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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세상

by 신기루

저세상이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난소에 혹이 생겨서 수술한 이후로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졌고 피곤할 때 음식을 먹으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한 단계 더 나아가서 호흡곤란까지 온다. 아나필락시스 쇼크. 집에서 한번 죽을 뻔하고 결국 퇴직 결심까지 불렀고, 두 번째 또 미련하게 집에서 버티다가 죽을 뻔하였다. 세 번째 또 위기가 왔다. 30분 정도 집에서 진정될 줄 알고 있다가 숨이 가쁘고 의식이 흐려지는 걸 느끼자 다급히 119를 불렀다. 병원에 도착하자 산소호흡기를 끼고 기도확장주사제를 팔에 맞았다. 기도가 막히면 먼저 코가 점액질로 막히고 입으로 숨을 쉬지만 호흡이 어렵다.

네 번째는 어저께였다. 밥 먹을 때 조용히 앉아서 먹어야 하는데 신경 쓰고 왔다 갔다 하며 음식을 챙겨주며 먹었더니 피곤했던 모양이다.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인데...... 시어른들과 벌써 몇 번이나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음식을 먹었는데 그날은 반응이 왔다. 특히 도라지를 먹은 날은 더 문제가 되는 것 같다. 일 년에 2번 정도니까 대충 병원 가서 주사 맞으면 되겠지 하고 방심한 탓에 가끔 저승 앞에 섰다가 후퇴할 때가 있다. 어저께는 목이 조여 오는 걸 느끼고 바로 응급실로 갔다. 가장 단시간 안에 간 거 같다.

산소호흡기도 해 주지 않아 목으로 숨을 쉬어 아직까지 목이 아프다. 기도확장제도 내가 놔달라고 했다. 항히스타민제만 들어가는데 숨 쉬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집에서 30분 끌다가 갔으니까 더 응급상황이어서 그런지 가자마자 산소호흡기에다가 기도확장주사를 맞았다. 에피네프린이란 걸 응급 시 소지할 수 있도록 대학병원에서는 처방을 해 준다면서 대학병원을 추천해 줬다. 지난번 일반 내과에서 처방해 달라고 하니까 안 된다고 했다. 방심하다가 저세상 가는 날을 앞당길 수가 있겠다 싶다. 저세상은 그리 먼 곳에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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