 벌써부터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